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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도 잘 살고 있다

"저도 (세례)요한처럼 살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그런데, 왜 그게 안 되는 겁니까?"
"안 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
"그러나 염려 말아라. 너도 잘 살고 있다"
"......"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살지 말아라. 네가 애써서 요한처럼 먹고 요한처럼 먹는다 해도 네 마음이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결국 자신과 세상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 요한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나에 눈길을 머물지 말고, 그가 그렇게 해서 누렸던 자유를 보고 그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2.물세례와 성령세례

물이 먼저요 그릇이 나중이지만, 그릇이 있어야 물을 마신다. 안 보이는 것이 먼저요 보이는 것이 나중이지만, 보이는 것을 통하지 않고서 안 보이는 것에 닿을 수는 없다. 아들을 거치지 않고서 아버지에게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육신의 부모를 업신여기면서 하늘아버지를 받든다는 건 거짓말이다. 무릎이 저리도록 제단 앞에 꿇어본 자만이 '사는 게 기도'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속이 먼저요 거죽이 나중이지만 거죽을 통하지 않고서 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이, 물세례를 받지 않고서 성령세례를 받을 수는 없다.

3. 천사를 보게될 것이다.

"...돔 헬더 까마라 대주교는 자기를 지켜주는 천사 이름까지 안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 정도는 못 됐습니다."
"네 눈이 아직 그 사람만큼 맑지 못해서 그렇다. 그러나 괘념치 말아라. 너도 눈이 있으니 때가 되면 보일 것이다. 네가 보든 못 보든, 너를 시중드는 천사들은 언제나 네 곁에 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천사들을 볼 수 있을까요?"
"말했잖느냐? 눈이 맑으면 보인다고. 날개 달린 벌거숭이 아기 모습이 '천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네 눈을 시방 가로막고 있어서, 그래서 천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모든 선입견과 모든 지식과 모든 견해를 치워라. 그러면 너를 시중들고 있는 천사들에 둘러싸인 너를 보게 될 것이다."

4.한 마디

"시몬과 안드레를 그 날 처음 보고 바로 부르셨습니까? 아니면 전부터 안면이 있던 사이였습니까?"
"처음 보고 바로 불렀다"
"그런데 어떻게 '한 마디'에 그물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라 나섰을까요? 그물을 버린다는 것은 생계를 버린다는 것인데요"
"독화살 한 촉이면 건강한 사람을 죽이고 감로(감로) 한 방울이면 죽은 사람도 살린다. 사람의 생애를 바꾸는 데 '한 마디'면 족하다. 안그러냐?"
"그렇군요"
"그들은 '한 마디'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5.땅위를 걷는 것이 기적

"잘 보아라. 무엇이 지금 종이에 글을 쓰고 있느냐? 네 손이냐? 그렇다. 정말 손이 쓰고 있는 것이냐? 아니다. 머리냐? 아니다. 가슴이냐? 아니다. 손, 머리, 가슴, 몸, 마음, 시간, 공간... 그런 것들이 없으면 네가 쓰는 글도 없지만 그 어느 것도 네 글의 '주인'을 자처할 수 없다. 너도 네 글의 주인이 아니다. 땔감이 없는데 불이 타오를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탁닛한이 말 한대로,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이다."

6.복종과 명령

"명(命)은 내리는 쪽의 일이고 복종은 받는 쪽의 일이다. 명을 받는 자는 그것에 복종할 수 있는 그만큼 불복종할 수도 있다. 그것이 명을 받는자의 자유다. 이 자유가 억압되거나 허용되지 않으면 그것은 명이 아니라 폭력이다. 너는 내가 폭군이기를 바라느냐?"
"아니지요. 그렇다면 제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모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도 네가 내 명을 거역할 줄 모르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라면 내 제자로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내 명을 거역할 수 있다. 물론 따를 수도 있고. 나는 네가 언제나 내 명에 따르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한 순간도 그것을 강제하지 않는다."
"선생님, 잘 알고 있습니다."
"너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해라. 경우에 따라서 힘써 권하되, 상대방이 네 말대로 하지 않는다 하여 화를 내거나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명을 내리는 자는 자기 명이 거절될 수 있음을 알고 그것을 용납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선생님 말씀을 어겼을 때에는 틀림없이 저에게 불편한 일이 생기더군요."
"그야, 내가 너를 편히 쉬게 하려고 무엇을 시켰는데 그대로 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더 있겠느냐?"

7.좋은 친구 좋은 환경

"선생님, 저는 어렸을 적에 친구를 잘 사귀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쁜 친구는 멀리 하고 좋은 친구를 가까이 하라는 말이었지요. 사람이 누구와 어울리느냐가 중요한 건 사실 아닌가요? 쑥이 삼밭에 나면 곧게 자란다는 말도 있고요. 인도에는 보통 나무도 산달나무 숲에서 자라면 향내를 풍긴다는 속담도 있답니다. 어린 맹자의 어머니가 이사를 세 번 했다는 고사도 있지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맹자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에는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하는 게 바람직하고 마땅한 일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좋은 환경 나쁜 환경을 가려야 했다면 그건 맹자가 아니다.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나, 아직 미숙했을 때의 일이다. 참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 설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한다. 아직 어린아이 일 때에는 친구도 가리고 환경도 가려야 하겠지만,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까지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그래야 한다면, 그 사람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8.가르칠 수 없는 학생

"아무리 지혜로운 선생도 가르칠 수 없는 학생이 있다"
"그게 누구입니까?"
"이미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학생이다. 가득 차 있는 그릇에 누가 무엇을 담을 수 있겠느냐?"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이 그랬습니까?"
"그런 사람들 가운데 바리사이파가 많이 있었지"

9. 가장 값진 것은 가장 흔한 것이다

학자는 아이의 말을 알아듣지만 아이는 학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학자들끼리만 통하는 말보다 어린 아이의 말이 더 고급한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금보다 쌀이 더 소중한 물건이다. 그래서 금보다 쌀이 더 흔하다. 쌀보다는 물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쌀보다 물이 더 흔하다. 물보다 공기가 더 귀하다. 그래서 물보다 공기가 더 흔하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값진 것이다.

10.사람이 종교보다 높다

"사람이 사람으로 되면 모든 종교적 금기에서 해방됩니까?"
"그렇다. 사람을 위해서 종교가 있는 것이지 종교를 위해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종교보다 높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으로 되려면 종교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길을 걷기 위해서 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길 가는 자를 위해서 길이 있는 것이지 길을 위해서 길가는 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릇 금기(禁忌)란 무너지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알껍데기가 깨어지기 위해 있듯이"
"알껍데기가 깨어져야 할 때 깨어져야지, 아무 때나 깨어지면 안 되쟎습니까?"
"옳은 말이다. 만약에 그 날 내 제자들이 배도 고프지 않은데 괜히 밀 이삭을 잘랐다면 바리사이파보다 내가 먼저 말렸을 것이다."

11.채우는 게 아니고 비우는 것이다.  

"낡은 습관의 올무에 얽히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
"깨어 있다는 게 어떤 것입니까?"
"사람이 잠을 잘 때는 눈을 감는다. 그러다가 잠을 깨면 눈을 뜬다. 깨어 있다는 것은 눈을 떠서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본다는 말이다. 눈 뜨면 광명이요 감으면 암흑이다. 깨어 있는 것은 빛 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세상의 빛이니, 네가 내 안에 있으면 그것이 곧 깨어 있는 것이다."
"그런 눈을 떠서 보면 다 되는 것 아닙니까? 기도는 왜 합니까?"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느냐? 기도는 너를 활짝 열어 한 분이신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외게 하는 것이다. 네 혼자 힘으로는 결코 헤어날 수 없는 낡은 습관에서 벗어나려면, 기도를 통해서 너 자신을 비워야 한다. 유념하여라. 기도의 목적은 네 뜻을 채우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비우는데 있다. 성숙한 기도는 네 뜻을 이룸으로써 이루어지지 않고 그것을 비움으로써 이루어진다."

