오늘은 검은 먹을 갈았습니다. 향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향기가 그리워서 먹을 갈았습니다. 내게 묵향은 흙내음이고 마음의 고향입니다. 일찍 떠나버리신 어머니의 치마폭에 배였던 포근한 사랑의 향이기도 합니다.
고요한 날엔 때때로 제단의 향기처럼 기도의 여운처럼 평화를 몰고 옵니다.
그 향에 취하여 붓을 들면 스킬은 어설퍼도 힘과 흐름이 일어나는 한 두 획이 아직 내 영혼이 살아 있다고 흥겨워 하는 떨림을 감지하게 합니다.
*** 먹을 만지고 붓을 다시 든 것은 근 40년 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명필 담임 선생님 글씨를 배껴 써내서 특선을 했던 사건이 평생 나를 사로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특별하였던 선생님께서 일생 내게 무언의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너는 평생 붓을 놓지 말거라!" 그 소리 없는 소리가 40년 세월 내 마음 속에서 울리고 또 울려서 수년 전 현금 최고봉이신 구당 선생님께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곧 바로 찾아 뵙게 되어 무작정 틈나면 서실을 드나든 것이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바쁜 목사라고 숙제를 하지 않아도 몇 달 만에 찾아 뵈어도 늘 그냥 받아주시기에 염치 불구하고 문하에서 그 힘과 아름다움의 세계를 엿보며 사는 행복한 특권을 누립니다. 오늘은 편안할 안(安)자 한 자만을 썼습니다. 쉬운 듯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글자 <이주연> *하루 한 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자르기 보다 저절로 치유되어야 하나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미련 없이 자르는 것이 참회의 길입니다. <연>
|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