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각종기도문 › [구상] 바로 접니다

구상 | 2014.05.06 18:43:11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구상] 바로 접니다
    

그 어린애를 치어 죽인 운전수도
바로 저구요.


그 여인을 교살한 하수인도
바로 저구요.


그 은행 갱 도주범도
바로 저구요.


실은 지금까지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사건의 정범이야말로
바로 저올시다.


범행 동기요? 글쎄?
가난과 무지와 역사의 악순환,
아니, 저의 안을 흐르는 ‘가인’의 피가
저런 죄를 저질렀다고나 할까요?
저런 악을 빚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기꺼이 포박을 받으며
고요히 교수대에 오르렵니다.


최후에 할 말이 없냐구요?
솔직히 말하면 죽는 이 순간에도
저는 최소한 3천만과 공범이라는
이 느낌을 버리지 못해
안타까운 것입니다.

 

ⓒ구상(1919-2004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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