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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1.09.03 23:36:4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837]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마간당 우마가?

 

샬롬! 지난밤 편히 쉬셨는지요? 처서가 지난 때문인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합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뉴스를 들어서 아시겠습니다만, 음주운전으로 다섯 차례나 처벌받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저지른 30대가 결국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1심에서는 벌금 2천만 원을 받았으나, 2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 경우,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하면서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저는 13년 전 삼촌의 결혼식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1월, 두 사람은 시골 교회에서 백년해로를 기약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외숙모는 난생처음 보는 눈이 신기한지 눈송이를 만지며 한참 서 있었습니다. 외숙모는 젓갈을 많이 쓰는 전라도 음식에 적응하기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고자 하는 열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가꿨습니다. 그러나 10년쯤 지나자, 견고했던 두 사이에 녹이 슬기 시작했습니다. 외숙모는 외출과 외박이 잦아지더니 종종 과소비를 했습니다. 가족들이 모여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같았습니다.

삼촌 집에서 하룻밤 묵은 날, 외숙모는 자정이 지나서야 돌아왔습니다. 입술엔 빨간 립스틱을 칠한 채였습니다. 그 모습이 낯설어서일까, 저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외숙모의 무표정한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이 고단해서일까, 오랜 타국살이에 지친 탓일까? 아니면 시험관시술을 여러 번 해도 들어서지 않는 아기 때문일까? 알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그동안 ‘외숙모가 얼마나 외로우며 슬픈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음 날, 저는 아침을 먹으며 외숙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외숙모, 타갈로그어로 아침인사가 뭐예요?” 외숙모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마간당 우마가.” “마간당 우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외숙모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인사를 물어본 것만으로도, 외숙모는 마치 고향친구를 만난 듯 들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타갈로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가 유창한 외숙모에게 통역은 필요 없지만, 외숙모에게 조카가 아닌 친구가 되고 싶은 저의 작은 노력입니다. 부디 제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입니다.(출처; 좋은생각, 이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속사정을 알아보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정말 몰라준다.’고 하면서 투덜대곤 합니다. 흔히들 ‘타향살이가 서럽고 외롭다’고들 하는데, 하물며 타국살이는 오죽하겠습니까? 혹시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잘 돌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저들에는 큰 힘이 되고 적잖은 위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물맷돌)

 

[여러분이 추수할 때에 미처 거두지 못한 곡식단이 생각나거든, 그것을 가지러 가지 말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해 거기 버려두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실 것입니다.(신24:19) 무엇이든지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거든, 먼저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곧 율법과 예언자들의 가르침이다.(마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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