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부러운 개 팔자

이주연 목사 | 2012.06.15 11:26:2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태풍이 지나간 끝자락

비와 바람이 산중엔

여전히 거칠기만 합니다.

 

이른 아침 여의도에서

한 회계법인 신우회를 인도하고 올라오는 길에

막 구워낸 빵을 사가지고 사랑의 농장에 오니

노숙인 형제들이 어김없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봄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마음을 붙이고

힘을 모아 함께 지내는 분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비를 피하여

잠시 비닐하우스 안에서

차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듣는 빗방울 소리는

이 우주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낭만의 소리입니다.

그 어느 궁전에서도 들을 수 없는 

영혼을 흔드는 노래가 될 때도 있습니다.

 

중년의 한 형제가 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가정사정으로 13살에 집을 나와

중국집에서 배달을 했습니다. 

배달 다녀오는 길에 한 여자 아이가

예쁜 강아지를 안고 있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그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순간, 누가 쓰러뜨리면서

저를 개 패듯 팼습니다.

광주에 유명한 재벌집 경호원이었습니다.

내가 맞고 나니 그 여자 아이는 개를 안은 채

자가용을 타고 갔습니다.

 

그때 저는 개가 부러웠습니다.

아무 일 하지 않고 저렇게 대접을 받으며 품에 안겨

잘 먹고 잘사는 저 개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는 그런 류의 인생길을 걸어오다가

한 때 사업도 하게 되었는데 잘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정신 없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같이 하던 여자에게 당해서 망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배우지 못해서 당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폐인이 되었다가,

힘을 내서 중학교 과정 공부를 하다가 그만 둬버리고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듣고 철학 강의도 들으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맨토 선생님도 만나고…..

 

그런 연후,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답이다 하는

생각에 이르고 보니 남은 것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마디 응수했습니다.

마음뿐이라면 인생 전부지요!”

 

사람의 마음이야 그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그러나 어찌 합니까?

사람에게 그것 말고

남는 것이 또한 무엇이란 말입니까.<>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죄인된 줄 알 때까진
참된 겸손에 이르지 못합니다. <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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