12.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어라

"선생님.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 맑은 거울이 사물을 대하듯이, 그렇게 대해야 한다. 소문 같은 것이 너와 그들 사이를 어질러 놓지 않도록, 언제나 맑고 투명한 마음으로 처신해라. 상대방이 '어떤'사람이니까 거기에 맞추어서 네 태도를 결정하려고 하면, 네 생각이나 행동이 반듯하고 깨끗할 수 없다. 상대방에 따라서 모양이 일그러지는 거울을 상상해 보아라"
"때로 저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내버려 두어라. 소문은 소문일 따름이다. 바다에 바람이 불어도, 닻을 내린 배는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네 닻을 중심에 계신 아버지께 내려놓도록 하여라."

13.깨뜨려라

포도가 으깨어지지 않고서 어찌 포도주로 될 수 있겠느냐?
누구든지 성경을 깨뜨려 부수지 못하면 성경을 먹을 수 없다.
죽어서 사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성경도 죽어야 산다. 두려워 말아라.

14.출가는 귀가다

"선생님, 출가(出家)란 무엇입니까?"
"출가(出家)는 귀가(歸家)다."
"......?"
"육신의 부모를 떠나 천지부모(天地父母)이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이 출가라는 말이다"
"그것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성령으로 거듭남'과 같은 것으로 봐도 될까요?"
"그 말이 그 말이다."  

15.비유로 가르친 이유

"선생님께서는 자주 직설(直說)보다 비유(比喩)를 써서 가르치셨는데요, 왜 그러셨습니까?"
"사람의 말에 진리를 담으려는 것은 맨바가지에 달을 담으려는 것과 같다. 비유는 그 바가지에 물을 담아 달을 비쳐주는 것과 같다. 이것이 진리라고 말하면서 진리를 가리는 것이 직설이요, 이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진리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비유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가지 물에 비친 달을 진짜 달로 오해할 수도 있잖습니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16.박힌 돌을 치워 주어라  

"그런데요, 선생님. 마음이 길바닥이나 돌밭이나 가시덤불 같은 사람이 말씀을 잘 받아들여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탓은 아니잖습니까? 그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잖느냔 말씀입니다."
"누가 그들의 탓이라고 하더냐? 그들을 탓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무도 탓하지 마라"
"그러면, 마음이 돌밭 같은 사람을 그냥 내버려둡니까?"
"돌밭에서 돌을 치우면 밭이 남는다. 그를 탓하지 말고 그 마음에 박혀 있는 돌을 치워 주어라. 어쩌면 그 돌이 네가 박아 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17.능숙한 농부는

"강원도에서 농사짓는 사람 말을 들어보니 밭에 돌이 좀 있어야 농사가 잘 된다더군요. 돌이 아주 없으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겁니다."
"맞는 말이다. 다만, 밭에 돌이 있되 너무 많이 있거나 아주 없거나 하지 않고 적당하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있는 돌은 그냥 돌이 아니라 목토의 한 부분이다. 가시덤불도 마찬가지다. 잡초를 모조리 없애는 것을 능사로 삼지 않고, 그것들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농부가 능숙한 농부다"

18.마음에 새긴다는 것

"마음에 새겨듣는다는 게 어떻게 듣는 겁니까? 글을 돌에 새기는 방법은 알겠는데요,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어렸을 적에 들은 말들 가운데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말이 있느냐?"
"있습니다"
"하나만 예로 들어보아라"
"제가 고등학교 학생일 때, 송 아무개 목사한테서 '평생 애써도 이뤄지지 않을 것을 꿈꾸라' 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말이 네 가슴에 새겨지지 않았더라면 그 무렵 송 목사한테서 들었던 다른 수많은 말들과 함께 사라졌을 것이다"  

19.바람직한 세상

"누구든지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며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막4:25)는 말씀은 이른바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를 말씀하신 것 같아 좀 꺼려집니다."
"어떤 강력한 독재자가 있어서, 나라의 모든 재물을 환수하여 그것을 국민 한 사람 앞에 얼마씩 똑같이 분배한다면, 그래서 온 국민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시에 똑같은 재물을 소유하게 된다면, 그러면 네가 말하는 '평등하게 고루 잘 사는 세상'이 이루어진다고 보느냐?"
"사람들이 천차만별인데 그럴 수야 없겠지요"
"부자가 더욱 부자로 되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느냐?"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겠습니까?"
"가난한 자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 그에게 불행을 가져다 준다고 믿느냐?"
"역시,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빈익빈부익부 자체에 무슨 결함이 있단 말이냐?"

20. 원리는 원리요 법은 법이다

"용기 있는 자는 더욱 용감해질 것이고 용기 없는 자는 더욱 비겁해질 것이다. 베푸는 자는 더욱 베풀 것이고 빼앗는 자는 더욱 빼앗길 것이다. 사랑을 하는 자는 더욱 사랑 받을 것이고 미워하는 자는 더욱 미움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진 자가 더 많이 받고 가지지 못한 자가 있는 것 마저 빼앗기는 원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라는 말씀입니까?"
"같은 이슬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꽃이 머금으면 향기가 된다. 아버지께서는 욕심이 있는 자에게는 더 많은 욕심을 주시고 욕심이 없는 자에게는 그 있는 욕심마저 거두어 가신다."

21.삶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제가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
"나를 잘 보아라.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본 것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뵐 수 있습니까?"
"너를 잘 보아라. 너를 보았으면 나를 본 것이다."
"제가 어떻게 하면 저를 볼 수 있습니까?"
"내 멍에를 매고 나한테서 배워라. 때가 되면 눈이 열려, 네 참모습을 보게 되리라. '앎'은 두뇌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삶'에서 맺어지는 열매다. 나를 따라서 내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삶'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22.다 알고 계셨으면서

"다 알고 계셨으면서 왜 제자들이 깨울 때까지 그냥 잠들어 계셨습니까?"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들이 나를 돕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도와줄 수 없다. 언제 내가 요청 받지 않은 도움을 미리 베푼 적이 있더냐? 병자를 내 발로 찾아가서 고쳐준 적이 있더냐?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먼저 씨앗이요 그 다음에 싹이요 그 다음에 꽃이요 그 다음에 이삭이요 그 다음에 추수다. 이 순서가 어김없이 지켜지는 나라가 하나님 나라다. 요청 받지 않은 도움을 베푸는 것은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폭력을 부리는 것이다. 그들이 나를 대울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했다."

23.마음

"마음이 무엇입니까?"
"모든 것을 있게 하면서 저는 없는 것이 마음이다"

24.쇠사슬도 제어할 수 없는 힘  

"악령 들린 사람의 존재가 눈에 안 보이는 실상의 비유요 상징이라고 하셨는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상에는 쇠고랑이나 쇠사슬로 제어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사람이 그 힘에 사로잡히면 마을에서 이웃과 평화로이 살지 못하고 무덤에서 자기를 학대하며 거칠게 살아간다. 집단이 그 힘에 사로잡히면 전쟁이 일어난다. 인간이 인간의 몸을 짓찧으면서 무덤 사이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게 전쟁 아니냐? 전쟁을 억제한다면서 무기를 자꾸 만드는 것은 악령 들린 사람을 쇠고랑과 쇠사슬로 묶어 두려는 것과 같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기로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거라사 지방의 악령들인 사람이 오늘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는군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장한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하는 세상이니까요"

25.이유

"왜 선생님께서는 악령을 보기만 하시면 '더러운 악령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너라' 하고 명령하셨습니까?"
"그럼, 그 사람 속에 계속 머물러 있으라고 하란 말이냐?"

