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마지막 고료?

김상길 | 2005.04.20 22:43:2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네 할머니에 대한 시를 써 봐라”고 말했다. 소년이 열심으로 시를 써서 할아버지에게 보여 주자 대충 읽어 본 할아버지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시는 형편 없지만 정성을 봐서 용돈은 준다. 자,받아라. 네가 글을 써서 받는 최초의 돈이다. 그러나 명심해라. 이것이 시를 써서 받게 될 마지막 돈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할아버지는 ‘세계적인 손자의 재능’을 전혀 몰라봤다. 아이는 자라 1855년 영국을 대표하는 계관시인이 된다. 그의 이름은 알프레드 테니슨. 할아버지에게 냉대받았던 그는 1883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남작작위를 받으며 ‘국보(國寶)시인’의 위치까지 오른다. 그의 ‘암벽 사이에 핀 꽃’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작은 꽃,하지만 내가 너의 본질을/뿌리까지 송두리째 이해할 수 있다면/하나님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련만”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얼마나 큰 오류인가.

김상길논설위원 s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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