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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기 | 2011.04.26 18:07:4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출처
http://www.yonginilbo.com 용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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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육식의 진실”  
 

2011년 04월 25일 (월) 12:45:58 용인신문  webmaster@yonginnews.com  

 

구제역이 말 그대로 역병처럼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몰라서 당하는 것인지 알고도 당하는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어쨌거나 먹이사슬 구조로 볼 때 최 상부에 위치한 우리의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땅에 사육되고 있는 모든 소 돼지를 땅 속에 묻은 후에 우리는 정말 육식을 끊을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구제역 이후부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때부터 대다수의 국민은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수입 고기를 먹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지금도 수입산 소고기인지 한우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그 동안 국내산 소 돼지 또한 수입 사료 등을 먹고 자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육환경만큼은 외국과 달랐다. 국내에서 제아무리 집단사육이 이뤄진다 해도 거대 축산제국인 미국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간적(가축을 생매장 하는 방식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인 관리도 한두 마리 혹은 일이십 마리일 때나 가능한 것이지, 적게는 수만 마리에서 많게 수십만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는데 어떻게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이야기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단순히 축산 농가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을거리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데, 과연 수입 육류들은 이 땅에서 키우던 소 돼지고기와 위생이나 영양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까.


지금이라도 저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 ‘베스킨 로빈스 31’의 상속자였던 존 로빈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이스크림 속에서 태어났다. 내 아버지 어브 로빈스는 세계에 서 가장 큰 아이스크림 회사인 베스킨 로빈스를 창립해 오랫동안 경영해왔다. 우리 집은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수영장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따서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베스킨 로빈스 31’ 아이스크림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존 로빈스가 그의 저서 『음식 혁명』에서 고백한 이야기다.

 

존 로빈스는 식생활과 환경 및 건강의 연관성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중의 한 사람으로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 로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부와 명예를 뿌리치고 각종 유제품과 축산물에 대한 감춰진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거대한 유제품 기업을 이어받으라던 아버지의 희망을 뿌리치고 환경주의자가 되었는데,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의 사업파트너였던 그의 삼촌이 50대 초반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삼촌이 먹었던 (우리 회사의) 아이스크림이 치명적인 심장마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이스크림의 포화지방과 설탕이 심장마비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아들의 물음에 아버지인 ‘베스킨 로빈스’ 회장은 대답을 못했다. 결국 그는 말년에 아들이 권한 ‘건강 식단’을 수용했다고 한다.

 

존 로빈스는 저서 『음식 혁명』에서 ‘혁명’이란 유제품과 육류 위주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도 음식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2.5 에이커(약 1224평)의 땅에서 양배추를 생산하면 23명이 먹고 살 수 있는 반면, 감자는 22명, 쌀은 19명, 옥수수는 17명, 밀은 15명이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닭고기를 생산하면 2명, 소고기는 단 1명만이 먹고 살 수 있다고. 매년 기아로 죽어 가는 인구에게 필요한 곡물 1,200톤은 미국인이 소고기 소비를 10%만 줄여도 얻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다.

 

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 또한 인류를 위하는 길이다. 단시간에 부드러운 육질로 살찌우기 위한 소 돼지 닭의 사육환경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은 찾을 수 없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약 3.5㎏의 어린 아기를 우리가 닭에게 하는 사육방식으로 키우면 18주만에 680㎏에 도달할 수 있다.

 

잘 도정된 백밀과 백설탕 등은 말 그대로 쥐약이다. 미국인의 하루 설탕 소비량은 티스푼으로 53숟가락에 달한다. 두뇌와 골격발달에 우유와 고기가 최고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미국 어린이의 평균 IQ가 99인데 반해 채식주의자는 116이었다. 세상에서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 순이다. 그런데 골다공증이 가장 많은 나라의 순서가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 순이라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미국 흑인의 하루 칼슘 섭취량은 1,000㎎인데 반해 남아공 흑인들의 하루 칼슘 섭취량은 196㎎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국 흑인의 골절율은 남아공 흑인들보다 9배나 높다.

