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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2.04.22 19:21:4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3024] 2022년 3월 30일 수요일

 

괜찮아요!(1)

 

샬롬! 밤새 안녕하신지요? 요즘 이곳저곳에서 코로나 확진소식이 들려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는 대부분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데, 이때 명심해야 할 4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답니다. 그리고 방안의 습도조절도 필수랍니다. 둘째,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먹는 것이 좋답니다. 셋째, 일찍 자고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답니다. 넷째, 고열이 3일 이상 가거나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심히 어지러울 경우엔 보건소나 병원에 연락하여 더 큰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답니다.

 

금자 할머니처럼 좋은 분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때 종갓집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다섯 명의 시동생과 시누이를 시집장가 보내고, 자신이 낳은 육남매도 훌륭하게 키워냈습니다. 수십 명의 일가친척이 모이는 제사만 한 달에 두 번 이상이었고, 변변찮은 살림살이에 시동생들의 사업자금까지 대야 했습니다. 하지만, 불평 한 마디, 싫은 내색 한 번 비친 적 없는 금자 할머니였습니다.

 

‘괜찮아요!’는 금자 할머니의 입버릇이었습니다. 힘든 시집살이 중에 시어머니한테 호되게 혼이 나도 “괜찮아요. 제가 부족해서 그래요!”하고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시동생들 공부시키느라 정작 할머니의 자식들에게 쓸 학비가 없어도 ‘괜찮아요!’하고 웃어넘겼습니다. 며느리가 끼니를 못 챙기면 “괜찮다. 그렇잖아도 라면이 먹고 싶었어!”하고 말하는, 너그러운 시어머니였습니다. 평생을 주기만 하고도 모자라, 80을 넘기고 머리가 하얗게 센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받는 것 없이 베풀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깊게 파인 주름 속에 미소가 새겨진 얼굴, 그게 우리가 알고 있는 금자 할머니였습니다.

 

한 달 전쯤, 금자 할머니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배가 아파 병원에 갔습니다. 췌장암 말기였고, 간과 쓸개, 그리고 십이지장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고령이라서 항암치료나 수술이 힘들었습니다. 진통제를 먹은 다음부터 배를 칼로 도려내는 듯한 암성 통증은 없어졌지만, 가족들은 할머니께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할머니의 큰아들이 나쁜 소식을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니, 놀라지 마세요. 어머니가 암에 걸렸대요. 지난번에 배가 많이 아팠던 건, 사실 위염이 아니고 췌장암 때문이랍니다.” 할머니가 대답이 없자, 아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희가 부족해서 편찮으신 거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죄송해요, 어머니!” “괜찮다. 알고 있었다. 배가 많이 아파서 입원했을 때, 너희가 수군거리는 게 하도 이상해서 눈치 챘어. 그리고 암이니까, 그렇게 아팠겠지.” “알고……계셨어요?” “응, 알고 있었어. 너희 잘못이 아니다. 하늘이 이제 그만 살고 오라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막겠어?”

 

아들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평소의 인자한 눈빛 그대로였습니다. 아들이 흐느끼자, 할머니는 아들의 등을 토닥였습니다. 몇 번이고 “괜찮다, 괜찮아!”하고 중얼거리시면서 오히려 자식을 위로했습니다.(출처;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김여환 / 호스피스 병동 의사)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이처럼 좋으신 할머니가, 그리고 이처럼 열심히 사신 분이 무슨 까닭에 암에 걸려서 이처럼 고생을 해야만 하는지?’ 저로서도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머지않아 천국에 가게 되면 하나님께 한 번 여쭤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질병(암을 포함해서)은 꼭 죄를 지은 까닭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때론 그럴 수도 있지만). 구약은 그렇게 말하나, 신약은 다르게 말합니다.(물맷돌)

 

[‘내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보일 참이냐? ‘나(하나님)는 그르고, 네가 옳다’는 것을 한번 드러내 보이려느냐?(욥40:8,현대어) 너는 ‘네가 의롭다’는 말을 하고자, 내 심판을 무시하고 나를 죄인으로 단정할 셈이냐?(욥40:8,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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