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8호 |
2010년11월22일 삼천구백서른여덟번째
쪽지! ◁이전 l 다음▷ 지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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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밥통입니다
점심을 혼자 먹을 때가 많습니다. 아내가
미리 다 준비해 놓았기 때문에 그냥 차려서 먹기만
하면 됩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반찬을 담은 통들이
앞줄에 있어서 그냥 꺼내어 뚜껑만 열면 됩니다.(뒷줄에
있으면 절대로 찾지 못하는 것은 침팬지와 거의
비슷한 지능 수준. ㅠㅠ) 그런데 문제는 밥통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밥통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작은딸 밝은이가 글짓기 시간에
'우리 아빠는 밥통을 무서워합니다.'하고 글을 써서
사람들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게 만든 이후로 절치부심하여
밥통 뚜껑을 열어보고 닫아보고 하면서 밥통 노이로제가
사라진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구요.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밥을 먹으려고 밥통 앞에 섰을 때 온 몸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아직도 극복된 게 아닌 것 같아요.
결국은 밥을 두고 또 라면으로 생명을 연장합니다.
나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혹시 밥통에 대해 '이건
이래야만 한다 저러면 안 된다.'며 스스로 정해놓은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지는 않은가? 첫째는 어릴
적 밥통뚜껑은 여자들만 열어야 한다고 했던 어른들의
말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 같고, 둘째는
만화영화에서 본 밥통이 펑! 하고 터지던 장면이
머릿속에 저장된 것 같고, 세 번째는 어떤 남편이
밥솥 안을 들여다보며 입을 쩍 벌리고 크게 놀라던
신문광고를 본 이후로 밥통은 무섭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에도 밥통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어떻게 밥통 뚜껑도 열지 못하느냐고
사람들이(특히 여자들이) 저에게 분노를 하더라구요.
저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걸
극복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분노가 납니다.
정말 듣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법과 같이 내 안에 굳게 자리잡고 나를 움직이는
근거가 된 것 같아요. 그렇지요? 저는 언제나 밥통과의
갈등에서 자유로워질까요? ... 눈치 채셨나요?
하하 제가 사실은 밥통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나의 삶 가운데, 혹은 우리 교회 안에, 기독교
안에, 우리나라 정서 안에 이런 '밥통 노이로제'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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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1436 <보는것을 보는눈이
행복하다/kcm>중에서○지난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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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報酬)
고전9:13-18 |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 일하는
것과 일을 하고 나서 돈을 (주면)받는 것은 크게
다르다. 아니, 전혀 다르다. 참과 거짓, 진짜와
가짜는 나란히 놓고 견주어 볼 상대가 아니다.
주님, 거저 받은 것 거저 주라고 하셨지요?
제 남은 인생이 바로 그 말씀을 실현하는 것이 되게
해주십시오. 무엇을 하든 말든, 오직 주님이 주신
일이니 할 뿐이요 주님이 하지 말라고 하시는 일이니
하지 않을 따름인, 그런 인생이 되게 해주십시오.
제가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이현주 (목사) |
□ 가을저녁
박하 내음의 정결한 고독의 집 연기가
피네
당신 생각 하나에 안방을 비질하다
한 장의 紅葉(홍엽)으로 내가 물든 가을 저녁
낡고 정든 신도 벗고 떠나고 싶네 ⓒ이해인(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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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우글방 - 꽃차
한잔의 향기와 여유 ○지난일기 |
□ 영웅이네 김장
마당에서 왁자지껄 김장하느라 요란합니다.
우리 이웃집 영웅이네는 해마다 이맘때 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식구들이 모여 김장을 합니다. 전날
오후에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놓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식구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속을 넣고 버무립니다.
영웅이네 김치는 항아리에 담고, 다른 식구들 배추는
김치통에 담고, 오늘 오지 못한 딸네집에 보낼 것은
택배로 보내기 좋게 스치로플 박스에 넣습니다.
올해는 무,배추 값이 무지무지무지무지 하게 비쌌다가
요즘에는 또 폭삭 주저앉아 농부들이 울쌍이라면서요.
시골에서는 김장할 배추를 직접 밭에 심어서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배추값의 널뛰기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올해는 영웅이네가 주일 아침에 김장을 하는
바람에 맛있는 수육 한 점 얻어먹을 기회가 사라졌네요.
대개는 오전 중에 김장이 다 끝납니다. ...교회에
다녀왔더니 맛있는 김치를 한 대접 갖다 놓으셨네요.
아후 빨리 밥 먹자... 우리는 이번 주 토요일에 처가에
모여서 김장을 합니다. ⓒ최용우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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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책은
물과 공기 같아서 맑고 깨끗한 책을 골라
읽어야 영혼도 맑아집니다. ○지난일기 |
정원의<낮아짐의
은혜>를 읽다 42 |
□ 사람을 낮추시는 주님 |
주님의 복음 전도 방식은 오늘날의 방법과
많이 달랐습니다. 오늘날의 전도자들은 듣는 자들을
잘 설득하고 달래서 주님을 영접하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들의 안에 진리에 대한 열망이 없을 지라도
그들의 마음이 높을 지라도 하나님을 낮추고 복음을
낮추고서라도 주님을 영접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식의 복음 전도는 진정한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주님은 사람의 비위를 맞추시지 않았고 달래지
않았습니다. 쉬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셨습니다.
편안하고 좋은 길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좁은 문, 좁은 길을 가르치셨습니다. 진정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우리는 절망하게 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절망하고 낙담하고 오직 하나님의 긍휼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오시는 길입니다. ⓒ정원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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