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자존심 싸움

루케이도 | 2005.12.29 21:56:4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사람들이 그녀를 들쳐 업고 내게 달려왔을 때, 그녀는 이미 거지반 죽어 있었다. 산모는 몇 주 전부터 앓아 누웠는데 그 부족의 민간 요법을 써도 차도가 없자 백인 의사를 찾아 왔다는 것이다. “태아의 맥박이 뛰질 않아요! 그거 알고 있어요?” 통역을 시켜 물었다. “맥박이 안 뛴 지 얼마나 됐어요?” “이틀이요.” 그녀는 뱃속에서 죽은 태아로 인한 독혈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다. 뱃속의 아기를 속히 끄집어 내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노우”라고 말하며 산모를 데려 가려고 했다. 나는 수술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내는 이미 산모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사내는 산모의 남편이었고, 자신의 아내를 다시 마을의 주술사에게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묘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그 사내에게, 그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내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그 짓이 얼마나 이기적인 행위인지를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사내는 머지않아 통곡하리라. 그리고 말하리라. 백인 의사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그런데도 그 먼 곳까지 여행하느라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고. 그리고는 다시 자기 방식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살아가리라.’
나는 그 사내를 생각하며 씁쓸한 상념에 빠져 들었다. 그날 나는, 우리가 하나님의 간곡한 말씀에 귀기울이지 않을 때 그분께서 느끼시는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 「작은 소리 주님의 음성 큰 울림」/ 맥스 루케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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