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묵향

이주연 목사 | 2014.06.18 23:47:4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늘은 검은 먹을 갈았습니다.
향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향기가 그리워서
먹을 갈았습니다.
 
내게 묵향은 흙내음이고 마음의 고향입니다.
일찍 떠나버리신 어머니의 치마폭에 배였던
포근한 사랑의 향이기도 합니다.

고요한 날엔 때때로 제단의 향기처럼
기도의 여운처럼 평화를 몰고 옵니다.

그 향에 취하여 붓을 들면
스킬은 어설퍼도 힘과 흐름이 일어나는 한 두 획이 
아직 내 영혼이 살아 있다고 흥겨워 하는 
떨림을 감지하게 합니다.

***
먹을 만지고 붓을 다시 든 것은 근 40년 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명필 담임 선생님 글씨를 배껴 써내서
특선을 했던 사건이 평생 나를 사로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특별하였던 선생님께서 일생
내게 무언의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너는 평생 붓을 놓지 말거라!"
그 소리 없는 소리가 40년 세월 내 마음 속에서 울리고 또 울려서 
수년 전 현금 최고봉이신 구당 선생님께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곧 바로 찾아 뵙게 되어 무작정 틈나면
서실을 드나든 것이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바쁜 목사라고 숙제를 하지 않아도
몇 달 만에 찾아 뵈어도 늘 그냥 받아주시기에
염치 불구하고 문하에서 그 힘과 아름다움의 세계를 엿보며 사는
행복한 특권을 누립니다.
 
오늘은 편안할 안(安)자 한 자만을 썼습니다.
쉬운 듯 가장 어려울 수 있는 글자
<이주연>
 
*하루 한 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자르기 보다 저절로 치유되어야 하나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미련 없이 자르는 것이 참회의 길입니다. <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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