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일기333-11.29】 점심시간
요즘에는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다. 아내가 나가면서 “밥은 밥통에 있고, 국은 약한 불로 데우고, 김치는 냉장고 아래칸에 김치통에 담아 쭉 쌓아 놨으니 그냥 꺼내서 뚜껑만 열면 되옵니다.”
김장철이라 그런지 냉장고에 노란 배추속이 눈에 보여서 몇 장 씻어 쌈장 조금 떠 밥을 쌈 싸먹었다. 먹고 나서 보니 김치를 하나도 안 꺼냈구나.
혼자 밥을 먹을 때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여자들은 참으로 위해한 존재들이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것들을 냉장고에서 끝없이 꺼내어 요리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나는 진짜로 여자들을 경이롭고 존경스러운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혼자 밥을 먹는 능력조차 거의 없지만, 여자들은 남들 까지 배부르게 먹이는 능력자들이다.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