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사랑은 유통기한이 없다네

낮은 울타리 | 2004.06.25 18:12:4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네

  "손님, 어떤 빵을 찾고 계십니까?"
  벌써 이십 분 째, 물건은 안 사고 진열된 빵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청년에게 편의점 주인은 참다못해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청년이 하는 말이란.
  "유통기한을 봤어요. 혹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진열하지 않았나 해서..."
  "몇 개는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지만 안심하고 드셔도 좋을 빵만 있습니다."
  "그렇군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있는 청년은 언뜻 보기에도 지저분했습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았는지 몸에선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주인은 그런 청년을 내쫓지 않았습니다.
  자정 무렵이 되자 청년은 조심스레 빵 하나를 집어 진열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곤 시계가 열두 시를 막 넘어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그 빵을 들고 계산대로 가져가더니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힘이 없는지 얼마 못 가 털썩 주저앉는 청년의 어깨 위로 잠시 후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지요. 돌아보니 놀랍게도 편의점 주인이었습니다. 당황한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서둘러 내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며칠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해 훔쳤습니다. 이 빵은 자정이 넘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거예요."
그러자 편의점 주인은 주머니에서 우유를 꺼내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이,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으니 이것과 함께 천천히 들게나."
/낮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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