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목회독서교육 › [서울대권장도서백권38] 정부론(통치론)-존 로크

김세균 교수 | 2018.12.04 23:49:3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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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70000000665/3/70070000000665/20050516/81899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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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도혁명과 왕정복고 및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절대왕정이 의회정으로 대체된 영국의 시민혁명기에 활동한 존 로크가 명예혁명이 있은 지 2년 후인 1690년에 출판한 이 책은 명예혁명을 옹호한 가장 중요한 저술이다.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명예혁명 이전에 쓰인 것이긴 하지만 근대자유주의 정치이론을 정초한 최초의 본격적인 저술로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두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버트 필머경과 그 일파의 잘못된 원리와 논거를 밝히고 논박한다’는 제하의 첫 번째 논문은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명제에 입각하여 절대왕정을 옹호한 필머와 그 일파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논박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논문인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과 범위 및 목적에 관한 소론’에서 로크는 자신의 정치권력론을 체계적으로 개진한다.


국내에서 두 논문이 모두 번역된 책은 찾기 힘들고 ‘통치론’이란 제목으로 두 번째 논문이 번역되어 있다. 
로크에 의하면 통치권력은 어디까지나 자연상태로부터 ‘모든 개인의 동의에 의거하여’ 성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자연상태에서 누구나 자신의 소유물과 신체를 처리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며,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평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자연상태는 ‘방종의 상태’가 아니다. 자연법은 ‘모두 평등하고 자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누구도 타인의 생명, 건강, 자유 및 재산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한다.


이성적 존재로서 사람은 자연법에 따라 생활한다. 때문에 자연상태는 애초에 평화적이고 목가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화폐의 발생과 더불어 사태는 달라진다. 즉, 화폐는 썩지 않고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 간에 근면의 정도 등에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 간에 소유물의 차이가 생기게 되고, 다른 사람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사태 역시 발생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종식시키고 사람들이 ‘생명’ ‘자유’ ‘자산’이라는 자연권을 보다 안전하게 향유하기 위하여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처분권을 정부에 위임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연상태 대신 정치사회에서 살기에 이른다.
그런데 ‘정치사회 결성의 목적이 재산 보호에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정치적 자유주의이론의 핵심적인 요소에 속한다. 이와 더불어 그가 제시한 제한정부론, 권력분립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우위론, 법치국가론 역시 정치적 자유주의의 중요한 구성요소들에 속한다.


한편 그는 인민의 동의가 권력행사의 기초이고, 인민이 저항권을 지님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은 그의 정치이론이 지닌 민주적 요소에 속한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정치사회를 결성하는 주체를 실질적으로는 유산자층으로 제한하고 있고, ‘치자와 피치자의 일치’를 적극 사고한 장 자크 루소와는 달리 권력의 ‘양도’를 정치사회 결성의 전제로 삼고 있는 것과 같은 한계점을 가진다.


그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로크의 이론은 미합중국의 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이후 ‘자유주의의 민주화’를 추구한 ‘진보적 자유주의’의 출발이론으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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