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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망하고 말로 흥하고
심장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스미스 박사님이 어느날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잠깐 쉬다가 깜빡 졸았습니다. 의자에서 뒤로 쓰러졌는데
사람들이 쓰러진 자기 몸을 응급실로 싣고가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을 공중에서 보게 되는 신비한 체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온갖 조치를 다
취했는데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하얀 시트로 자기의 얼굴을 덮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안돼, 나 지금 여기 있잖아. 이봐 간호사.
나야, 내가 안 보여?” 스미스 박사는 공중에서 사람들을 잡아 흔들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자신의 몸을 냉동창고로 끌고가는
것이었습니다. 그후 스미스 박사의 영은 어디론가 깊이 빨려들어가더니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면서 심판을 받게 되는데 심판하는자의 모습은 그냥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찬란한 빛이었습니다. 심판은 눈 앞 허공이 스크린이 되어 평생 살아왔던 삶이 스르륵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자신의 삶의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모두 비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살아 생전에 했던 말이 실체가 되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상대방에게 ‘개’라고 욕을 하면 입에서 개가 나가 상대방을 물어뜯고, ‘독사 같은 놈’이라고 하면 자신의 입에서 독사가
나와 상대방을 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에서 ‘사랑해’라고 하면 아주 감미로운 기운이 나와 상대방을 감싸면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한 모든 말이 즉시 실제로 실체가 되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좋은 말을 많이 하고 살걸...” 하고 후회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스미스 박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얼굴에 흰 천이 씌워져 있었습니다.
그는 당장 병원에 사표를 내고 전 세계를 돌며 ‘말 잘하는 법’을 강연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최용우 more.. 이 글에 공감하시면 손가락 표시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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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1871 <이오 비망록(二吾 備忘錄)/풍경소리>중에서○지난글 |
□ 갑이
을과
갑이 을과 다투고 와서 일렀다, “을이
글렀어요.” 정승이 말했다, “네 말이 옳다.” 갑과 다툰 을이 말했다, “아니, 갑이 글렀어요.” 정승이 말했다, “네 말이
옳다.” 병이 곁에 있다가 말했다, “그런 답이 어디 있습니까?” 정승이 말했다, “네 말이 옳다.” 갑과 을과 병이
의논하기를, “저분이 저렇게 답하는 건 우리가 따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한꺼번에 말해보자.” 셋이 입을 모아,
을이 글렀고 갑이 글렀다고 그리고 그런 답이 어디 있느냐고 단숨에 말했다. 정승이 뭐라고 지체 없이 답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답이 셋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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