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용문산-장군봉-백운봉 종주기

이정수 목사 | 2009.12.19 21:59:4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고전예화511. 용문산-장군봉-백운봉 종주기


2월 2일(토). 그 동안 미루었던 백운봉(940M)-함왕봉(947M)-장군봉(1065M)-용문산(1157M)을 종주하기로 마음먹고 양평역 공터에 차를 주차 시키고 택시로 양평 새수골 용문산 자연휴양림(5,800원)에 도착. 오늘 종주 코스는 자연휴양림-두리봉-헬기장-백운봉-여우봉-함왕봉-장군봉-용문산-용문사 일주문으로 산행 거리: 11 Km, 산행시간: 7시간(10시 16분-17시 16분).

겨울 산을 종주하는 과정은 우리 인생 과정과 참 비슷합니다. 10 대는 평탄하듯  산 들머리는 평탄합니다. 2-30 대는 대학-직장-결혼 등으로 버겁듯 산 능선에 오르는 길은 무척 힘듭니다. 4-50 대는 어느 정도 안정을 얻어 그런대로 굴러가듯 일단 산 능선에 올라 정상에 이르는 길은 오르내리는 굴곡은 있지만 능선을 오르는 것만큼 힘들지 않습니다. 6-70 대는 자기 인생을 마무리하듯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산을 처음 오를 때보다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고(산행 중 영양 보충이 부족하였다면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겨울 해가 짧아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초조합니다.

나는 이 번 용문산을 종주할 때 처음에는 파란 하늘-힘 있게 솟은 명랑한 햇빛-하얀 눈-이름 모를 산새 소리-맑은 바람으로 혼자 걷는 산길이 전혀 외롭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 행복하고 신났습니다. 그런데 사과 한 알+쵸코렛 몇 개로 점심을 대신하고 험난한 산길을 걷다보니 산행 중간 지점을 넘어서서부터는 체력이 떨어져 처음의 밝고 힘찬 기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날은 어두워 가고 갈 길이 먼데 배는 고프고 아이고 큰일이로구나 하는 처량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온 다른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컵 라면-하얀 이밥-갖가지  반찬-막걸리-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기쁘게 웃는 걸 보니 배는 더욱 고프고 으슬으슬 춥기도 하고 외롭기 한이 없었습니다. 오호, 이런 것이 외로운 것이로구나!

그 때 내 마음을 스치는 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춥고-외롭고-배 고프고-갈 길은 멀고-체력은 떨어졌다. 그것이 엄연한 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빌빌거리며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고 이 일 저 일을 생각 하니 외롭기 한이 없다” 라고 계속 중얼거리며 하산 할 것인가? 아니다! 암 아니고말고! 이럴 것이 아니라 얼른 하산하여 맛있는 것 푸짐하게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배낭을 단단히 조이고 가슴을 펴고 다리에 의식적으로 힘을 주고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니 이제까지 처량하고 어둡던 내 마음이 밝아지고 없던 힘이 절로 나서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잘 하산하여 양평역 앞 할매 보쌈(20,000원)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몸 씻고 하이든 음악을 들으며 잘 먹고 기분 좋은 피로감 속에 잘 잤습니다.

모든 우울한 것을 극복하는 것은 强靭(강인)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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