26.하나가 모두이다

"하나가 여럿이요 여럿이 하나다. 세상만사 복잡하여 끝이 없지만, '하나'를 잡은 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여럿을 헤아리느라고 정신을 잃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하나'를 놓치지 않도록 하여라. 노자도 이르기를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든든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무엇이 그 '하나'입니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이냐?"
"많지요. 하느님도 한 분밖에 안 계시고, 선생님도 한 분밖에 안 계시고, 저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하나'를 놓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면 모두를 잡는 것이다."

27.사랑의 불쏘시개

"제 속에 오직 사랑만이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애들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네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네 속에는 두려움과 미움과 시기심 따위 이른바 부정적 정서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싫어하거나 없애려 하지 마라. 헛된 수고다."
"그럼 그것들을 그냥 둡니까?"
"그게 뭐 좋다고 그냥 두느냐?"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가시나무도 아궁이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불꽃으로 피어나 밥도 짓고 구들을 덥히기도 한다."
"아하, 그것들을 사랑의 땔감으로 쓰라는 말씀이군요?"
"네 재주로는 그렇게 못한다."
"그럼 어쩌지요?"
"그래서 세상 끝날까지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됐다, 이제 그만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28.진심으로

"누구든지 진심으로 내게 길을 물으면 나는 반드시 그가 가야할 길을 일러준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아무 대답도 안 해 주실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런 경우는 없다"
"그런데, 선생님께 여쭙고서 대답을 듣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진심으로 내게 묻지 않았든지, 아니면 묻고 나서 귀를 막아버렸든지, 그도 아니면 대답을 듣고서도 자기가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든지, 셋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29.맑은 마음

"마음이 맑다는 게 어떤 겁니까?"
"마음만 있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요?"
"마음만 있다. 앞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마음, 그냥 마음이다. 슬픈 마음, 기쁜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런 마음은 맑지 못한 마음이다."

30. 참된 앎

"욕심이 있으면 겉모습이 보이고 욕심이 없으면 안 보이는 게 보인다고 했다. 어떤 마음을 품고서 보면 보고 싶은 대로 보이고 아무 마음 없이 보면 있는 그대로 실상(實相)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아무 마음 없이 실상을 볼 수 있을까요?"
"내가 그 방법을 설명해도 너는 알아듣지 못한다. 우선, 맑은 눈으로 사물을 보고 싶다는 그 마음부터 내려놓아라. 틀려도 좋고 잘못해도 상관 없으니,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어라. 미리 아는 것과 전에 알았던 것은 참된 '앎'이 아니다."
"무엇이 참된 앎입니까?"
"아는 줄 모르면서 아는 것이다. 더 말하지 마라. 말로 진실이 밝혀지기 보다 더 많이 가려지겠다. 지금 느낌이 어떠냐?"
"별 느낌은 없고, 똥이 좀 마렵습니다."

31.시도하지 않은 일

"왜 선생님은 아시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몰랐을까요?"
"그들에게도 그런 능력은 있었다. 다만 그것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쓸 줄 몰랐던 것이 아닐까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사람에게 정말로 있습니까?"
"있지 않다면 점성술인들이 어떻게 밥 먹고 살겠느냐?"
"저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습니까?"
"너는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저는 앞일을 미리 내다보지 못하지요?"
"해보려고 하지도 않지 않았느냐?"
"그건 사실입니다. 아예 엄두도 내지 않았으니까요."
"시도하지 않은 일을 이룰 사람은 아무도 없다"

32.곰 발자국을 보고 곰을 잡은 사냥꾼

"많은 사람이 내가 남긴 발자취에 대하여 조금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나를 안다고 생각한다. 마치 곰 사냥꾼이 곰 발자국을 들여다보면서 곰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 그런 사냥꾼은 없지만 그런 성직자와 성서학자들은 더러 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남긴 발자취인 성경을 한평생 연구하면서도 그 발자취의 주인인 내가 자기 곁에 있음을 알아보지 못하는,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는 자들이 있다는 얘기다."

33.성서는 밥이다

"성서는 밥이다. 밥을 먹으면 밥은 죽고 기운(氣運)이 산다. 성서를 읽으면 말씀은 죽고 삶이 살아야 한다. 성서를 읽어서 알게 된 바 나에 관한 지식을, 내게로 오는 길에 걸림돌이 되게 하지말고 디딤돌로 삼아라. 내 말이나 나에 관한 증언을 받들어 모시지 말고 발로 밟으라는 얘기다. 알아듣겠느냐?"
"예"  

34.그것으로 충분하다

"...네 몸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라.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큰 저택에서 호사스런 살림살이에 둘러 쌓여 산다해도, 지금 지닌 것으로 만족할 줄 알면 그는 언제나 홀가분한 몸인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가난한 움집에서 아무 가진 것이 없이 산다해도 지금 있는 것으로 만족할 줄 모르면, 그는 결코 홀가분한 몸일 수 없다. 사람들이 저마다, 있지도 않은 짐을 만들어지고 스스로 힘겨워 하는 것이다. 보아라, 지금 너에게 있는 게 무엇인지. 볼펜, 돋보기 안경, 속옷 겉옷 한 벌, 양말 한 켤레, 열쇠 한 개, 그밖에 없지 않느냐?"
"그래도 여전히 제 몸은 가볍지 않습니다."
"너를 무겁게 하는 것이 네 몸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냉장고에, 집에, 책에, 승용차에, 오디오 시스템에... 그것들이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이냐? 그것들은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35.

"환영받지 못하는 고장에서는 발에 먼지를 털고 떠나라 하셨는데요, 무슨 뜻입니까?"
"복음은 햇빛과 같은 것이다. 값없이 전하되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거나 구걸하지 말라는 예기다. 달리 말하면, 자기가 맡은 일을 정성껏 하되 그 일에 얽매이지 말라는 얘기다."
"왜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얽매일까요?"
"그 일을 이루려는 마음이 앞서서 그렇다."
"일을 이루려는 마음 없이도 일할 수 있습니까?"
"일을 이루려는 마음이 일을 정성스레 하려는 마음에 앞서면 안 된다는 말이다. 불을 아궁이에 때야지 굴뚝에 때면 되겠느냐?"  

36.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아라

"다만 오늘 하루를 제대로 살아라.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요 네가 해야 할 모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입니까?"
"사심 없이,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모든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네가 그러기로 마음먹고 나서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신 우리의 길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길이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37.공연한 질문  

"공연한 질문은 사람을 곁길로 이끌 뿐이다. 컵에 담긴 물을 마셨으면 그것으로 됐다. 왜 대접이 아니고 컵이냐를 묻다 보면, 마신 물에 체하는 수가 있다."
"알겠습니다"  

38.헛수고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가, 할만해서 하는 일이요 할 수 있어서 하는 일이요, 해야겠기에 하는 일이다. 따라서 '헛수고'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젊은이가 열심히 준비하여 어려운 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합격통지서를 받던 날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그 젊은이도 헛수고를 한게 아닙니까?"
"아니다. 그는 그렇게 자기 삶을 살았다. 죽음은 누구에게도 '헛수고'를 안겨줄 수 없다. 헛수고는 성공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관념이다. 실제로는 없는 물건이다. 인생은 그 자체가 신비다. 그가 미처 알지 못한 자신의 다른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이 '합격통지서를 받는 날 죽음을 경험하는 것' 이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그는 헛수고를 하지 않았지요."

