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설악의 아침 구름 속 종교간의 대화

이주연 목사 | 2017.02.16 22:55: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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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정상 중청 대피소에서 산청 대원들과 하루를 자고
새벽에 몰아치는 구름과 바람을 뚫고 대청에 올랐다가
중청에서 간단히 아침을 하고 소청을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설악의 아침은 구름 속에 신비로움을 더하고
대원들은 세상을 잊고 큰 산의 품에 안겨
산비탈 숲으로 난 길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제일 뒤에서 길을 따르는데 짙은 산 안개 속에서
한 손에 큰 묵주를 들고 길을 가는 이가 있어 다시 보니
승복을 하고 등산 모를 쓰고 스틱을 든 스님이었다.
 
“스님이신가요?”
“예!”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한다.
 
나도 답례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내게 묻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예 저희들은 교회에서 왔습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순하군요!”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예전 백담사 주지스님은 제게 기독교인들을 보고
사납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목사님이신가요?”
“예!”
 
“저는 서울서 왔는데 스님은 어디서 오셨나요?”
“예 저는 남쪽 K시에서 왔습니다. “
 
스님이 염려스런 표정으로 입을 뗀다.
“요즘 경기가 안 좋지요?”
“예, 요즘 경제가 좋지 않아 젊은이들이 특별히 어렵지요!”
 
“우리는 경기가 안 좋은데
그쪽(교회)은 어떤가요?”
 
순간 이 무슨 말인가, 생각이 멎었다.
대답할 낱말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다시 묻는다.
“그쪽은 십일조 있어서 괜찮지요?
우리는 아주 어렵습니다. 큰일났습니다.
거기는 부흥회 하면 괜찮다고 하던데…” 
 
설악을 타고 오르는 구름과 바람이
우리를 감싸며 묻는다.
“이 나라 이 시대 너희들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소청에 이르러 산 안개 속에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서로 다른 길 안개 속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주연>
 

*오늘의 단상*


돈은 실로 위력적이지만
돈 이상을 생각지 못하는 삶은
결국 우리를 약하게 만듭니다.
<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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