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나무판자 담장과 붉은 벽돌 담장

이정수 목사 | 2009.10.17 22:21:5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고전예화 124. 나무판자 담장과 붉은 벽돌 담장

지난 번 중국에 갔을 때 삼합에서 인상적인 사실 하나를 보았습니다. 삼합은  바로 앞에 두만강이 흐르는 중국 측의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삼합에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동네 한바퀴를 휘 둘러 보다가 한 가지 특이한 것을 발견하였는데 그것은 삼합 주민들의 집 구조가 모두 똑 같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똑 같이 먹고 똑 같이 산다는 공산당 이론대로 주민들의 집을 크고 작은 것이 없이 일정하게 짓도록 한 것입니다. 모든 집은 대지 100평 정도에 거실, 큰 방 하나, 작은 방 두 개, 부엌, 창고, 그리고 오십평 정도의 텃밭입니다.

이처럼 집은 똑 같은데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담장입니다. 대부분의 집 담장은 나무 판자를 엮어 세웠습니다. 어떤 집 나무 담장은 낡고 삭고 삐딱하게 휘어져 있습니다. 그 집 텃밭을 보니 잡풀이 무성하고 여기 저기 쓰레기가 널려 있습니다. 어떤 집 나무 담장은 탄탄하고 똑바로 잘 세워져 있습니다. 그 집 텃밭은 잡풀 하나 없이 근대, 배추, 파가 끼끗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둘러보던 중 눈에 확 띄는 한 집을 보았습니다. 그 집 담장은 우리네 벽돌보다 한 배 반 정도 큰 중국식 붉은 벽돌로 말끔하고 튼튼하게 담장을 쳤습니다. 집안 텃밭도 잘 정돈되어 있어 채소들이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에서 모든 주민들에게 똑 같은 조건의 집을 배급하여 주었는데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따라 그 삶의 질이 판이하게 달라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던 것입니다.

나는 그 광경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똑 같은 조건인데 왜 이처럼 판이한 삶의 질이 드러나는 것인가? 나는 그 때 그 원인은 <아,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즉    < 나는 무엇 무엇을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고 싶다!>는 강력한 바램과 뜨거운 소망이 있는 사람과 그러한 바램이 없는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두만 강변의 작은 시골 마을, 똑 같은 100평 대지, 똑 같은 집, 똑 같은 텃밭, 그리고 똑 같은 생활 조건 속에서 나무 판자 담장이 낡고 삭기까지 게으르고 너절하게 사는 사람이 있고, 나무 판자 담장이나마 깔끔하게 다듬으면서 사는 사람이 있고, 나는 나무 판자 담장을 두르고는 살기 싫다! 나는 붉은 벽돌로 멋있고 당당한 담장을 친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로 마침내 말끔한 붉은 벽돌 담장을 치고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의 차이란 나무 판자 담장과 붉은 벽돌 담장의 차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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