39.가만히 있어 너를 내게 맡겨라

"목적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움직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목적이 너를 묶는 사슬로 되게 하지는 말아라."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습니까?"
"바람처럼 살아가는, 성령의 사람이 되어라"
"어떻게 하면 성령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가민히 있어 너를 내게 맡겨라. 너를 자유인이 되게 하는 것이 내 일이다. 그리고 나는 결코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믿어지느냐?"
"예. 선생님"  

40.오병이어 사건

"선생님,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이야깁니다. 과연 있었던 사건을 기록한 것입니까?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를 어떻게 오천명이 먹는단 말입니까?"
"물고기 두 마리, 빵 다섯 개를 오천 조각으로 나눌 수 있겠느냐?"
"나누면 나누어지기는 하겠지요"
"그렇게 나누어서 먹으면 먹을 수 있지 않느냐?"
"제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렇게 나누면 그 크기가 쌀 한 톨 크기나 될까요? 그것을 먹고 어떻게 배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네가 아직 경험의 틀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서 그렇다"
"그러면 저는 이 대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이해되는 대로 이해하여라"
"이해가 안 되면 어떻게 합니까?"
"이해하지 마라"

41.마음의 눈

"마음의 눈이 열리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이 사라진다. 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만 마음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보는 것도 눈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까?"
"같다. 눈앞에 있는 것을 보듯이 본다. 내가 지금 너를 너보다 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예, 선생님"

42.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까?

"저도 물 위를 걸을 수 있습니까?"
"내가 걸었는데 너라고 안 되겠느냐? 그러나 네가 과연 나처럼 온전히 자기를 비울 수 있겠느냐?"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 위를 걷는 게 무슨 큰일이냐? 소금쟁이도 물 위를 걷는다. 그런 것 따위에 마음 쓰지 말고 네게 주어진 네 길을 가거라"  

43.사랑

"사랑을 하긴 해야겠는데, 그 방법을 잘 모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몰라서 사랑을 못하는 법은 없다"  

44.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

"왜 바다 위를 걸어 곧장 제자들에게 가셔서 '내가 왔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그들 곁을 지나쳐 가려고 하셨습니까? 그래서 잠시동안이지만 선생님을 유령으로 알고 겁에 질리지 않았습니까?"(막6:59)
"스승의 길은 언제 어디서나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을 그들 가슴에 새겨 주려고 그랬다"
"무슨 가르침입니까?"
"사나운 풍랑 속에 언제나 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가르침이다. 언뜻 보면 겁을 주는 유령의 모습이지만, 그게 바로 나다. 혹시 너를 겁주는 누군가를 만나거든 그를 잘 들여다보아라. 그에게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45.우연은 필연

"선생님이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다고 했습니다. 사실입니까?"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네 좁고 작은 경험이나 추리의 울에 세상을 가두려 하지 마라. 우물에 달이 비치긴 하지만, 그 달이 그 달은 아니잖느냐? 바람은 언제고 그치게 돼 있다."
"우연의 일치였나요?"
"우연으로 보면 우연이요 필연으로 보면 필연이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 겁니까?"
"겉모습을 대충 보면 우연이요 속속들이 자세하게 보면 필연이다."

46.소란스러움이란

"소란스러움이란, 소란스러운 상황에 있는 게 아니라 소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시끄럽게 떠들어도, 그 한복판에서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자기 중심을 떠나지 않으면 된다. 사람의 중심(中心)은 바람 불어 물결이 일어도 한결같이 고요한 호수 바닥 같아서, 결코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다"

47.날마다 배우되 날마다 비워야 한다

"무엇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을 고집하지 마라. 날마다 배움을 쌓되 날마다 그것을 비워야 한다."
"쌓은 지식을 비운다는 게 그것들을 모두 잊으라는 말씀입니까?"
"일부러 잊으려 애쓸 건 없다. 그것도 작위(作爲)가 되니 할 짓이 못된다. 네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너와 남을 강요하거나 통제하지 말라는 얘기다. 지식은 그것을 잘 밟을 때에 디딤돌이 되지만, 받들어 모시거나 지키려고 하는 순간 걸림돌로 바뀐다."

48.마음의 때

"마음에 때가 묻으면 상대방의 겉모습만 보이고 그 속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맑고 깨끗한 마음은 상대방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앞뒤 형편과 속사정 까지도 함께 본다. 세상을 그렇게 보면 모든 것이 찬탄의 대상이요 자비의 대상이다. 심판이나 저주의 대상은 없다"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모두 때묻은 마음인가요?"
"맑은 마음은 거울 같아서, 시(是)를 시(是)로 비(非)를 비(非)로 비칠 따름이다. 그것을 가려 누구는 추켜 우고 누구는 깎아 내리고, 그러지를 않는다. 제 속은 오래된 때로 더러운 사람이 손이나 그릇 따위 깨끗이 씻는 것 가지고서 오히려 겉은 더럽지만 속은 저보다 깨끗한 이들을 나무라고 있으니, 그것이 위선이 아니고 무엇이냐?"
"아, 예. 그렇군요."

49.저를 더럽히는 것은

"저를 더럽히는 것이 제 몸 밖에 있지 않고 제 몸 안에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러면 만약에 제가 거름통에 빠졌다면, 그래도 저를 더럽히는 것이 제 몸 안에 있는 겁니까?"
"그렇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만약에 네가 거름통에 빠졌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얼른 나와야지요"
"나와서 어떻게 하겠느냐?"
"몸을 씻어야지요."
"그래도 거름통이 너를 더럽혔다고 할 수 있겠느냐?"
"..........?"
"만약에 거름통에 빠진 네가 나올 생각을 않고 그냥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만약에 그런다면 저는 더러운 몸으로 있겠지요"
"그렇게 너를 더러운 몸으로 있게 한 것이 거름통이냐? 아니면 거기서 나오지 않고 머물러 있기로 한 네 생각이냐?"

50.모든 것이 네 안에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저를 꼼짝 못하게 묶어 놓고서 제 몸에 오물을 들어부었습니다. 그래도 오물이 저를 더럽힌 게 아닌가요?"
"사람들이 나를 꼼짝 못하게 나무에 못 박아 놓고서 침을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서 내가 더러워 졌느냐?"
"......"
"날마다 오물을 뒤집어쓰면서 깨끗한 사람이 있고, 날마다 새 옷을 갈아  입으면서 더러운 사람이 있다. 안 그러냐?"

51.하느님이 만드신 것 중에

"하느님이 지으신 세상에 깨끗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예."

52.생각도 생명이다

"생각도 생명이다. 때가 되면 깨어져야 산다. 그래야 그 생각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마땅히 깨어졌어야 할 제자들의 '생각'이란 어떤 것이었습니까?"
"자녀에게 줄 빵을 개들한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다시 말하면 하느님 나라는 이스라엘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하느님 나라가 이스라엘에 국한된다니요?"
"...요즘도 그런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

53.일하면서 쉰다

"어떻게 일을 하면서 동시에 쉴 수 있습니까?"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한 몸이 된 사람은 그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한 몸이 될 수 있습니까?"
"물이 물로 되고 불이 불로 될 수 있느냐? 넘어진 자는 넘어질 수 없고 서 있는 자는 일어설 수 없다. 자기가 부처임을 스스로 알 때까지는 부처면서 부처가 아니듯이 자기가 자연임을 스스로 알 때까지는 자연이면서 자연이 아니다. 자기가 부처로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음을 알 때 스스로 부처가 되듯이, 자기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갈 필요도 없음을 알 때 자연과 한 몸이 되는 것이다."

