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야기2023년 수덕의삶 › 엄청난 소리

최용우 | 2023.01.10 06:29:5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7419번째 쪽지!

 

□7. 엄청난 소리

 

1.오래전 서울에 있는 아무개 수도원에서 관상기도를 배웠던 때가 생각납니다. 전국에 유명한 기도원은 거의 가 보았지만 수도원은 처음이었습니다. 수도원에서의 공부는 무조건 1시간 침묵기도를 하고 시작하며, 수업을 마칠 때도 1시간 침묵기도를 하고 마무리를 합니다. 첫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무조건 가부좌로 앉아서 눈을 감고 1시간 ‘침묵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원이나 교회처럼 기도할 때 찬송가 반주가 울려 퍼지는 것도 아니고 다짜고짜 눈을 감고 그냥 앉아서 1시간 후 끝났다는 죽비가 딱딱 울리기 전까지는 그냥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2.기도원 1층에 있는 카센터에서 땅땅 망치질 소리, 드릴 소리, 말소리, 자동차 소리, 빵빵 소리, 시장 소리, 개소리, 물소리, 우편함 딸그락거리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새소리, 밥통 김빠지는 소리, 비행기 소리, 멀리 전철 소리, 알 수 없는 웅웅 소리, 사람들 바스락거리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보니 정말 세상은 온갖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평상시에 내 귀가 꼭 필요한 소리만 골라서 뇌로 보내지 않는다면 인간의 머리는 소리로 꽉 차서 마비되고 말 것입니다. 

3.첫날 첫 ‘침묵기도’는 기도는 커녕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그 소리들과 싸우다가 끝났습니다. 눈 감고 있는 1시간이 그렇게 길고 수많은 사연이 깃든 긴 시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4.‘침묵기도’는 소리를 내지 않고 하는 기도가 아니라, 수많은 소리들 가운데에서 ‘세미한 하나님의 소리’를 골라내는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용우 

 

♥2023.1.10. 불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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