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판단의 폭력성 수술하기

김필곤 목사 | 2011.05.01 23:59:5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판단의 폭력성 수술하기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이 훌륭한 랍비에게 지혜를 가르침 받기 위해 갔습니다. 랍비는 그를 제자로 받기 전에 먼저 시험을 했습니다. 시험은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두 사람이 굴뚝을 청소했는데 한 사람은 얼굴이 시커멓게 됐고 다른 한 사람은 깨끗했다는 것입니다.그러면 둘 중 누가 먼저 얼굴을 씻으러 가겠느냐는 것이 문제였습니다.그는 당연히 더러운 사람이 씻으러 갈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그러자 랍비는 그를 지도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랍비는 말합니다. 씻으러 간 사람은 더러운 사람이 아니라 더러운 사람을 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얼굴이 더러운 사람은 상대방이 깨끗하니까 자기도 깨끗한 줄 알고 씻지 않지만 깨끗한 사람은 상대방이 더러우니까 자기도 더러운 줄 알고 씻으러 간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돌아가 공부를 많이 한 후 다시 랍비를 찾았습니다. 훌륭한 랍비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랍비는 똑같은 문제를 내었습니다. 그는 자신있게 얼굴이 깨끗한 사람이 얼굴을 씻으러 갈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역시 틀렸다고 말하며 그를 제자로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랍비의 대답은 얼굴이 더러운 사람은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먼저 씻으러 가고 깨끗한 사람은 일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이 질문과 대답은 아마 100번을 한다고 해도 맞출 수 없을 것입니다. 답은 랍비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랍비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의 질문은 지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에 이르면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말할 수 없고 임의성, 상대성 나아가서는 가진자의 폭력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칙이나 공정성이, 합리성이나 객관성이 없이 부당하게 힘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입니다. 오늘 이 시대는 "짐이 국가"가 되는 판단의 폭력성이 심각한 위험 수위에 이르렀습니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객관성을 잃어버린 제멋대로 언어를 부끄러움 없이 언론 매체에 퍼부어 대고 있고 힘있는 자들은 속살 깊숙이 욕심을 파묻고 그럴 듯한 언어의 논리로 포장하여 백성을 현혹하는 것들을 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좋은 사람도 되고 나쁜 사람도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은 어떤 경우도 그 사람을 좋게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피해를 본 사람은어떤 경우든 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령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일을 많이 한다해도 그것은 또 다른 명예를 얻기 위한 술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잣대를 사람들은 편견, 혹은 선입견이라고 말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이 없을 수 없지만 지나친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발생되는 언어와 행동 양식은 정상적인 힘에 의해 제어 받지 못하고 자신의 주장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동원한 폭력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편견은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마음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입니다. 판단의 기준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왜곡, 축소, 확대 해석하여 자신의 유익, 편리, 쾌락에 맞추어 마음의 법칙을 재 정렬하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견은 무지의 소산, 경솔한 행위의 원천으로 자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소외시켜 사회를 혼란상태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심각한 편견을 가지게 하는 것은 연고주의입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지연, 학연, 혈연 중 어느 사슬 하나에 묶이기만 하면 모든 정상적인 판단이 정지되든 병이 나는 현실들을 봅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판단할 때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와 후광효과(Halo effect)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합니다. 초두효과는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커다란 영향을 준다것입니다. 휴광효과는 사람들은 일단 한번 판단하게 되면 그 판단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처음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되는 자극에 영향을 주어 전체적인 판단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인관계뿐 아니라 인간 삶의 판단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권이나 정치적 판단에서 더욱 큰 영향을 줍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속 깊이 심겨져 있는 암적 판단의 폭력성을 수술해야 합니다. 공정한 판단, 객관적인 판단, 정상적인 판단을 위한 마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상대방을 접했을 때 첫 인상으로부터 마음의 판단을 올바르게 하기 위한 세코오드의 추정방식 이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적으로 확대하여 생각하는 과정을 제거하라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것을 항구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수술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전에 겪은 경험을 토대로하여 일반화하려는 경향을 수정하라고 합니다. 셋째는 카테고라이즈(Categorige) 경향을 제거하라는 것입니다. 미리부터 준비된 몇 가지의 정형화된 틀 속에 상대방을 포함시키려는 경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기능적 특성에 기초를 둔 추정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이 작은 사람은 과묵하다고 미루어 판단한다든지 이마가 넓고 큰 사람은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비유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더부룩한 머리나 거친피부 등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거친 사람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 존재 중의 하나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포장된 연고주의에 의한 판단의 폭력성입니다. 정상적인 마음 세포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는 이 암덩어리를 수술해야 합니다. 판단은 예수님을 통해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성경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 3:28)"라고 말씀합니다.

판단의 폭력성 수술하기/김필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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