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

물맷돌 | 2023.04.14 18:01:3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3320] 2023년 3월 11일 토요일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

 

샬롬! 지난밤 단잠을 이루셨는지요? 3월의 두 번째 주말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나른한 춘곤증 이기는 봄나물 다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먼저 ‘냉이’입니다. 냉이는 특유의 향긋한 향으로 된장국이나 찌개에 자주 사용됩니다. 냉이에는 비타민과 더불어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냉이는 특히 눈 건강에도 좋은데, 망막세포를 보호하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풍부하기 때문이랍니다.

 

국립정신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전화를 거는 환자가 몇 명 있었습니다. 밥 먹고 좀 쉬려고 하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또, 그 환자들이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동생하고 싸웠어요. 동생이 나를 무시해서 속상해요.”

“많이 속상하겠네요. 어떻게 해요?”

“뭐 그래도 언니인 제가 참아야죠.”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그러면, 환자는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저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이야기를 듣고, 그저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는 말만 했을 뿐, 아무런 해답을 준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자기 말을 들어주고 맞장구쳐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겁니다. 만약 제가 섣불리 “당신이 언니니까 참아야죠!”했으면, 환자가 반발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환자가 원한 것은 답이 아니라 자기 말을 그냥 들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답은 환자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누군가 나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면, ‘내가 중요한 사람이며, 이런 일을 겪는 내가 결코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확인하고 안심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그저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면, 자기 이야기를 쭉 풀어놓으면서 스스로 문제를 정리하고 해법을 찾아갑니다. 비록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더라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잘 믿지 못합니다. 내가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상대방이 그것을 빌미로 나를 공격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선뜻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뒤통수 맞을 각오를 한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공격받을 각오를 하고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그것을 가만히 들어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출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 정신분석전문의)

 

오늘 이야기는 제가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상담자에게만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기본적인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너무나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런 자세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남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세가 심히 불량했던 겁니다. 어쩌면 목회자는 다른 어떤 분야의 사람들보다 이런 자세가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나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목회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물맷돌)

 

[얘야(내 아들아), 내 말 좀 들어 보아라. 내 속에서 난 아들아, 내 말에 귀 좀 기울여 보아라. 내가 하나님께 서원하고 너를 낳지 않았더냐?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잠31:2,현대어) 이 모든 재앙이 모세의 율법에 적힌 대로 닥쳤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죄의 길에서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진리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단9:13,쉬운성경)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만일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에게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계3:20,현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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