54 불쌍한 사람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선생님을 떠보려고 와서 기적을 보여 달라고 했는데요, 선생님께서도 그들의 속셈을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다."
"그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불쌍한 사람들이다."
"어째서입니까?"
"자기 집에 불이 난 줄을 모르고 남의 집 마당에 풀을 뽑아 주겠다면서 설치고 다니니 불쌍하지 않느냐?"
"불쌍한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닐까요?"
"도움을 요청하기는커녕 도움 받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자에게 억지로 도움을 주는 것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앞은 이렇고 뒤는 이렇다고 찬찬히 설명해 주실 수도 있잖습니까?"
"상대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야..."
"그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나요?"
"그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리사이파'였다. 스스로 무슨 파(波), 무슨 주의자(主義者)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자들하고는,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말이 통하지 않는 법이다."

55.보면서 보지 않는다고나 할까

"물에 막대기를 넣으면 굽어 보이지 않느냐? 그 까닭은 막대기와 눈 사이를 물이 설막고 있어서 그것이 빛을 굴절시키기 때문이다. 마음에 근심이나 걱정 또는 느낌이나 생각이 담겨 있으면 그로 말미암아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책에서 읽었는데요, 망막에 비쳐진 사물의 모양은 비치면서 동시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만약 비친 영상이 비치는 순간 사라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그 잔상(잔상) 때문에 다른 사물의 영상이 일그러지거나 가려질 테니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보면서 보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끊임없이 영상을 비치면서도 망막은 언제나 비어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56.돌아갈 곳이 하느님말고 또 있더냐?

"마라톤 경주에서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으로 오는 선수와 반환점을 향해 가는 선수가 서로 반대쪽을 보고 달립니다. 그런데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 선수도 사실은 결승점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사실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가고 있다고 해도 되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만물이 끊임없이 바뀌지만 저마다 제 뿌리로 돌아간다고 했다. 출발점인 결승점이 한 곳에 있듯이, 만물을 내신 하느님 아버지가 한 분이시거늘, 사람이 태어나 돌아갈 곳이 하느님 말고 또 있더냐?"

57.사탄의 일과 하느님의 일

"무엇이 사탄의 길입니까?"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이 선생님의 길입니까?"
"사람의 일을 생각하되 먼저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이 사람의 일이고 무엇이 하느님의 일입니까?"
"'나'라는 존재가 따로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사람의 일이요 그 착각에서 깨어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일이다. 사람의 일을 하는 자는 혼자서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는데 하느님의 일을 하는 자는 산과 함께 산을 오른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일을 하는 자는 혼자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의 일을 하는 자는 노래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한다. 산이 없는데 어찌 산을 오를 것이며 노래가 없는데 어찌 노래를 부를 것이냐?"
"결국, 깨닫지 못한 자가 하는 모든 일이 사람의 일이요 깨달은 자가 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일이란 말씀이군요."
"그렇다"

58 제 십자가를 지고

" '제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스스로 죽으라는 말씀인가요?"
"내가 내 십자가를 스스로 졌더냐? 내가 내 스스로 내 십자가를 가져다가 내 등에 지우고 내 손을 거기에 못 박았더냔 말이다."
"그건 아니지요. 선생님께서 아버님 뜻에 복종하신 결과, 사람들이 선생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요."
"네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네가 네 뜻을 스스로 비우고 내 듯에 좇기로 서원한 다음에는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취사선택 없이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그것이 아주 억울한 일이라도 받아들여야 합니까?"
"그렇다."
"터무니없는 비난이나 모함을 받아도 그냥 받아들입니까?"
"그렇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네가 네 뜻을 비우고 내 뜻을 좇기로 서원한 순간 너는 죽었다"

59.사랑이 아니면

"어떻게 하는 것이, 선생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것입니까?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이다. 사랑! 오직 사랑만이 실재(實在)한다. 나머지는 모두 환상이다. 일을 하되 일에서 사랑을 찾고 길을 걷되 길에서 사랑을 실천하여라. 네 손길 하나 하나가 사랑의 숨결로 되게 하여라. 네가 하는 말이나 쓰는 글에 사랑이 담겨있지 않으면 천사 같은 말을 해도 허공을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60.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나라는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하느님이 여기 계시다 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가 동산에 떠서 서산에 지지만 실은 뜨고 지는 별이 아니듯이, 나 또한 이 세상에 왔다가 이 세상을 떠난 존재물(a being)이 아니라 모든 존재물을 있게 하는 존재(the Being)다. 그것이 나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눈을 뜬 자는 그것이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고,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자는 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를 보지 못한다."

61.이유가 없다

"구약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이 많은데 왜 하필 모세와 엘리야입니까?"
"모세와 엘리야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느냐"
"그런 건 없지요"
"내가 모세와 엘리야를 만난 데는 아무 이유가 없다. 무슨 일을 하는 데 그렇게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사람은 아직 참된 자유인이 아니다. 해가 빛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으며 강물이 흐르는 데 무슨 까닭이 있겠느냐?"

62.무엇이 그들의 눈을 어둡게 했습니까?

"아는 게 많아서였다.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는 것은 무식(無識)이 아니하 유식(有識)이다"
"그러면 눈이 밝으려면 배우지 말아야 하는 겁니까?"
"학불학(學不學)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날마다 먹고 먹은 것을 소화시켜 없애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날마다 배우고 배운 것을 소화시켜 없애야 눈이 밝아지는 법이다."

63.악령은 왜 존재하는 겁니까?

"선생님, 저도 악령을 복종시킬 수 있습니까?"
"네 힘으론 될 일이 아니다. 나를 통해서 아버지께서 일하셨듯이, 너를 통해서 내가 일할 때에만 가능하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요, 악령은 왜 존재하는 겁니까?"
"너는 왜 있느냐?"  

64.흐르는 물처럼 산다면

"무게 있는 것이 아래로 내려감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렇지요 하지만 그건 내려가려는 의지 때문이 아니라 중력(重力)때문이지요"
"잘 보았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열쇠다. 억지로 내려가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오래 못 간다. 부도조이(不道早已)라, 금방 끝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아래로 내려가서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라는 선생님 말씀은 자연스럽게 살라는 그런 말씀인가요?"
"그렇다. 그리고 쉽게 살라는 말이다. 물이 아래로 흐르기가 쉬우냐? 위로 거슬러 오르기가 쉬우냐?"
"그야 아래로 내려가는 쪽이지요."
"네가 남들 위로 올라가기가 쉬우냐? 남들 아래로 내려가기가 쉬우냐? 네가 남의 존경을 받기가 쉬우냐? 남을 존경하기가 쉬우냐?"
"......"
"사람마다 흐르는 물처럼 산다면 거기가 곧 하느님 나라다."

65.꼴찌가 첫째 되는 법칙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하느님의 명(命)의 중심이다. 남의 존중을 받고 싶으면 먼저 그를 존중해 주어라. 그러면 그가 너를 존중할 것이다. 네가 모든 사람을 떠받들면 모든 사람이 너를 떠받든다. 천지가 사라져도 이 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하, 그래서 노자가 성인(聖人)은 후기신이신선(後期身而身先)이라, 자기 몸을 뒤로하여 앞으로 나선다고 했군요?"
"성인이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자연의 법을 좇아서 자연스럽게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 성인이다."  

66.인간들이 못할 짓이 뭐가 있냐?  

