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물맷돌 | 2021.09.10 22:38:0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843] 2021년 8월 31일 화요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사는 게 귀찮습니다!

 

샬롬! 지난밤 편히 쉬셨는지요? 8월의 그믐날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내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빕니다. 이 글 끝머리에, 춘원 이광수 선생이 잡혀가시던 날 전후를 아주 소상하게 밝힌 글을 링크해놨습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춘원의 막내 딸 이정화 교수가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 과연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6·25동란이 일어났던 그 당시 상황을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잘 썼습니다.

 

대학교 3학년 초, 폐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1시간 동안 걸어가서 강의를 들은 뒤,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과외 하러 나가는 고단한 날들이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목발을 짚고 너무 오래 걷다 보니, 갈비뼈에 폐가 부딪치면서 폐에 구멍이 난 것입니다. 2주간 치료하고 퇴원했으나, 다시 통증이 시작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갈비뼈 사이를 벌려 폐를 수술했는데, 숨 쉴 때마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진통제를 맞아도 몇 시간 있다가 다시 통증이 계속 되었습니다. 숨을 쉬면 아프고,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반지하 방에 누워서 두 계절을 지낸 후에야 겨우 바깥세상을 구경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주 후, 반대편 폐에 똑같은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는 ‘갑자기 폐가 파열되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며 ‘당장 수술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받는 대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고통을 또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습니다. 앞으로도 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일 거라는 절망이 밀려왔습니다. 계속 건강문제로 걸려 넘어질 테고, 지하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학비마련을 위하여 과외 하러 다녀야 하고, 수학과를 나와 봐야 별로 할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겹치면서 ‘그냥 지금 천국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상 한강에 가니, 지금까지 저를 돌봐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이대로 죽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한적한 기도원을 찾아갔습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보다는 그냥 하소연을 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나으면 또 아프고, 나으면 또 아프고, 사는 게 귀찮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저를 데려가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고통이 극심하면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시간이 왔습니다. 아픈 몸으로 학교 다니며 과외하고, 그렇게 계속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출처; 신앙계, 김인강 고등과학원 교수) ☞내일 계속

 

※딸이 본 납북 전(前) 춘원(春園) 이광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8/29/Y2NWTDWE6FCWPKOD6ILY2FOBTE/

백범 김구는 동학에서 불교로, 불교에서 다시 기독교로 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춘원은 동학에서 기독교로, 나중에는 불교로 개종했습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눈물로 반성했답니다. 또한, 딸들에게 풍금을 치며 찬송가를 가르쳤는데, 특히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을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