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당신의 신음도 들으신다

제럴드 | 2004.04.25 11:53:0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고속도로 맞은편에서 차량 한 대가 아주 빠른 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침 그곳은 커브 길이라 나는 속도를 조금씩 늦추었다. 하지만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는 그러지 않았다. 그 차는 곧바로 중앙선을 넘어 우리가 탄 밴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내 눈앞에서 아내 린다와 어머니와 딸 다이아나 제인이 숨이 멎은 채 뒤엉켜 있었다. 사고 직후 몇 시간 동안 나는 처음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어지럼증을 느꼈으며, 상실감에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으며, 고통으로 구역질이 났다.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진 차체와 여기저기 흩어진 유리 파편과 엉망이 된 식구들의 몸뚱이를 눈앞에서 지워낼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내겐 아직도 책임져야 할 세 아이들이 있다는 생각과 지난 40여 년간을 살아낸 삶의 습관이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기도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고통이 내 머리를 후려쳐 바보로 만든 것 같았다. 내 입을 통해 나오는 유일한 소리라고는 신음뿐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것조차도 듣고 계시며 그런 내 심정을 잘 아시리라고 믿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에서 이와 비슷한 고백을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설령 하나님 앞에서 잠자코 있을지라도 그것이 신앙의 결핍을 나타낸다든가 아니면 그분을 거스리는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우리의 침묵은 하나님으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탄식’에 빠진 우리를 중보하러 가까이 오시도록 하는 초청이 된다.

- 「하나님 앞에서 울다」 /
제럴드 싯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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