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85호 |
2014년3월 11일에 띄우는사천팔백여든다섯번째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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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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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겠다는 약속
어떤 마을에 장기를 잘 두는 양반 하나가 살았는데 얼마나 장기를 잘 두는지 지금까지 한번도 져본적이 없다나 뭐라나? "지는 게 뭐여?"
그런데 듣자 하니 뒷산 절간에 사는 스님 하나가 제법 장기를 잘 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하늘 아래 1등이 둘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슬그머니 오기가 발동한 이 양반이 뒷산 절간으로 가 마당을 얼쩡거리다가 스님을 만나 한판 붙자고 결투 신청을
했습니다. "좋소. 장기라면 나도 한 장기하는데,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내기를 합시다. 지는 사람의 배꼽을 딱 한냥짜리 엽전만큼
도려내는 것로 합시다." 어쭈! 요것 봐라! 양반은 설마 자기가 질까 싶어서 그러자 하고 장기를 두었는데 그만 단판에 스님에게 발렸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진짜로 칼을 가지고 나와서 빨리 배꼽을 내놓으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이고 이걸 어째! "스님, 지금 장난이 지나치시오.
이깟 장기 한판으로 참말로 배꼽을 도려낼 참이오?" 스님은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 할 것 아니오? 지키지도 않을 거면 약속은 왜 한단
말이오?" 결국 둘이 다투다가 고을 원님에게로 갔습니다. 원님은 난처해졌습니다. 양반편을 들면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을의
백성들도 앞으로 약속을 우습게 여길 것 같고, 그렇다고 스님편을 들면 산 사람의 배꼽을 도려내야 하니 이거 골치 대갈통 헤드 전두엽이
바르르르르... 그때 원님의 똑똑한 아들이 옆에서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스님은 약속대로 하시오."
스님이 고것 봐라 하며 칼을 높이 들자 다시 말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대로 정확하게 한냥짜리 엽전만큼만 도려내야 합니다. 만약 눈꼽만큼이라도
더 도려낸다면 스님의 배꼽에서 그만큼 떼어낼 것이오." 스님이 무슨 '생활의 달인'도 아니고 어떻게 딱 엽전 한냥 만큼만 도려낼 수
있겠어? 잘못하다간 자기 배꼽에도 칼이 들어올 것 같더란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해서 일이 훈훈하게 급 마무리되었다는 얘기올시다. ⓞ최용우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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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1931 <하루기도/생활성서>중에서○지난글 |
□ 영원은 없다
주님, 오늘 쌍무지개가 뒷산에 걸렸어요. 안심하라고, 얼마나 아름다운 생명이냐고, 하지만
영원초록 저렇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더욱 안심하라고, 누군가 저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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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음의 길 위에서
1
어제보다는 좀더 잘 들으라고 저희에게 또 한 번 새날의 창문을 열어 주시는 주님
자신의 안뜰을 고요히 들여다보기보다는 항상 바깥일에 바삐 쫓기며 많은 말을 하고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 듣는 일에는
정성이 부족한 채 '대충' '건성' '빨리' 해치우려는 저희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이들끼리 정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기보다는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자기 말만
되풀이하느라 참된 대화가 되지 못하고 독백으로 머무를 때도 많습니다ⓒ이해인(수녀) <작은 기도/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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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 - 어슬렁 어슬렁 동네 한
바퀴 ○지난일기 |
□ 밝은이의 가장 긴 일주일
밝은이가 드디어 기숙사에서 '탈출' 했습니다. 일주일동안의 기숙사 생활을 마치 무용담 들려주듯 떠벌떠벌 할말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을 기숙사에서의 일주일이 얼마나 길었을까요. "아빠, 논문을 어떻게 쓰는 거에요?" "에에? 고등학생이 무슨
논문이냐?" "3년 동안 논문 한편을 완성하지 못하면 졸업 안 시켜준데요. 대학교 전공과 연계시켜서 확실하게 써야 되는데, 3년 동안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간데요. 저는 사회경영에 관심이 많으니 '경영학적으로 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국가 경영 스타일' 이나 '역대 대통령들의
국가 경영 실적' 같은 논문을 쓰고 싶어요" 책꽂이에서 논문집 하나 찾아 보여줍니다. "이렇게 쓰는 거여. 아빠가 쓴 것도 있는데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대학교는 특목고 학생들을 반 이상 뽑는다는데, 학교입장에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전공에 관련된 논문을 쓰는 학생들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최용우 20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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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 커피 연작詩55
○지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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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한
행복 |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재미있는 책을 읽는 시간은 옛 왕후장상들은 누려보지 못한 최고의 호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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