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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곤 목사 | 2012.07.10 11:5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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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복수

 

물은 수증기가 되기 전에는 위로 올라가는 법이 없다. 작은 물이든 큰물이든 언제나 아래로 흘러간다. 큰 돌은 작은 물에 버티고 있지만 큰물이 흐르면 버틸 수 없다. 큰물과 함께 흐를 수밖에 없다. 거래처 김 회장이 만날 때 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등록하라고 종용했다.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이익은 없겠지만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을 알고 만날 때마다 부담을 주었다.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라 옮길 수 없었다. 특별히 교회를 옮길만한 사정도 없는데 사업관계로 교회를 옮기기는 싫었다. 더욱이 거래처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관계가 나빠지면 사업에도 지장을 줄 것 같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회피했다.

그러나 김 집사는 집요하였다.
“이 사장님, 우리 교회에 나와 나랑 같이 신앙 생활합시다. 이 사장 같은 분이 우리 교회에 오면 우리 교회가 환해질 것 같아.”
김 회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회장님도, 회장님 다니는 교회에는 교인들도 많고 인재도 많을 턴데 저 같은 사람이 그 교회 나간다고 무슨 도움이 되나요?”
“아니야, 난 이 사장님과 같은 분과 신앙생활하고 싶어. 다음 주일에 우리 교회에 나오는 것입니다.”
결혼한 후 이제까지 교회를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
“회장님, 저는 교회를 옮길 수 없습니다. 개척할 때부터 다닌 교회이고 제가 섬기는 교회는 아직 너무 미약하여 제가 떠나면 교인들이 다 감기가 걸립니다.”
“이 사장님, 뭐 그렇게 한 교회에 미련을 가지십니까? 교회는 다 같은 교회가 아니겠어요. 이 사장님 그 교회에 없어도 그 교회 잘 돌아 갈 것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부탁입니다. 이사장님 말고도 우리 교회에 나올 수 있는 거래처 사장님 많이 있습니다.”

교회를 옮기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꾼다는 최후 선전포고로 들렸다. 약자는 자석처럼 강자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세상인데 어찌 보면 납품 업체를 운영하는 데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김 회장과 관계가 나빠지면 사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알았습니다. 가족들과 상의하여 결정하겠습니다.”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요. 내가 이 사장님을 좋아하니까 같이 신앙생활하자는 거요.”
아이들은 반대였다. 그러나 아내는 의외로 찬성이었다. “여보, 삶은 현실이지 않습니까? 마음은 괴롭지만 현실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신앙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회장님 교회에 가서 신앙생활 합시다. 한 번 교회를 옮겨보는 것도 우리에게 신앙 성장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르죠.”
교인과의 인간관계를 힘들어 했지만 이렇게 쉽게 말할지는 몰랐다.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척교회를 선택한 것은 아내였다. 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가 사업에 도움이 될 것같았는데 아내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개척교회를 선택했다. 십자가를 장식품으로 달고 사는 삶이 아니라 지고 사는 삶을 살자고 했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아내도 이제 지쳤는가 보다. 교인들과 힘든 인간관계를 피하고 싶은가 보다.

김 회장이 다니는 교회에 등록하고 출석했다. 예배 분위기는 차가웠고 무거웠다. 목사의 설교에 으레 ‘아멘’으로 화답을 하는데 어느 누구 한 사람 ‘아멘’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 집사가 대표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에 다니는 교회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마 교회를 옮겼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계속 전화가 오자 아내는 냉정하게 말했다.
“여보, 우리 전화 받지 맙시다. 전화하시다가 지치면 포기할 것입니다.”
회사에 출근하였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발신 전화를 보니 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였다. 받지 않았다. 김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바로 받았다.
“이 사장님, 이제 우리 교인이 되었으니 나 좀 도와주어야 하겠어요.”
담임 목사가 잡지를 보고 설교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를 보내려고 하는데 교인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 직원들을 교회에 등록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 집에서 개척하였습니다. 정말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장로님이셨는데 독재하시는 목사님 밑에서 말씀 한 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한이었습니다. 교회는 민주화되어야 합니다. 저는 만인 제사장 교회를 꿈꾸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들이 말로만 만인 제사장이지 실제는 너무 다릅니다.“
부지를 전세로 얻어 가건물로 예배당을 짓고 목사를 초빙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회사 직원들이 모였는데 신도시인지라 입주자들이 많아 교회는 급격히 부흥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유를 알기 위해 가장 반대한다는 최 집사를 찾아갔다.
“김집사님을 더 이상 우리는 따를 수 없습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참 좋으신 분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김집사님 마음대로 하려고 합니다. 목회자를 4년 동안 4명이나 갈아치웠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제로 내 보내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 목사님도 잡지에서 설교를 인용하였다고 보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공동의회가 열렸다. 김 집사는 목사가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의 가족과 회사 직원 외에는 없었다.
“그럼 내가 떠나겠습니다. 내가 지은 것 내가 다 가지고 떠나겠습니다. 교회는 깨끗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깨끗하지 못한데 어떻게 교회가 희망이 있겠습니까?”
다음 날 김 집사는 교회에 나오라고 했다. 교회에 가보니 사람을 동원하여 교회의 임시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상한 복수/열린교회/김필곤 목사/콩트 하늘바구니/200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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