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기065-3.6】 눈사람
누군가가 공원 의자에 만들어 놓은 작은 눈사람이 날씨가 풀리니 조금씩 녹아서 사라지고 있다. 아빠 엄마 아이 가족이었을까? 오메, 눈도 코도 입도 다 빠져서 바닥에 떨어져 있네. 눈사람의 일생은 기껏해야 며칠이다.
요즘 내 몸도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덜렁거린다. 이도 흔들리고, 무성했던 머리카락도 한웅큼씩 빠지고, 눈도 침침해서 이제 안경을 안 쓰면 글씨 읽기가 힘들고, 오줌도 쫄쫄거리고... 어디 한군데 쓸만한 것이 없는 나사 빠진 고물이 되어가고 있다.
하긴 60년을 줄기차게 썼으니 고장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저 사라져가는 눈사람이나 나나 그 시간만 조금 차이가 날 뿐, 그 운명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말 절대로 겸손해야 한다.
자만하면 더 크게 고장만 날 뿐이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