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일기309-11.4】 진짜 기적

사람들은 예수님이 물 위를 걷거나, 무슨 교주가 공중부양하는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기적은 땅 위를 걷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두 발로 서서 한 발 한 발 교차하여 뚜벅 뚜벅 걷는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라.
가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꽃을 보면 향기도 맡아보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도 보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무런 계산 없이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내가 심지도 않은 꽃이 가득 피어서 문만 열면 볼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났다. 오늘도 나는 감국 꽃의 향기를 맡아보고 나비와 벌들과 파리들까지 날아든 벌레들을 신비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상에 가만히 보면 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