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이런 모습으로 계속 살 순 없기에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물맷돌 | 2022.11.23 19:33:0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3212] 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이런 모습으로 계속 살 순 없기에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샬롬!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11월 4일 금요일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저의 오른 손 엄지와 검지 끝이 아주 가늘게 금이 가 있습니다. 종종 통증을 느끼고, 꽤 신경이 쓰입니다. 인터넷 장터를 뒤져보니, 실리콘으로 만든 골무가 있었습니다. 한 개에 680원인데, 배송료가 3천원이었습니다. 어쨌든, 구입했습니다. 그걸 끼고 타이핑을 해봤습니다. 그런대로 할 만 했습니다. 아침편지 발송엔 거의 지장이 없습니다.

 

8년 전 사기를 당했습니다. 모아 둔 돈을 몽땅 날리고 8천만 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주야 교대로 공장을 다니면서 주말엔 막노동까지 뛰었습니다. 그래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00만원 안팎. 처음으로 빚을 상환하고 월세까지 냈을 때, 수중에 남은 돈은 5만원이었습니다. 그나마 장마 탓에 막노동을 가지 못하면 돈을 빌려야 했습니다. 갚을 날짜조차 기약할 수 없었으니, 사실상 구걸한 셈입니다. 한 달 내내 하루도 안 쉬고 일하니, 자연히 사람들과 멀어졌습니다. 일주일 내내 통화 목록엔 어머니 이름뿐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였던가, 어머니 허리가 점차 굽어가는 걸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알아보니 ‘척추협착증’이라고 했습니다. 수술하면 금방 좋아질 걸 알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왼쪽 어금니를 뽑은 탓에 오른쪽으로만 음식을 씹으셨습니다. 종종 밤에는 ‘아파서 앓는 소리’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그 신음소리 듣는 게 너무 괴로워서 ‘제발 조용히 좀 하라!’고 신경질 냈습니다. ‘가난에 의지가 꺾이면 곧바로 불효자가 된다.’는 것을,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늘 우울해져서, 퇴근 후에는 술만 마셨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말없이 ‘못난 아들 먹일 술안주’를 만들어 상에 올려놓곤 하셨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계속 살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상황을 바꿀 순 없으니,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현재 무일푼인 제가 장차 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은 두 가지였습니다.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을 지식과, 고된 육체노동을 견뎌낼 튼튼한 몸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일엔 시간을 쪼개서 달리기를 하고, 주말엔 고된 몸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공장에서 과장님 다리가 철판에 짓뭉개지는 모습’을 본 후론 꾸준히 일기도 썼습니다.

 

이력서에 한 줄도 못 남길 그 습관들이 쌓이고 쌓이자, 책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 운이 겹쳐서 첫 작품인데도 꽤 팔렸습니다. 언제나 생활비만 간신히 남아있던 통장에 처음으로 여윳돈이 생겼습니다. 첫 인세로 할 일은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남은 빚을 일시불로 상환했습니다. 마침내 신용회복위원회와의 인연이 끝나는 순간, 삶의 한 고비를 넘겼음에 안도했습니다.

 

얼마 안 가서 또 인세가 들어왔습니다. 그날 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덕분에 통장이 도로 텅텅 비었지만, 별 실감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원래부터 없었던 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10월 초에 다시 고향집에 들렀습니다. 놀랍게도 어머니께서 버스정거장으로 마중 나와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허리 쫙 편 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언덕길을 올라가셨습니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웃음소리는 경쾌했습니다.

 

몇 분쯤 걷자, 괜스레 눈물이 났습니다. 아랫눈썹에 찔끔 맺힌 이슬은 좀처럼 멎지 않고 비가 되어 쏟아졌습니다. 어머니도 대뜸 길에 멈춰 서시더니, 울어대는 아들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여주셨습니다. 청춘을 몽땅 불사른 8년의 투쟁 끝에, 비로소 우리 가족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습니다.(출처; C닷컴, 천현우 / 얼룩소(Alookso)에디터)

 

[비록 주께서 많은 어려움과 힘든 시간들을 나에게 주셨지만, 주님은 나를 다시 살게 하실 것입니다. 땅 속 깊은 곳에 빠져 있는 나를 주님은 다시 불러올리실 것입니다. 주께서 나의 명예를 높여주실 것이며 나를 다시 위로해주실 것입니다.(시71:20-21,쉬운성경)]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