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잊지 못할 설교

레베카 | 2005.04.30 15:36:1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어느 날 빌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에 갔다. 언제나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구멍 난 옷과 청바지를 입고 맨발로 교회에 들어섰다. 교회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예배는 이미 시작되었다. 자리를 찾아 빌은 앞쪽으로 갔다. 사람들은 조금 불편한 눈초리로 빌을 쳐다보았지만 그 누구도 뭐라 말하지 않았다. 강단 가까이까지 갔지만 결국 빈자리를 발견하지 못해 강대상 앞의 빈 공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한 그의 행동이 대학에서는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겠지만 교회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별스러운 장면이었음이 분명했다.
빌이 자리를 잡을 즈음 교회당 뒤쪽에서 집사님 한 분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그 집사님은 팔순 나이로 은빛 머리에 정장을 하고 있는 신사였다. 신앙심이 아주 돈독한 사람으로 예의바른 분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빌 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교인들은 생각했다. ‘집사님이 저 젊은이에게 어떻게 하든 저분을 비난할 수는 없어. 저토록 점잖으신 분이 어떻게 저런 대학생을 이해할 수 있겠어.’
교회는 쥐죽은 듯 고요했고 오직 집사님의 지팡이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빌 곁에 다가 간 집사님은 바닥에 앉아 있는 빌 옆에 조용히 앉는 것이 아닌가. 그날 예배당에 있던 교인들은 모두 감동으로 목이 메었다. 정신을 차리신 목사님이 교인들에게 설교를 시작했다. “여러분은 오늘 제가 할 설교는 금방 잊을지 모르지만, 방금 보신 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 레베카 피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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