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야기2010년 다시벌떡 › 사과묵상

최용우 | 2010.12.29 10:01:1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3966번째 쪽지!

 

□ 사과 묵상

 

아내는 사과를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이쁘게 깎습니다.
"그냥 대충 뚝뚝 썰어 놔여. 미우나 고우나 입에 들어가면 똥 되는 건 마찬가지잉께!"
"이쁘게 먹어야 이쁜 마음이 생기고, 똥도 이쁘게 누지"
사과를 입에 넣고 아삭아삭 깨물어 봅니다. "오 -꿀사과네. 단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참 맛있네" 잘게 부숴진 사과는 목구멍 저 너머로 꿀꺽!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르지만, 사과는 위에서 더 잘게 짓이겨지고, 장을 통과하면서 비타민A, B1, B2, C, 나이아신 같은 영양분이 추출되겠지요? 추출된 성분은 얼굴로 보내져 '사과 같은 내 얼굴'이 되기도 하고 그밖에 필요한 곳에 전달되고 나머지 섬유질은 대장에 모여 이쁜 사과똥이 될 것입니다.
카루투시오수도회 귀고 2세 수사는 '성경'이라는 사과를 먹는 방법을 네 단계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수도원에서 일을 하며 묵상하는데, 갑자기 성경을 먹는 네 가지 단계가 떠올랐다. 그것은 독서, 묵상, 기도, 관조이다. 이는 지상에서 천상으로 오르는 사닥다리이다.
독서는 입에다 사과를 넣는 것인데, 정신을 집중하여 주의 깊게 성경을 읽는 것이다. 묵상은 사과를 입에서 씹고 분쇄하는 것인데, 성경의 감추어진 진리를 부지런히 탐구하는 지성적 작용이다. 기도는 사과의 맛을 느끼고 음미하고 목으로 넘기는 것인데, 성경을 통해 얻어진 진리를 삶으로 살기 위해 하나님께 다짐하는 수도적 정진이다. 관조는 사과가 내 몸 안에서 영양분이 되어 사라지는 것인데, 성경이 내 삶이 되어 나와 성경이 일치가 되는 작용으로 그것은 하나님 안으로의 올라감이자 영원한 부드러움이다."
사과 한 알을 놓고도 저 같은 범부들은 '똥' 묵상만 하는데, 수도원 수사들은 독서, 묵상, 기도, 관조... 하면서 참 기발한 생각을 하는군요. ⓒ최용우

 

♥2010.12.29 물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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