 

소들은 배설물과 숱한 오물을 몸에 붙이고 살수밖에 없을 정도로 불결한 거대한 비육장에서 사육된다. 이런 소들이 도축장에 옮겨지면 근로자들은 시간당 330여 마리를 죽여 내장을 꺼내고 가죽을 벗기며 몸통을 자른다. 때로는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끔찍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절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면 창자에 구멍이 뚫리면서 배설물이 쏟아진다. 잘려진 몸통은 냉탕에 던져지고 그 물은 배설물탕이 된다. 그 오염된 고기 덩어리는 잘게 잘려 햄버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육류는 병원성 박테리아와 세균배양에 가장 적당한 배양기이다. 기생충 독성화학물 중금속을 감춰둔다. 인간의 두뇌를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을 숭숭 뚫리게 만들어 정신을 돌게 하며 죽이는 광우병은 어떤가? 원래가 초식동물인 소의 고기와 뼈를 다시 소에게 먹이고 또 그런 소의 고기를 인간이 먹고…. 결국 그런 무자비한 과정이 광우병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목에 굴레를 쓴 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작은 공간에서 도살당할 때까지 꼼짝없이 버텨야 하는 송아지. 소비자가 좋아하는 옅은 색 고기를 만들기 위해 송아지는 빈혈에 걸려야 하고…. 도살되기 직전의 닭 중 90%가 백혈병에 걸렸고 도살직전의 돼지 중 70%가 폐렴에 걸린 상태였다.

 

냉장고의 달걀은 며칠 동안이나 상하지 않을까. 일주일이나 열흘이 고작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달걀의 ‘신선함’은 한 달 이상 계속된다. 유통 기한의 기적은 닭의 사육 방식이 이룬 ‘쾌거’다. 날개조차 펴기 어려운 좁고 더러운 축사에 갇힌 양계장의 닭들은 스트레스와 질병을 이겨내기 위해 항생제와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연명한다. 그런 닭이 낳은 달걀이 항생제 덩어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썩지 않는 달걀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우유가 쉽게 쉬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 상태에서라면 새끼를 위해 소량의 우유를 만들었을 젖소들은 공장식 축사에서 호르몬 주사에 의지해 20~30마리 분량의 우유를 생산해낸다.

 

현대 과학이 이뤄낸 눈부신 발전은 식량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이제 ‘굶주림은 분배의 문제’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의를 달기 어렵게 됐다. 단위 면적당 곡물의 생산은 대규모 관개 농업과 비료의 혁신, 농약 살포로 과거에 비해 수십 배 이상 늘었고, 단기간에 비대하게 성장하도록 조절된 닭과 돼지, 소 등은 부자의 밥상에나 오를 고기를 전 세계 패스트푸트 체인의 값싼 점심 메뉴로 바꿔 놓았다.

 

그렇다면 풍성해진 밥상은 인류를 건강과 장수의 세계로 안내했는가? 지난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암 발병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지방 식품으로 인한 심장과 혈관 계통 질환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 2001년 한해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관상동맥 우회 수술과 혈관 재생수술 등을 받기 위해 156억 달러를 지출했다.

 

대장균 에스케리키아 콜리, 캄필로박터, 살모넬라균 등은 햄버거 한 개 때문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비극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지난 몇 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광우병 파동은 또 어떤가. 광우병의 원인에 대한 분석의 와중에 사람들은 그동안 많은 농장 주인들이 경제성 없는 수평아리와 소고기, 뼈 등을 갈아 먹여 소를 육식동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모두 무분별한 육식이 가져온 폐해들이다. 미국 암 연구소는 ‘음식, 영양 그리고 암 예방’이란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채소와 과일, 콩, 최소한으로 가공 처리한 농산물 등으로 구성된 채식 위주 식단을 구성하라”고 권고했고, 미국 암협회는 “암 발병률을 낮추려면 육류 섭취량을 줄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영국 <의학저널>은 사람들이 육류를 덜 섭취하고 대신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는다면 연간 수백만 건의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목소리는 낙농업계와 육류 제조 회사의 광고와 로비에 막혀 일반인들의 귀에 가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채식주의가 금욕주의는 아니다. 존 로빈스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완벽한 채식주의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는 일방적으로 ‘육류는 악이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부르짖지는 않는다. 심장 질환의 원인인 지방 섭취를 줄이고, 먹이 사슬을 통해 인간의 몸에 축적되는 발암성 물질을 피하기 위해 채식을 권할 뿐이다.

