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조련사와 독수리

김용호 | 2010.12.18 00:39:3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조련사와 독수리

한 장난꾸러기 아이가 우연히 산속을 지나다 독수리 둥지에
든 알을 발견했다.
아이는 집에 있는 암닭에게 이 알을 품게 하면 독수리가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얼른 하나를 집어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며칠 뒤, 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정말로 새끼
독수리가 태어났다.

새끼 독수리는 자신이 독수리인지도 모른 채 다른 닭들과 어울려
함께 곡식을 쪼아먹으며 자랐다.

그런데 하루는 엄마 닭이 다급하게 뛰어오며 새끼 병아리들을
우리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큰 독수리 한 마리가 닭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닭은 독수리에게 새끼를 빼앗길까 마음이 불안했다.

그런데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본 순간,
새끼 독수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와, 멋있다! 내가 만약 독수리로 태어났다면 저렇게 멋진
날개를 가졌을 텐데."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병아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 바보야! 닭이 어떻게 하늘을 나니? 꿈 깨."
"그래, 네 말이 맞아. 닭은 하늘을 날 수 없어. 그렇지?"

새끼 독수리는 얼른 고개를 돌려 병아리와 함께 곡식을 쪼아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조련사가 친구와 함께 농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들은 닭 우리 속에 독수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독수리가 저기에 있는 거지? 내가 데려다가 나는 법을
가르쳐야겠어."

그러자 친구가 그를 말렸다.
"병아리와 함께 자라 이미 날개가 퇴화되었을 거야. 그만 포기하게."

하지만 조련사는 그와 생각이 달랐다.
그는 독수리를 농장지붕 꼭대기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면 분명
날개가 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새끼 독수리는 '파닥파닥' 몇 번 날개 짓을 하는 듯하더니
금세 아래로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조련사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찾아 그 위에서 독수리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비록 닭들과 함께 자랐지만 본능은 숨길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독수리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결국 조련사는 새끼 독수리를 산 절벽 위로 데려갔다.

친구가 그를 말렸지만, 조련사는 이미 확신에 차 있었다.
새끼 독수리는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집과 농장,
강과 나무들이 모두 자신의 발아래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환희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날개 밑이 간질거려 왔다.
조련사가 독수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독수리는 아래를 떨어져 버리는 듯하더니 금세 날개를 활짝 펴
고는 마침내 하늘을 날아올랐다.

독수리는 조련사 덕분에 잃었던 본능과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새끼 독수리와 다를 바가 없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숨겨져 있는 것도 알지 못한 채
하늘을 나는 꿈만 꾸고 있지는 않는가?

더 우스운 일은 이러한 꿈이 종종 주위 사람들의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
"네가 어떻게 그걸 해?" 라는
몇 마디 말에 금세 무너져 버린다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독수리라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닥을 딛고 하늘로 날아 올라라.

현실에 안주한 채 곡식만 쪼아먹고 있다가는
평생 병아리를 낳을 수 없는 닭으로 살게 될 것이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http://www.gudosesang.com


 

댓글 쓰기

목록 삭제
Copyright © 최용우 010-7162-3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