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거짓말 경쟁력

김필곤 목사 | 2011.06.03 00:08:15 | 메뉴 건너뛰기 쓰기

002.jpg 미 MIT대의 로버트 펠드맨 교수(심리학)는 "거짓말은 나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회적 기술이다. 항상 정직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수없이 불쾌한 상황에 빠질 것"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11-16세까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청소년일수록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적당한 거짓말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거짓과 구별된 진공상태에서 살 수 없고 적당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융통성 있게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거짓말을 하고 산다고 합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사람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를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20명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하여 조사한 결과, 하루에 약 2백 번이나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8분에 한 번 꼴로 거짓말을 했고 가장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상점의 점원, 병원의 접수 카운터 근무자,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세일즈맨, 심리학자 등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직업적으로 거짓말을 많이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 직업에서는 적당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그 직업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경쟁력의 일부가 됩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문한 손님이 음식이 어찌되어 가느냐고 물으면 상습적으로 "곧 나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사실대로 말하면 그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 그 직장에 오래 머물 수가 없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점원이 상품 선전을 하는데 자신이 소개하는 상품이 최고의 상품처럼 선전합니다. 그들은 왜곡하고 변색, 변조, 확대, 축소, 과대 선전을 하면서도 전혀 가슴 두근거림이나, 눈, 손놀림, 표정, 목소리가 달라지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36%,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26.6%가 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거짓말이 경쟁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거짓에 따른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아무리 정상적인 사회일지라도 적당한 거짓말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참말만을 말하면 사회 조정기능과 통합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오히려 끔찍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사실보다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것이 매우 훌륭한 사회적 전략임을 알고 있습니다. 드골 같은 거물 정치인도ꡒ정치인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결코 믿지 않기 때문에 남이 자기 말을 믿으면 놀란다ꡓ고 말할 정도로 정치인에게 거짓말은 정치적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적 도구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이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하면 사는데 불편할 것 같아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하는 약을 골고루 나누어 뿌려주라고 헤르메스에게 명령을 내렸답니다. 헤르메스는 거짓말 약을 닥치는 대로 사람들에게 뿌렸는데 마지막으로 정치인 한 사람의 차례가 되었는데 약이 너무 많이 남아 그것을 다 그 사람에게 뿌려버렸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은 거짓말 약을 애초부터 많이 받아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신이 가지각색의 직업인을 만들었답니다. 사람들에게 골고루 양심을 반죽해서 넣었는데 양심만 있으니 너무 맛이 밋밋해서 거짓말을 섞었답니다. 그런데 깜박 하여 정치인의 머릿속에 두뇌를 넣는 것을 잊었답니다. 그런데 남은 재료를 살펴보니 거짓말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정치인의 몸 속에 넣어 정치인들은 거짓말 보따리를 하나 더 갖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정치인의 배가 너무 불룩해 거짓말 보따리를 다시 빼낸다는 게 잘못하여 양심의 보따리를 빼내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정치인이 “왜 자신에게서만 양심의 보따리를 빼내었느냐?”고 투덜거려 귀찮아진 신이 정치인의 배에서 빼낸 양심을 그의 얼굴에 모두 발라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얼굴에 선한 철판을 깔고 얼마든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도 표정하나 바뀌어지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거짓말을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면 ‘거짓말 경연’을 하는 것같이 보입니다. 진실을 규명한다고 말은 하지만 누가 거짓말을 잘하는가를 경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식 수준으로도 옳고 그름이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을 갖가지 방법으로 은폐하고 폭로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속성이 있고, 정치인의 언행은 신문이나 방송에 의해 전달되기 때문에 사실의 30%보다 포장된 70%가 훨씬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입법기관의 본문을 망각하고 오직 대권을 향한 거짓말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을 위하는 ‘하얀 거짓말(white lie)’은 그래도 운치가 있습니다. 신앙인은 거짓말 탐지기도 먹지 않는 ‘시커먼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 경쟁력이 되는 사회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거짓말 경쟁력 /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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