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성금요일의 재활용

손석일 목사 | 2021.06.14 23:24:5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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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성금요일의 재활용


미국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들어와 신학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임사역자가 된 그해 성금요일 아침에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던 상자 세 개를 분리수거를 위해 내놓았습니다. 전공 책과 자료는 거의 다 버렸지만, 손때가 묻어 차마 버리지 못했던 책 한 상자와 수업 노트 한 상자, 연구자료 한 상자였습니다. 빼곡히 붙은 포스트잇 메모와 깨알같이 쓴 시험노트, 밤새워 연구한 박사학위 자료는 10년 동안 자식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분리수거함에 내놓고 돌아서는데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재활용을 위해 내놓았으니 그 안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을 것입니다. 10여년 만에 다시 맞이한 성금요일에 내려놓은 전공이 십자가의 은혜로 목회 인생 속에서 거듭나기를 기도해봅니다. 성금요일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은혜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거듭남의 은혜가 있길 기대하며 감사하는 시간이 돼야겠습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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