"얼마 전, 부부생활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러고 사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혼인이라는 제도의 틀에 묶이거나 남의 이목 따위에 얽매여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느니 헤어져서 각자 인생을 다시 시작해 보는 게 낫겠다 싶어 그렇게 말했습니다만, 결코 마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하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라는 선생님 말씀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한 번 결혼했으면 절대 이혼해서는 안 되는 겁니까?"
"그건 내 말이 아니다. 진정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은 사람이 무슨 재주로도 갈라놓지 못한다. 너희가 무슨 수로 지구와 달 사이를 갈라놓으며 바다와 육지 사이를 갈라놓겠느냐?"
"그런데, 이혼하는 부부들이 많지 않습니까?"
"하느님 우리 아버지 사전에는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는 일'이란 말이 없다"
"예?"
"너희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 봐라,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돈을 빼앗지 않나, 어미가 금방 낳은 자식을 길바닥에 내던져 죽이질 않나, 도대체 너희 인간들에게 못할 짓이 뭐가 있냐? 하물며 이혼일까 보냐?"

67.'어린아이'와 '어린아이 같은 사람'

"어린아이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은 어떻게 다릅니까?"
"비유하자면, 어린아이는 자기에게 있는 것이 보물인 줄 모르면서 보물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은 한번 그 보물을 잃었다가 찾은 사람이다. 아무리 갚진 보물이라도 그것이 보물임을 모르는 자는, 비록 지금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다 해도 보물을 지녔다고 할 수 없다. 보물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참으로 그것을 지닌 사림인 것이다. 어른은 어린아이였을 때 지녔던 '순진한 몸과 마음'을 잃어버린 자들이다. 그가 고맙게도 다시 그 '순진한 몸과 마음'을 찾으면 그 때 비로소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람'으로 된다. 집을 떠났던 둘째 아들이 아버지 집에서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게 된 까닭은 아버지 집에서 사는 삶의 안락함을 잃어버려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비로소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거듭납(重生) 입니까?"
"그렇다 거듭나지 않고서는, 그래서 어린 아이의 순진한 마음과 몸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68.천국은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

"거듭나지 않고서는, 그래서 어린 아이의 순진한 마음과 몸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누가 못 들어가게 막나요?"
"아무도 막지 않는다. 없는 문을 어떻게 막느냐?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 하지 않았느냐? 하느님 나라에는 문이 없다."
"그런데 왜 못 들어갑니까?"
"어둠이 빛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
"......"
"빛은 어둠을 뚫고 들어가지만 어둠은 빛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빛은 실재(實在)요 어둠은 부재(不在)이기 때문이다."

69.천국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의 나라

"상실을 겪어보지 못한 자는 제가 지니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러면 고마운 줄도 모른다. 아파 보지 않은 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굶어보지 않는 자는 양식의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다. 하느님 나라는 순진하지만 도무지 뭘 모르는 자들의 집합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아니라 어린 아이 같은 사람들의 나라인 것이다."

70.하느님의 나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고 애쓰지 마라"
"예?"
"안방에 앉아서 들어가려고 애쓴다면, 괜한 수고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느님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따라서 그 나라는 안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경계가 있어야 드나들 것 아니냐? 기억해 두어라. 천상 천하에 하느님 나라 아닌 곳이 없다는 사실을."  

71.하느님의 일과 사람의 일

"사람이 하는 일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어떻게 다릅니까?"
"사람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고, 하느님은 되는 일을 저절로 되게 하신다"

72.자기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다

"자연에는 꿍꿍이속이 없다. 꿍꿍이속을 품는 인간만이 자연의 법도를 어긴다. 그래서 맑은 마음이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 대신, 온갖 기대와 견해 따위로 얼룩진 마음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기 때문에, 그가 보는 모든 모양이 일그러져 있고 그가 듣는 모든 소리가 뒤틀려 있는 것이다."

73.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여

"하늘과 땅이 서로 합하여 단 이슬을 내린다.(天地相合以甘露)고 하지 않았느냐? 그가 나를 불렀고 나도 그를 불렀다. 땅이 없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없다. 일을 그렇게 해야 그 일을 '내가 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다. 명심하여라.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 무엇을 이루고 나서 그것을 이룬 게 자기라는 착각에 빠진 사람보다 훨씬 복된 사람이다. 앞사람은 차라리 겸손해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뒷사람은 하느님 아버지께 돌려드릴 물건을 훔친 것은 물론이요 더욱 교만해질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74.참 사람이 되려면  

"누가 참 사람이고 누가 거짓 사람입니까?"
"제 몸과 마음을 제 것으로 아는 사람이 거짓사람이요 제 몸과 마음을 하느님 것으로 아는 사람이 참사람이다."
"저도 제 몸과 마음이 하느님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 말은 선생님 말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겁니까?"
"네 앎이 아직 알차지 않은 탓이다. 알차지 않은 씨앗은 발아(發芽)조건이 갖추어져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 네 앎의 알차지 않은 부분만큼 네 말 속에 불신(不信)이 남아 있고, 그래서 네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75.믿어지는 것을 믿으며

"믿어지거든 믿고 믿어지지 않으면 믿지 말아라. 그것이 믿음이다."
"믿고는 싶은데 믿어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합니까?"
"믿고 싶은 마음을 속에 간직한 채, 믿어질 때가지 기다려라. 명심하여라. 저절로 믿어지지 않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의심스러우면 의심스럽다고 분명히 말해라. 옛적에 도마가 그랬듯이"
"예. 앞으로는 안 믿어지는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대신 믿어지는 것을 믿으면서 살겠습니다."

76.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다른 것입니까?"
"아니다. 같은 것이다. 다만, 사유종시(事有終始)라,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하느님 사랑이 먼저요, 이웃사랑이 나중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하느님은 네 안에 계시고 이웃은 네 바깥에 있다. 먼저 너 자신을 사랑하고 이어서 남을 사랑하라는 얘기다. 밖에서 안으로가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가 모든 생명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77.근사해 보이는 자들을 조심하여라

"근사해 보이는 자들을 조심하여라. 누가 봐도 가짜인 게 분명한 물건은 장난감이지 가짜가 아니다. 누가 봐도 진짜로 보이는 것이 가짜다."
"누가 봐도 진짜로 보이는 진짜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론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가짜로 보이는 것이 진짜의 운명이다. '밝은 길은 어두운 것처럼 보이고 질(質)의 참됨은 변덕스러워 보인다.'(노자 41장)고 하지 않았더냐? 내가 나를 사람의 아들이요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했지만 나를 알아본 자들은 거의 없었고 많은 대중이 나를 거짓 예언자로 미치광이로 알았다"
"그게 왜 그럴까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자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골동품의 진위를 가려내는 것도 전문 감정가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느냐?"  

78.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법

"선생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방법이 따로 있겠느냐? 지혜로운 자는 그냥 안다."
"그 지혜를 어떻게 얻습니까?"
"성경에, 무엇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했느냐?"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외'라는 말을 무서워 떤다는 뜻으로 읽지 말고 삼가 조심스럽게 모신다는 뜻으로 읽으면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모든 일을 제 뜻대로 혼자서 하지 않고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 뜻을 좇아서 하는, 그런 방식의 삶이 몸에 밴 사람이 곧 지혜로운 사람이다."

