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독선적인 사람일수록 칭찬과 반성에 인색하고 비방과 열폭에 능숙합니다.

이외수 | 2011.06.27 13:48:48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감기님을 시래기가 들어간 잡어 매운탕과 메기찜 등으로 잘 대접해 드렸더니 닷새쯤 머무르시다 조용히 물러 가셨다. 감기님도 양약 따위는 많이 먹어 봐서 꿈쩍도 하지 않으신다. 얼큰한 우리 음식을 대접해 드리면 의외로 빨리 자리를 뜨신다.

 

2.인터넷에서 자행되는 극단적 부작용만을 열거하면서 정부가 인터넷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의 주사가 심하면 아버지의 주사만 고치면 된다. 그런데 온 가족을 술이 없는 무인도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무는 격이다. 퍽!

 

3.독선적인 사람일수록 칭찬과 반성에 인색하고 비방과 열폭에 능숙합니다.

 

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바람 따라 흔들릴 줄만 알면 결코 부러질 일은 없습니다. 긴 겨울 끝나고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을 피우겠지요.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 달디 단 열매도 영글겠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경배를 드립니다.

 

5.한국 사람들은 어떤 의견에 대해 맞느냐 틀리냐의 등식을 병적으로 적용시키려는 습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의견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될 사안도 반드시 맞다와 틀리다로 규명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오랜 시험강박증에서 기인한 일종의 병폐지요.

 

6.미국은 유인왕복우주선을 타고 달에 가서 성조기를 꽂았습니다. 한국은 툇마루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달에다 계수나무를 심었습니다.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어느 쪽이 더 예술적 감성에 가까운가 하는 것입니다.

 

7.미국은 최근 쇳덩어리를 타고 달나라에 가서 짱돌 몇 개 집어 와서 자랑을 해댑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마당에 앉아서 달나라에 토끼를 사육하고 떡방아질까지 시킵니다. 어느 쪽이 고수일까요.
 

8.세상에는 참 멋진 인물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가 적이 아닌 관계를 유지하면서,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나쁜 놈들을 아군으로 두지 않았다는 사실도 크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요.
 

9.겨울은 음악이 투명해지는 계절. 음악이 투명해질수록 늑골은 허전해지는 계절. 끝내 그대에게는 오지 않는 사랑, 빌어 먹을 개나 물어가라고, 아프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계절. 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사랑을 위해 가슴에 간직했던 잠언들은 버리지 않는 계절.
 

10.이따금 거울을 보면서, 힘을 내, 너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라고 격려해 주십시오. 삭막하고 외로운 세상, 자뻑은 스스로 만들어 복용하는 자양분의 일종입니다. 꿀꺽.

 

-이외수 트위터에서  http://twtkr.olleh.com/oi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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