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공부 중
제게는 딸이 둘 있는데, 예쁜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갑자기 말도 안 듣고 반항을 하는 겁니다.
얼마나 놀랍고 당황스럽던지... 처음에는 야단을
치다가, 내비둬버렸다가, 티격태격 싸우다가, 부랴부랴
서점에 가서 청소년에 대한 책을 사 읽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게 '사춘기'의 징조였던 것입니다.
그 뒤로도 사춘기 딸과 아빠가 어떻게 사이좋게
동거해야 하는지 지금까지도 저는 좌충우돌하며
공부중입니다. 저는 청소년기의 자녀를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왜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의
사춘기 시절에 아빠가 안 계셨습니다. 자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부모들을 보며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는
보고 자란 그대로 행동합니다. 그런데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이후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경험도 딱 끊기고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청소년 딸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당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 딸들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기 전까지는
나는 절대로 죽으면 안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역할에 대한
경험을 자식의 마음속에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기억 속에 없는 '청소년의 아빠'의
역할에 대해 지금도 열공 중입니다. 잘 공부해서
참 좋은 아빠로 기억되게 하고 싶습니다. 딸들이
이 글을 읽고 아빠를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푸헐~! ⓒ최용우 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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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 - 꽃차 한잔의 향기와
여유
○지난일기 |
□ 찾아갈 곳
참 재미있게 사시는 사모님 한 분이 토요일에
햇볕같은집에 놀러 오셨습니다. 오랫동안 서로 기억하며
기도하고 전화를 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모님이신데,
얼굴을 보는 것은 일년에 잘 하면 한 두 번? 그래도
참 오랫동안 이웃집에 사는 것 같이 가까움을 느낀다는
게 신기합니다. "찾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래요. 그렇지요.
갈 곳이 없으면 너무 서러울 것 같아요" 언제
가도 반겨주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납니다. 강원도? 하면 구절초처럼 순결한 사모님이
생각납니다. 경기도? 하면 맨날 맛있는 것 사주시는
분, 황토방 군불 때 줄 테니 빨리 오라고 하는 분...
충청도? 아예 이사오라고 하시는 목사님... 전라도?
그 머시냐 갑자기 고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그 비싼 고기를 한 자루나 싸 주시던 목사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국 곳곳에 전화만 걸면 당장에 달려가도
반갑게 맞아주실 분들이 많네요. 이만하면 갈곳이
없어 서러워 눈물 흘릴 일은 없겠네요. 햇볕같은집이
그런 '찾아갈 곳'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든 오시면
기쁘게 환영해요. 수련회 장소나, 모임 장소 같은
그런 곳 찾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훌쩍 바람쐬러 와서 하루 이틀 쉬기에는 제격인
집입니다. 뭐, 볼 것도 없는 집 보러 오지말고 사람
만나러 오세요. 그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 ⓒ최용우
20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