79.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면

"위선자들이 위선을 하는 것은 그 성품이 나빠서도 아니요 위선자로 태어났기 때문도 아니다.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이다. 거짓의 어둔 밤을 겪고 때가 되어 진실의 아침을 맞이하면 그들은 비로소 자기가 여태껏 무엇을 했는지 깨우친다. 바로 그 깨우침이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참된 깨달음의 바탕으로 된다. 그러니 위선자들을 격멸하거나 미워하지 마라. 오히려 힘든 과정을 밟고 있는 그들을 측은히 여길 일이다. 그것이 그들을 조심하여 그들과 한 통속으로 되지 않는 비결이다."
"......"
"부디 정직하여라. 안 되는 건 안 된다 하고 믿어지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겠다 하여라. 상관없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도록, 속을 감추거나 겉을 꾸미는 짓만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여라. 네가 세상에 온 것은 무슨 대단한 일을 성취하고 함이 아니다."

80.자본주의 몰락

"항룡유회(亢龍有悔)라 했다.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용은 스스로 겸손하게 물러서거나 몰락을 면하든지 제자리를 고집하다가 몰락을 당하든지 둘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지 자본주의는 바야흐로 세계를 지배하는 단일 이데올로기가 되었으므로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자본주의와, 자본주의로 재미를 보던 자들의 공동운명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어찌 자(資)를 본(本)으로 삼는단 말입니까? 선생님 말씀대로 하면, 자(資)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資)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세상에는 재능(재물)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는데 그것이 많다고 해서 적은 사람을 차별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은 사람보다 재능(재물)을 더 중요시하는 그릇된 풍토요, 인간 세상의 온갖 비리와 고통이 거기서 생겨난다고 봅니다"
"얘기가 자못 거창하구나"

81. 죽음을 생각하며

"지금은 네 몸이 제법 건강하게 움직이며 쓸 만해 보이겠지만, 뼈와 뼈가 서로 떨어지고 힘줄이 끊어지고 핏줄이 말라붙어 티끌로 돌아갈 날이 곧 올 것이다. 알고 있느냐?"
"예"
"그것을 머리로만, 그것도 가끔 어쩌다가 생각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오늘을 살아가거라."

82.수련의 열쇠

"무엇을 보든지, 그것이 있기 전과 그것이 없어진 뒤를 함께 보아라. 그렇게 사물을 통하여 사물의 근원(모든 것이 거기에서 왔다가 거기로 돌아가는)을 보도록 하여라."
"예. 선생님."
"그윽한 눈길, 사물과 사물의 앞뒤 위아래를 함께 보는, 그윽한 눈길이 수련의 열쇠다."

83.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눈앞에 벌어지는 혼란한 '상황'에 넋을 빼앗기지 말고, 몸과 마음을 네 안에 있는 내게 집중하여라.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네 눈으로 보고 네 손으로 일하고 네 발로 걷고 네 입으로 말하게 하여라. 잘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해라. 하다 보면 차츰 쉬워지다가 이윽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날이 네 생전에 오지 않는다 한들..."
"상관없습니다. 선생님!"

84.무엇이 우상입니까?

"네 눈이 무엇이 보이느냐?"
"황금만능 자본주의가 교회당을 점령했습니다. 기독교의 교회당 뿐 아니라 불교의 법당도 회교의 사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는 아니냐?"
"거기도 물론입니다."
"국회의사당은?"
"말할 것도 없지요."
"급박한 상황이란, 그런 상황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보는 자에게 있는 것이다. 네 눈에 그것이 뚜렷하게 보이거든, 내 말을 기억하고, 재물이나 겉옷 따위 건지러 집안으로 들어가거나 온갖 기적과 거창한 사업으로 세상을 속이는 가짜 그리스도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하여라.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평소에 조심하는 연습을 해두지 않으면, 막상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쓸데없이 우왕좌왕하게 된다."

85.깨어 있으라  

"귀에 들린다 해서 아무 소리나 듣지 말고
눈에 보인다 해서 아무 것이나 보지말고
손에 잡힌다 해서 아무 것이나 잡지말고
입에 먹힌다 해서 아무 것이나 먹지말고
특히 입의 경우에는 속에서 나온다 하여 아무 말이나 내놓지 말고..."
"무엇보다도 생각을 조심해야겠더군요"
"어련하랴? 아무렇게나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면서 생각해라. 순간순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게 깨어 있는 것이다."

86.몰라서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왜 선생님을 잡아죽이려 했을까요?"
"......"
"몰라서였다. 그들은 지금 자기네가 누구며,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지금 자기네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 그토록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박사들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몰라도 괜찮을 것들은 잘도 알면서 정작 알아야 할 것들은 하나도 몰랐구나."  

87.비밀이 있는 곳에는 가지 마라

"빛은 저를 스스로 감추지 않는다.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대외비(對外泌)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종교 단체나 수도 단체에 밖으로 알려지면 안될 무슨 '비밀'이 있거든 그 단체에 몸담지 마라. 세상에는 건강한 사람을 병들게 하는 종교 단체와 수도 단체들이 없잖아 있다."
"그렇지만 선생님께서도 어떤 가르침은 대중에게 감추시고 몇몇 제자들에게만 베푸시지 않았습니까?"
"가르침은, 배우는 자의 눈높이에 그 수준과 내용을 맞추어야 한다. 내가 대중에게는 일러주지 않고 제자들에게만 일러 준 말이 있었다면 그것이 대중에게 비밀인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아직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때가 되기 전에 미리 얻은 설익은 지식은 오히려 배움의 길을 그르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짐짓 묻어둔 것이지 비밀이기 때문에 숨긴 것은 아니다."

88.기름과 사랑

"기름과 사랑, 어느 것이 뿌리(本)이요 어느 것이 가지(末)이냐?"
"그야 사랑이 뿌리요 기름은 가지지요. 사랑하느라고 기름을 바르는 것이지 기름을 바르느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나는 뿌리에서 뿌리를 보았고 그들은 가지에서 가지를 보았다. 말을 바꾸면, 나는 중심에서 중심을 보았고, 그들은 거죽에서 거죽을 보았다. 그 차이다."
"아하, 그래서 그들한테는 낭비된 향유가 보였고 선생님께는 주체하지 못할 여인의 사랑이 보였던 것이군요?"

89.견해는 감정과 같다.

"견해는 감정과 같다. 감정이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듯이 견해도 견지(見地)에 다라서 달라진다. 자기 감정에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감정을 부리며 사는 사람이 있듯이, 자기 견해를 상전처럼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견해를 머슴처럼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그야 물론 제 견해든 남의 견해든 그것을 머슴처럼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이지요. 제가 제 생각에 끌려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이라는 게 도무지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는 줄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90.주문 외우기

"예부터 마법에 걸렸을 때는 주문(呪文)을 외웠다. 그것을 진언(眞言)이라고 하지"
"제가 무슨 주문을 외우면 좋을까요?"
"이렇게 중얼거리면 어떻겠느냐? 속지마라속지마라생각에속지마라..."
"그것 괜찮겠네요."
"그럼 앞으로 너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화가 나거나 기분이 언짢아지거든 잊지 말고 이 주문을 외도록 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91.이데올로기와 사랑

"제가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하여 '무슨' 견해를 지니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 아닌가요?"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네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다 그를 어떻게 사랑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네 견해로 하여금 네 가슴을 점령하여 사랑의 샘구멍을 틀어막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잊지 말아라.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힘은 인간의 견해(이데올로기)들이 아니라 그 가슴에서 샘솟는 사랑이다."

92.예정(predestination)

"네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까지 포함하여, 모든 일이 빈틈없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 예정(predestination)은, 네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는 그런 예정이다"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저렇게 될 수도 있는게, 그게 무슨 예정입니까?"
"사람들이 컴퓨터로 고스톱 치는 것을 보았느냐?"
"예, 가끔 보았습니다."
"내가 패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고스톱 판이 달라지겠느냐 달라지지 않겠느냐?"
"달라지겠지요"
"그 달라지는 고스톱판이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느냐 들어가 있지 않느냐?"
"들어가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빈틈없는 섭리(예정)와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우주의 역사를 이루고 있는지, 조금 짐작되는 바 있느냐? 컴퓨터에서 배울 게 많이 있다."

