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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란 | 2004.06.12 13:53:2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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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인수 장로 "은사 가진 사람이 설교해야"  
삶의 고백 담긴 평신도의 설교가 뛰어나…평신도 훈련, 회중의 성숙 필요  

최소란 withhim@newsnjoy.co.kr

일반적으로 설교는 목사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평신도가 주일 공예배에서 설교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고(故) 김인수 교수(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는 남서울은혜교회(홍정길 목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설교하는 대표적인 평신도 설교자였다.

손봉호 이사장(한성대학교·장로)도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 협동설교자로 시무했으며, 현재 다니엘교회(정인석 목사)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설교하고 있다. 이만열 위원장(국사편찬위원회·장로)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여러 교회 공예배에서 설교자로 초청 받아 설교하고 있다. 이들은 목사가 아닌 장로이면서 설교자로 인정받았으며, 새길교회 말씀증거자인 한완상 총장(한성대학교), 최만자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도 목사 안수를 받지 않았다.

많은 목사·신학자·평신도 등이 목회자 뿐 아니라 평신도도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은사에 따라 평신도도 얼마든지 설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목사만 설교할 수 있다는 주장은 비성서적이라고 지적한다.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오랫동안 목사가 설교를 독점해왔지만 설교는 목사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만열 위원장도 "목사가 아니라고 해서 설교를 못 한다는 주장은 목사 직분을 가진 자들의 독선이다"고 했으며, 최승호 장로(강동교회)는 "목사가 평신도의 설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기득권을 잃는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완상 총장은 "목회자들만 설교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세시대에 사제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표현했다.

신학교육이 은사 대체 못한다

평신도 설교의 대표적인 모델은 신약시대의 초대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교회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초대교회에서는 직분의 구분 없이 누구나 말씀을 전할 수 있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사도들이 '기도하는 것과 말씀 전하는 것을 전무(專務)하겠다'고 밝힌 성경구절(행 6:4)이 사도, 즉 목사의 설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평신도의 설교권을 인정하는 말씀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최만자 원장은 "당시 누구나 설교를 하다보니 그로 인한 혼선이 생겨서 효율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한 것일 뿐, 원칙적으로 어떤 계층, 어떤 직분으로 설교권을 제한했던 것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 이만열 위원장도 "사도들이 스스로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것이지, 사도들만 설교를 해야한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고 해석한다.

평신도로서 설교한 성경인물도 평신도 설교권의 성경적 근거로 제시된다. 에티오피아 내시에게 말씀을 전하고 세례까지 준 빌립과 순교 당하면서 수많은 군중 앞에서 설교한 스데반, 바울의 회심을 도왔던 아나니아 등이 당시 집사의 직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만자 원장과 최형묵 목사, 한완상 총장 등은 "예수님도 사제직에 있었던 게 아니라 평신도로서 사역했다"고 봤으며, 급진적인 신학자들은 열두 제자도 당시 제도권에서 신학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평신도로서 사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신도라는 단어가 성경에 언급되지 않고 3세기 이후에 처음 사용된 단어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에 따라 어느 범위까지 평신도로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교단에서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전도사·강도사·목사에 한해서만 설교권(강도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학교육을 받아야만 설교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인수 교수는 월간 <복음과상황> 2001년 9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신학교육보다 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학이 성경을 해석하는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틀이 설교를 잘 할 수 있는 은사를 대신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조헌정 목사도 "신학교육이나 안수는 전통과 제도가 인정한 것일 뿐, 그 과정을 거쳤다고 모두 설교를 잘 한다고 보기는 보기는 어렵다"고 했으며 최승호 장로는 "신학대학은 교육기관일 뿐, 목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기관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또 일부 목회자의 잘못된 설교 행태는 목사 설교권의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한완상 총장은 "방송에 나오는 일부 목사의 설교에서 신학적 전문지식이 결여되고 수준이 얕은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으며, 최형묵 목사도 "교인들은 아는 얘기가 나와야 '아멘'으로 화답한다는 계산에 따라 늘 같은 내용을 준비 없이 반복적으로 설교하고 세뇌 당한 교인들에게 '아멘' 소리를 얻는 게 일종의 설교 원칙처럼 퍼져 있다"고 비판했다. 최만자 원장은 "평신도가 (목회자보다) 더 많이 준비해서 설교하는가 하면, '기도하는 중에 말씀을 전한다'며 권위만 내세우고 (설교에서) 횡설수설 하는 목사들도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설교자의 조건으로 제시되는 것은 신학교육을 받았느냐보다 설교의 은사를 가졌느냐는 것이다. 김인수 교수는 "신학과정을 이수하지 않아도 말씀을 깨닫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은사를 가진 사람이 말씀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설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홍정길 목사는 "목사가 설교의 은사를 받지 않았다면 설교의 은사를 가진 사람에게 설교하도록 하고 설교 외에 심방이나 다른 목회활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했으며, 김북경 총장(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도 "교회는 설교의 은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은사를 인정하고 훈련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신도의 다양한 시각 제시하는 설교

평신도가 하는 설교는 목회자의 설교에 비해 여러 가지 차별점이 있다. 우선 평신도 개인이 삶의 현장에서 깨달은 바를 토대로 한다는 것이다. 김인수 교수는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말씀에 조명하여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다른 평신도들에게 큰 도전이 된다"고 밝혔다. 또 평신도의 설교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손봉호 이사장은 "목사도 자기 나름대로의 관점이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지만 평신도의 설교를 통해 목회자를 포함한 회중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최형묵 목사는 "목사의 전문성을 따르기는 어렵겠지만, 삶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은 목사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평신도의 설교로 인해 교회 문화가 함께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평신도가 설교를 준비하며 고민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신앙의 훈련, 사고의 훈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목사의 설교에 대해 평신도가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지만, 평신도가 설교하면 평신도들 사이에서도 설교에 대한 비평, 토론이 이뤄질 것이다. 조헌정 목사는 "평신도가 직접 예배절차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예배의 제사장이자 교회의 주인이라는 의식도 회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평신도의 설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형묵 목사는 목회자의 입장에서도 평신도의 설교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목사의 설교 빈도가 줄어들 수 있고 그에 따라 설교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고 설교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목사는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성찰하고 훈련해야 한다"면서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설교를 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설교의 질이 향상될 수 없고, 준비되지 않은 설교로 교인들의 의식을 깨우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앙 훈련, 공동체 검증 선행돼야

한편 평신도 설교를 반대하는 이들은 과연 평신도들이 설교할 만한 준비가 됐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 사회의 전문분야에서는 물론 기독교계에서도 지도자로 손꼽히는 평신도 설교자를 제외하고는 설교자로 공인할 만한 역량을 갖춘 교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목회자가 평신도에게 설교를 권장해도 설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놓는다.

이것은 그동안 목회자에게 설교가 집중돼 왔고 평신도에게 설교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평신도가 설교할 수 있으려면 평신도의 신앙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평신도라고 아무나 설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숙련된 평신도가 설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헌정 목사는 "평신도가 설교하기 위해서는 목사들이 하는 그 이상의 준비와 기도와 훈련을 거쳐야 한다"고 했으며 손봉호 이사장도 "평신도가 성경을 모른 채 교회의 기본적인 교리에 어긋나게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열 위원장은 "설교할 사람은 사전에 공동체에서 검증이 돼야 한다"면서 "검증이란 게 어려운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교인들끼리 자연스럽게 신앙 훈련과 교제를 갖는다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제안한다.

2004년 06월 10일 13: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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