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이제 나만 남았네!

물맷돌 | 2022.02.10 17:42:4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974] 2022년 1월 31일 월요일

 

이제 나만 남았네!

 

샬롬! 지난밤 편안히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양력으로 정월 그믐날이면서, 음력으로는 섣달 그믐날입니다. 오늘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죠? 아무쪼록, 지난해의 묵은 근심걱정일랑 훌훌 다 털어버리고,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문제입니다. 이 코로나도 하루빨리 훨훨 멀리멀리 다 날려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박금자 어머니께서 제일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혼자 살던 작은 원룸 목욕탕에서 넘어져 3일이 지나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더 살아도 되는데, 더 살아도 되는데…”하시면서, 눈물도 흘리지 않고 먼 허공만 하루 종일 바라봤습니다. 박금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 어머니와 안영희 어머니는 가끔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머니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3월에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부고를 생략하고,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장례를 치렀습니다. 가족회의 끝에 ‘어렵고 힘든 시기라서 일일이 소식을 전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문객 없는 병원장례식장에 앉아 그렇게 곱던 어머니의 환한 영정사진을 바라보면서 제일 마음에 걸린 사람은 안영희 어머니였습니다.

전화기를 들고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더듬더듬 입을 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지난 3월에 그만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전화기 저 너머에서 나직한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섭섭함이 배어있는 목소리로 안영희 어머니께서 힘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왜 연락을 안 했나? 연락을 왜 안 해? 조문도 못 간 나쁜 친구가 되었네. 이제 나만 남았네!”

한동안 침묵 끝에 ‘꼭 한 번 얼굴 좀 보자!’는 말씀으로 전화는 끝이 났습니다. 저는 안영희 어머니께서 보낼 오늘 하루의 어둡고 우울한 무게를 생각했습니다. 며칠 동안 고민하던 저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더 늦기 전에 안영희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제 마음의 짐이 덜어질 것 같았습니다. 아무 이야기인들 어떠하겠습니까? 저는 동창회의 마지막 회원, 안영희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찾아 버튼을 눌렀습니다.(출처; 샘터, 소설가 안 광)

 

박금자, 안영희, 그리고 글쓴이의 어머니. 이 세분은 여고동창인데, 두 분은 하늘나라로 가시고, 이제 한 분만 남게 된 겁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머지않아 곧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사실, 지난해 봄(음력으론 올 봄) 저의 어머니께서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비교적 가까이 지내던 두 분 목사님도 지난해(음력으론 올해)에 돌아가셨습니다. 언젠가는 ‘물맷돌목사가 죽었답니다.’라는 소식이 전해지겠지요?(물맷돌)

 

[인생살이 기껏해야 한 70년, 건강하게 살아도 80년인데, 그 인생살이 고통과 슬픔뿐, 덧없이 지나가고 쏜살같이 빠르게 날아갑니다.(시90:10) 사람들은 모두 한 번은 죽습니다. 죽은 후에는 심판이 우리를 기다립니다.(히9:27)]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