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기자 칼럼]누가 죄인인가

뉴스언론 박철응 기자............... 조회 수 519 추천 수 0 2014.07.05 07:34:57
.........
[기자 칼럼]누가 죄인인가

 

경향신문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 국어사전에 나오는 ‘죄’의 정의다. 또 다른 정의는 ‘법률에 위반되어 처벌을 면하지 못하는 불법 행위’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구속돼 있다.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던 중 잡혀갔다.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그는 “경찰에게 왜 신고된 집회 공간에 들어오느냐고 항의했더니 잡아가더라”고 했다. “빨간불에는 절대 건너가지 않고 웬만하면 작은 법이라도 지키며 살려 했다”는 그에게 일반도로교통방해 등 혐의가 붙었다.

검찰은 법률을 위반한 죄를 지었다며 그를 가두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이나 도리에 따르려고 발버둥쳤던 사람이다. 위 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였다.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을 뜯어보고 전자회로 세트를 사서 납땜해가며 만들기를 좋아했다. 결국 전자통신을 전공해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게 됐다.

그러나 삶은 고단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일 때문에 점심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집에 갈 수 없었다. 죽어라 일을 하는데도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리하러 가면 ‘기사님 고생하신다’며 밥까지 챙겨주던 고객들도 갈수록 달라졌다.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고압적인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늘었다. 회사에선 고객만족도를 철저히 관리했고 ‘삼성은 소리치면 다 해준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세계적인 일류 회사의 서비스 엔지니어라는 자부심보다는 ‘하류인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점심도 못 먹고 밤 10시나 11시에 들어오는데도 돈을 많이 못 벌어다주니까, 미안해서 본인이 알아서 밥 챙겨먹는다. 애들은 곤히 자고 있고, 양치하러 욕실에 들어가서 피곤에 절어 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 이유 없는 눈물이 떨어지곤 한다.” 그가 전한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삶이었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지 싶어 회사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다 그는 해고됐다. 멀쩡했던 이가 빠져나갈 정도로 극심한 고통의 나날들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했고 그는 지회장을 맡았다. “다른 말보다, 그냥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고 했다. 헌법과 근로기준법대로, ‘준법’을 원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스스로 생각할 때, 죄였다.

조합원들은 출범식 때만 해도 ‘투쟁’이란 말조차 어색하고 쑥스러워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 시간 동안 한 명의 동료가 과로로 숨지고,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삼성 본관 앞 찬 바닥에서 노숙하며 겨울을 났고, 지난 5월부터 한 달 반가량 다시 비바람을 맞으며 버텼다. 그들의 변화는 피눈물나는 투쟁의 산물이다. 그런 그들이 결국 지난달 말 회사 측과 노조활동 보장, 노동조건 개선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해냈다. 그 씨앗은 위 지회장이 뿌렸다.

평범한 사람이 평생 살면서 감옥살이를 할 확률은 극히 낮을 것이다. 위 지회장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다르다면, 전자기타를 멋들어지게 치고 “컴퓨터 음악도 좀 한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정도일 것이다.

다르다면, 남들보다 부당함에 대해 좀 더 분노하고 행동할 줄 알았던 점일 것이다. 회사 측은 노조와 합의하면서 위 지회장과 라두식 수석부지회장, 김선영 영등포분회장 등 구속자들의 석방 탄원서를 내기로 했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라’가 빚은 참극에 여전히 몸서리치고 있다. 위 지회장이 ‘가만히 있지 않은 죄’에서 속히 풀려나기를 바란다.

<박철응 정책사회부 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772 걷는독서 [걷는 독서] 사랑은 했는데 file 박노해 2023-04-16 25
11771 묵상나눔 바보 신 file Navi Choi 2023-04-16 28
11770 가족글방 섶-산레담의 교회관 file Navi Choi 2023-04-15 30
11769 걷는독서 [걷는 독서] 죽어간 것들은 무거웠다 file 박노해 2023-04-15 27
11768 묵상나눔 백성의 이중성 file Navi Choi 2023-04-15 40
11767 걷는독서 [걷는 독서] 결핍과 결여라는 한계 속에 고투하며 file 박노해 2023-04-14 38
11766 묵상나눔 정체성 file [2] Navi Choi 2023-04-14 45
11765 걷는독서 [걷는 독서] 가까워진다 file 박노해 2023-04-13 26
11764 묵상나눔 정탐 file Navi Choi 2023-04-13 32
11763 걷는독서 [걷는 독서] 자기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 사람은 file 박노해 2023-04-12 29
11762 광고알림 (제102기) 전인치유학교 / 5월 15일~16일 (월 pm1-화 pm5) 주님사랑 2023-04-12 28
11761 묵상나눔 온유 file [1] Navi Choi 2023-04-12 35
11760 걷는독서 [걷는 독서] 우린 지금 file 박노해 2023-04-11 28
11759 묵상나눔 제도 file [1] Navi Choi 2023-04-11 33
11758 걷는독서 [걷는 독서] 해 뜨는 아침에 보면 file 박노해 2023-04-10 25
11757 가족글방 가짜 지성인 김홍한 목사 2023-04-10 27
11756 묵상나눔 출애굽 무효화 세력 file [1] Navi Choi 2023-04-10 25
11755 걷는독서 [걷는 독서] 말씀은 가만가만 file 최용우 2023-04-10 26
11754 묵상나눔 부활 file Navi Choi 2023-04-09 34
11753 무엇이든 주안에서 아름다운 만남을 원합니다 이종용집사 2023-04-08 37
11752 걷는독서 [걷는 독서] 진정한 독서란 file 박노해 2023-04-08 24
11751 가족글방 교회력 이야기: 부활절 최주훈 목사 2023-04-08 40
11750 묵상나눔 무덤을 지킨다고 부활이 막아질까? file [1] Navi Choi 2023-04-08 50
11749 걷는독서 [걷는 독서] 희망은 봄날의 새싹과 같아 file 박노해 2023-04-07 28
11748 묵상나눔 주님이 십자가에서 본 것 file [2] Navi Choi 2023-04-07 88
11747 걷는독서 [걷는 독서] 단독, 특종, 뉴스 뒤에는 file 박노해 2023-04-06 39
11746 묵상나눔 골고다의 예수 file Navi Choi 2023-04-06 47
11745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난 나무가 좋아요 file 박노해 2023-04-05 30
11744 광고알림 순교신앙 이음 기도회 안내 -2023.4.8(토) 광주 file 문희성 2023-04-05 25
11743 묵상나눔 바라바냐? 그리스도냐? file Navi Choi 2023-04-05 41
11742 걷는독서 [걷는 독서]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 file 박노해 2023-04-04 28
11741 묵상나눔 절망, 죽음에 이르는 병 file [1] Navi Choi 2023-04-04 45
11740 걷는독서 [걷는 독서] 선하고 의로운 이들은 아직 죽지 않았고 file 박노해 2023-04-03 25
11739 묵상나눔 지켜지지 않는 원칙 file Navi Choi 2023-04-03 43
11738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내 몸은 너무 지쳐있다 file 박노해 2023-04-02 31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