 

“육류산업은 지난 세기에 발생한 모든 전쟁, 모든 자연재해, 모든 자동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소고기를 ‘진실한 사람을 위한 진실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병원 근처에서 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미국의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위한 내과의사 협회장인 닐 바너드 박사의 말이다.

 

20세기 전반에 시작된, 집중적인 공장식 낙농법은 전혀 자연적이지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그래서 욕망과 본능을 억누르는 환경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득마저 보게 했다.공장식 사육장으로 인해 20%에 이르는 돼지와 닭이 일찍 죽어가고 있지만, 목축업자는 그러한 집중적인 낙농법으로 이윤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과밀도 사육 방식에서도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들은 사료에 항생제와 호르몬제, 약품과 방부제 등을 섞는다.

 

목축업자들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동물을 어떻게 키우고 처리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육식을 하는 소비자가 대량 생산 방식의 계사를 방문하여 닭들을 어떻게 사육하고, 어떻게 추수하며, 또 조류 처리 공장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알게 된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하늘에 맹세코 닭고기뿐만 아니라 어쩌면 모든 육류를 끊겠다고 맹세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가 고기를 입에 집어넣기 전까지의 과정에 무지하면 할수록 그만큼 현대식 축산업계에 유리한 것이다.

 

현대식 동물 공장에서 가장 괴롭힘을 당하는 동물을 들라면 단연 송아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연한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해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 소에서 분리되어 목에 굴레를 쓴 채 22치58인치(55.88cm/147.32cm) 정도 되는 작은 우리 안에 갇힌다.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넓은 소형 자동차 트렁크만한 공간에 평생 갇혀 있게 된다.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고, 자연스럽고 편한 자세로 누울 수도 없는 처지로 송아지는 도살당할 때까지 4개월간 개별 우사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개 하루에 두 번 짧게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햇빛도 보지 못한다.

 

또한 오늘날 8주된 닭의 유방 조직은 25년 전에 비해 7배나 비대하다. 그리고 사육하는 닭 중 6주 정도 자라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만큼 비만해지는 비율은 90%에 이르고 있다.
돼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고기 생산을 위해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는 9,000만 마리의 돼지 중에서 도살장에 끌려갈 때까지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우리에 갇혀 지내는 돼지의 수는 무려 6,500만 마리 정도이다. 돼지를 살아남게 하는 것은 항생제의 힘이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좀 더 소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패러다임에 관한 문제이다. ‘걱정도 팔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제 식량 문제는 우리들의 목숨이 걸린 생존 문제이다. 구제역으로 축산업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고, 그나마 살아남은 축산 농가조차 FTA 등의 확대로 사라져갈 것이다. 쌀 하나 겨우 버티고 있는 우리의 농작물 자급 여력 또한 곧 붕괴되고 말 것이다. ‘쌀 없으면 빵 먹으면 되고, 고기 없으면 돈 주고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곡물 메이저 등 거대 식량자본이 건네주는 쌀과 밀가루와 소 돼지고기만을 먹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이 정말 질 좋은 것만 골라서 우리에게 주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물론, 소위 1% 상위 계층은 스스로 위생적인 방식으로 짐승을 사육하거나 자신들의 사유지에 유기농 농작물을 길러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식량자본들이 ‘주는 대로’ 먹을 수박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 날이 왔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참에 인식을 바꾸고, 더불어 식단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이 문제는 비단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 차원에서 지금부터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글 / 박후기(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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