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사랑합니다.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이외수 | 2011.09.30 14:43:5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 마당 가에 서 있던 눈사람이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눈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습니다. 봄이 오려나 봅나다. 봄이 오면 꽃이 피겠지요. 하지만 꽃이 핀다해도 죽은 경제가 살아날지는 의문입니다.

 

2 사사건건 남의 일에 시비를 거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찌 사시는 분인가 궁금해서 알아 보면 자기 치다꺼리조차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젊었을 때로 끝냈으면 좋겠는데 이런 분들일수록 대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증명하고야 맙니다.

 

3 이제 더 이상 예술가들한테 헝그리정신을 강요하지 마세요. 배가 고프면 작품도 덩달아 궁색해집니다. 그 잘나빠진 헝그리정신은 고관대작들한테나 던져 주세요. 그 분들은 대부분 배고픈 사람들 심정을 모르는 듯이 처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제 책을 모두 독파해야만 골수독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 한 줄의 글을 읽으셨더라도 제 마음의 뿌리를 선명하게 들여다 보셨다면 골수독자를 자처하실만 합니다.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5 저는 트위터에서 가급적이면 초보자들을 팔로윙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타임라인에 제 글만 좌악 뜬다고, 잔소리 심한 노인으로 간주해서, 언팔 또는 블록당하는 굴욕을 몇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팔로윙 최우선순위는 당연히 제 문학의 골수독자입니다.
 

6 제기럴,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우수, 경칩 다 지났는데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눈입니까. 꽃이 피어야지요. 눈꽃 말고, 복수초, 바람꽃, 현호색, 진달래, 개나리,민들레, 벚꽃들이 차례로 피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암울한 세상, 날씨마저 왜 이럴까요

 

7 질문-감성을 충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사랑을 하시면 됩니다. 질문- 애인이 없는데요. 답변-만인, 만물을 애인으로 삼으시면 됩니다(차라리 무감성으로 살겠다는 분, 수업 끝날 때까지 복도에 나가 손 들고 무릎 꿇고 앉아 계시도록).

 

8 감성이 부족하신 분들의 특성-육체와 물질에 지나치게 천착합니다. 이 말은 물질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감성이 고갈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감성이 고갈되면 정신과 영혼도 황폐해지기 마련입니다.

 

9 음악을 들어도 외롭고 책을 읽어도 외로운 새벽입니다. 출첵하면서 그대에게 한 줄의 고백을 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10. 우牛牛牛牛牛牛 하는 소리로 바람이 울부짖고 있다. 우牛牛牛牛牛牛. 땅에 묻힌 소들 때문에.

 

-이외수 트위터에서  http://twtkr.olleh.com/oi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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