93.하늘 기운과 땅 기운

"오늘 아침 무엇을 먹었느냐?"
"사과 반쪽에 마죽 한 컵 먹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었느냐 물었지, 무엇을 얼마나 먹었느냐고 물었느냐?"
"예. 사과하고 마죽을 먹었습니다."
"그것이 정녕 사과요 마죽이었냐?"
"......?"
"그 겉모양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느냐?"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이 들어있었습니다."
"잘 보았다. 다시 묻는다. 오늘 아침 무엇을 먹었느냐?"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을 먹었습니다."

94.성경이 성경인 까닭

"우리가 선생님을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제 생각에는 선생님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암기하는 것 정도는 아닐 텐데요."
"기억은 오늘 여기를 떠나 과거 어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을 오늘 여기에 되살려내는 것이다. 내가 2천 년쯤 전 갈릴래아 에서 어부들에게 들려준 말을 오늘 네가 이곳 서울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억이다."
"하지만 저는 그때 거기 없었습니다. 듣지도 못한 말을 어떻게 기억한단 말입니까? 먹어 보지도 않은 사과 맛을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전해 들어서 아는 것도 아는 것이다. 그러기에, 만약 성경이 없었다면 오늘 너와 나 사이에 이런 대화 또한 없는 것이다. 성경이 성경인 까닭을 이제 좀 알겠느냐?"

95.스스로 만든 두려움

"도대체 누가 베드로로 하여금 선생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말하게 했을까요? 베드로 본인은 아니잖습니까? 그가 그렇게 하겠노라 마음먹고서 한 짓은 아니잖느냔 말씀입니다."
"두려움이다. 경험을 통해서 너도 알겠지만, 사람이 두려움의 포로가 되면 자기 의지와 상반되는 일도 서슴지 않는 법이다."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베드로가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니쟎습니까?"
"아니다. 그가 만든 것이다. 너에게 있는 것은 모두 네가 만들거나 불러들인 것이다. 네 허락 없이는 그 무엇도 너를 사로잡거나 억압할 수 없다. 베드로의 두려움은 베드로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96.기도를 잘 못해서

"한번은 어떤 모임에 갔다가, 왜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마지막날 밤 기도를 잘 못해서 그렇게 되신 것 같다고,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라고 기도한 다음 '아멘! 믿습니다.' 하고 일어나셨더라면 십자가에 달리지 않으셨을는지 모르겠는데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를 덧붙이신 까닭에 그리 되신 것 같다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마지막 기도를 잘못했다고 보는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97.카르마의 원리  

"네가 저지른 잘못으로 내가 벌을 받는 이유는 너는 내 부분이요 나는 네 전체로서, 시공을 초월하여 너와 내가 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벌을 받으심으로써 저의 악업(惡業)이 모두 소멸되었다는 말씀인가요?"
"다시 이를 말이냐? 내가 해방됨으로써 너 또한 해방되었고 너뿐 아니라 온 인류가 해방되었다"
"해방된 인류가 뭐 저 모양입니까?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 무고한 자들이 날마다 체포당해서 억울하게 처형되고 있습니다."
"대낮이 아무리 밝아도 눈 먼 자에게는 밝은 날이 아니다.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한다는 착각의 그늘에 묻혀 살아가는 자들에게만 통하는 원리다. 깨달음을 얻어 나와 남이 따로 없는 자에게는 카르마(業)도 없고 카르마의 원리(심은 대로 거둔다는 원리)도 없는 것이다."

98.무슨 상관?

몸에 고운 삼베만을 두른 젊은이가 예수를 따라가다가 사람들에게 붙들리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삼베를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마가복음 14:51-52
"선생님, 이 젊은이가 누구입니까? 복음서를 기록한 마르코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던데요. 과연 그렇습니까? 마르코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기 기록으로 남겨 놓은 것인가요?"
"그가 누구였는지 아는 것이, 네 인생 제대로 살아가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

99.두려움

"사람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두 가지 형태로 자기를 나타낸다. 하나는 폭력을 휘두르는 거친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겁에 질려 움츠린 비열한 모습이다. 그 날 대사제 관저에서는 베드로가 후자였고 대사제들이 전자였다. 겉모습은 대조적으로 다르게 보이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다."
"제가 어떻게 해야 두려움을 소멸할 수 있습니까?"
"베드로처럼, 멀찍이 떨어져서도 좋으니 나를 포기하지 말고 네 눈길을 내게서 돌리지만 말아라. 그 다음은 모두 내가 할 일이다. 네가 무슨 수를 따로 궁리할 것 없다."
"아멘"

100.도움

"한 사람이 일어나 뜻을 세우면 천하가 그를 돕는다 했거니와, 그 도움에는 밝은 도움도 있고 어두운 도움도 있다. 밤의 어둠이 없으면 낟알이 여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도 알지 않느냐? 낟알을 여물게 돕는 것은 한낮의 밝은 햇빛만이 아니다."

101.조롱과 무지

어떤 자들은 예수께 침을 뱉으며 그의 얼굴을 가리고 주먹으로 치면서 "자, 누가 때렸는지 알아맞히어 보아라" 하며 조롱하였다. 경비원들도 예수께 손찌검을 하였다. (누가복음14:65)
"무슨 이유로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조롱까지 받으셔야 했습니까?"
"내가 조롱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조롱한 것이다."
"......?"
"내게는 조롱받을 아무 이유가 없지만 그들에게는 나를 조롱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조롱하게 한 것입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무지(無知)였다"  

102.군중이란?

"선생님, 군중이란 무엇입니까?"
"몽둥이다"
"군중은 선악을 가리지 못합니까?"
"몽둥이가 선악을 가릴 수 있겠느냐?"
"그럼, 군중에 대하여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속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럴 수 있습니까?"
"있다. 내가 군중에 휩쓸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느냐?"
"수 천명이 선생님을 에워싼 적은 있지요"
"그 때에도 나는 홀로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103.말귀를 알아듣는 맑은 귀

"누가 무슨 말을 할 때에는 그 말에 담긴 속뜻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말귀'를 알아듣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귀는 그만두고 선생님 말씀 자체도 알아듣지 못해서 '엘리야를 부른다'고 하는군요?"
"그들만 그런 게 아니다. 너도 날마다 그러고 있지 않느냐?"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왜들 그러는 걸까요?"
"귀가 맑지 못해서다."
"맑은 귀란 어떤 귀입니까?"
"모든 선입견과 편견이 없어진 귀가 맑은 귀다. 무엇을 비쳐 준다는 마음 없이 만물을 비쳐주는 거울처럼, 그렇게 듣고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곧 깨끗한 마음의 사람이요, 그는 하느님을 뵙는다."

104.바람직한 일  

"바람은 바람을 부르고 마음은 마음을 부른다. 누구든지 진심으로 나를 갈망하면, 그는 나를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리아는 선생님을 뵈었고 그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믿지 않는군요?"
"전하는 자는 다만 전할 것을 전할 따름이다. 그것을 믿고 안 믿고는 듣는 자들 몫이다."
"......"
"너에게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되 그들이 받느냐 안 받느냐에 얽매이지 말아라. 네가 하는 일에서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다면 차라리 그 일을 그만 두어라. 그것이 너를 위해서나 세상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  ⓒ이현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