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73호 |
2013년6월15일에 띄우는사천육백일흔세번째쪽지! ◁이전l 다음▷
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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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판 같은 것
어느 날 법정은 법당 둘레를 거닐고 있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물었다. "스님, 팔만대장경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방금 보고 내려오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 빨래판 같은 게 팔만대장경입니까?"
아주머니의 물음에 법정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빨래판 같은 것'이라는 말이 그의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던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남아 있는 한, 그것은 한낱 빨래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 장혜민> 종교인 중에서
'책'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법정 스님'이 '쉬운 글'을 써야되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된 '빨래판 사건'입니다. 그분의 책
판매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종교와 신분을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을 받는 몇 안되는 '종교인이자 작가'입니다. 그분의 책을
가만히 읽어보면 불교의 불경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누구나의 언어'로 풀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로 치면 설교집 같은
것입니다. 기독교서점에 가면 아주 훌륭하고 빼어난 설교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가만히 읽어보면 법정스님의 책보다도 훨씬 잘 쓴 책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설교집은 설교를 준비하는 목사님들이나 가끔 넘겨볼 뿐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설교집은 '그들만의
언어'로 쓰여진 '그들만의 책' 이거든요. 알 수 없는 한문만 잔뜩 쓰여진 팔만대장경을 '빨래판 같은 것'이라고 한 아주머니처럼, 기독교 용어와
정서로 가득 찬 설교집은 비 신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빨래판 같은 책'입니다. 제가 청년시절에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고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성경을 '누구나의 언어'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도
기독교출판사 보다는 일반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하고 기독교서점 보다는 일반 서점에서 팔리는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만들자는 출판제의가 거의 일반 출판사쪽에서 많이 오네요. ⓒ최용우 more.. 이 글에 공감하시면 손가락 표시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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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1863 <이오 비망록(二吾 備忘錄)/풍경소리>중에서○지난글 |
□ 늙은
작가가
늙은 작가가
마지막 작품으로 내놓은 것은 세상의 어둠을 고발하는 데 일생을 바친 자기 자신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고발이라기보다 폭로에
가까운 자기 노출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그의 용감하고 솔직한 자기-고발에 세계가 놀라움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 화려하게 살아난 것은 역시 위대한 작가 아무개였다. 그의 에고가 자기를 죽여 스스로 자기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렇다, 참된
부활은 부활한 형체가 없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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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절벽이나 태산만이 아니어서 눈물과 탄식 실망과 아픔 또한 앞을 막습니다 길이신 주님 앞을
가로막는 것 무엇이든 막히지 않게 하시고 갇히지 않게 하소서 가벼운 웃음으로든 아픈 눈물로든 묵묵히 지나게
하셔서 지나온 곳 모두를 길 삼게 하소서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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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 - 어슬렁 어슬렁 동네 한
바퀴 ○지난일기 |
□ 아빠글의 특징
큰딸 좋은이와 밥을 먹다말고 인생상담(?)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불러앉혀 놓고 말하면 잔소리라고 생각하며 귀를 틀어막는데,
이렇게 우연히 이야기 할 때는 귀를 기울여 잘 듣습니다. 큰딸이나 아빠나 ‘창작의 고통’을 공유하기에 대화가 통합니다. “아빠는
글이 쉽게 잘 써지세요? 저는 그림이 잘 안그려져요.” “아빠는 뭐든 생각만 하면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좌우정렬을 하면서 막 조립이 되어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기만 하면 글이 자동으로 튀어 나온다.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 캔이 나오는 것처럼... 부럽지? 킥킥 ” “아빠 글은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생각만 해도 웃겨.” “흐흐 아빠도 청년때는 ‘독립군 대장’처럼 용감하게 글을 썼는데, 그게 엄한 사람들만 때려잡고
적들만 수두룩하게 만들더라고. 그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당대에 최고로 글을 잘 쓰는 분들 네 분을 뽑아 글쓰기 ‘스승님’으로
모셨지. 이 아무개 목사님은 깊이 있고 재미있는 글을 쓰도록 가르침을 주셨고, 김 아무개 목사님은 육하원칙에 충실한 글 쓰는 법을, 이 아무개
수녀님은 글에 감성을 입히는 방법을, 한 아무개목사님은 사물을 따뜻한 눈으로 관찰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단다.” “스승님들의 좋은 점만 쏙
빼서 아빠것으로 만드셨네요. 오아.. 나는 누구를 스승님으로 모시나?” “아빠가 아직 때를 못만나 지금 재야에 숨어 있지만, 누군가
아빠를 발견한 사람은 대~애~박! 수지 맞은거야.”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은밀하게 위대하게 아빠의 자랑질은 끝날 줄을 몰랐다는..... 에고...
딸 앞에서 너무 허풍을 떨었다. ⓒ최용우 2013.6.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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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생 - 마음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바글바글 ○지난일기 |
<자기애(自己愛)> 자기애(自己愛)로 가득찬 사람은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 받지 못합니다. 양손에 무엇인가를 움켜쥔 사람에게는
더 주어도 더 받아갈 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빈 손,
빈 마음, 빈 바구니를 가지고 온 사람을 빈 손, 빈 마음, 빈 바구니로
보내시는 법이 없지만, 자기애로 가득 찬 사람에게는 더 주시지 못하십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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