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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동의 아침

(최용우 세번째 시집)

 

저자/최용우  

출판일/1판 2006.8.1

          2판 2017.6.23

출판사/교보문고 퍼플

분류/종교 기독교(개신교) 

크기/신국판 A5 152X225 

페이지/150쪽

가격/7,600원

ISBN 978-89-24-047578

구입링크/ https://c11.kr/017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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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충청북도 보은의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어부동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눈앞에는 대청호 푸른 물이 넘실대고 사시사철 들꽃이 마당 가득 피어나던 곳 아침이면 새소리가 맑고 밝게 들리던 곳 그 곳 호숫가를 거닐며 쓴 시를 모아 엮었습니다.
충북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사음리 일대를 어부동이라고 하는데 정말 한문으로 어부동(魚夫洞)입니다. 이곳은 화전민들이 사는 산간벽지 오지마을이었습니다. 대전, 청주, 보은에서 오는 완행버스의 종점이 있었습니다. 깊은 산골짜기에 어부동이라니...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름 때문이었는지 1980년 대청호가 생기면서 동네 앞까지 물이 차 내수면어업이 활성화되면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진짜 어부동 마을이 되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도 생기고 민물고기를 잡아서 회를 파는 식당들이 마을을 이루게 되었고 한때 대전 사람들이 나들이 삼아 회를 먹으러 오는 유명한 명소가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대청호가 대전 시민의 식수로 사용되면서 양식장이 문을 닫게 되었고 점차 식당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부동에 있는 초등학교를 임대한 마을에서 5년 동안 살다가 세종시로 이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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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박

 
 빈 공터만 보면
 호박 올리면 좋겠다
 말씀하시던 어머니 생각에
 산 언덕 볕 좋은 곳에
 호박순 놓았더니


 어느새 눈부신 하늘
 푸른색을 배경으로
 초록의 덩굴손을 쑥쑥 내밀며
 이 땅의 아들 딸을 닮은
 호박꽃이 피었어라


 비 온 뒤 무성해진
 호박넝쿨 살며시 헤쳐보니
 타조가 알을 낳아 숨겨 놓은 듯
 복덩이 호박 하나
 살그머니 앉아 있네.
 
 2.개 도둑

 
 간밤에
 개를 도둑 맞았다.
 대청호 구비구비 길
 돌고 돌아 돌아 돌아 또 돌아
 어디선가 돌아 온 도둑이
 예리한 칼로 개 줄을 자르고
 왔던 길 돌고 돌아 돌아 가 버렸다.
 정말 돌아버리겠다.
                                        
 복날에
 개를 도둑 맞았다.
 어젯밤 손님
 온다는 연락도 없이 오더니
 간다는 인사도 없이 갔구나
 밤이슬 맞으며 갔구나
 개랑 같이 갔구나.
 정말 개같이 갔구나
 
 3.들꽃       

 
 여기 저기
 막 피어난
 들꽃이라고
 막 꺾지 마라


 허리 꺾이면
 흰 즙 한 방울
 그건 피다
 들꽃의 피다.
     
4.청량고추   

 
 텃밭의 고추 농사
 풋고추는 따다가
 된장 찍어 써억 베어먹고
 연한 잎사귀 천렵 때 지져 먹고
 오이냉국에 채 썰어 넣고
 간장에 절여 짱아치 만들고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청 량 고 추
 하~ 고놈!
 더 독해지라고
 햇볕에 말린다. 
 
 5.부스러기로도 배부릅니다


 아버지, 오늘은 배부릅니다.
 비워진 마음에 조금씩 고여지는 말씀
 고요히 채워지는, 결코 고요하지 않는 말씀
 때로는 충격으로 오늘은 혁명으로
 출렁이는 말씀의 파도
  
 아버지, 오늘은 충만합니다.
 조금 마셨어도 목마르지 않고
 다 퍼 주었어도 아직도 남아 있고
 얼굴에는 만족이, 마음에는 평안이
 부스러기로도 이렇게 가득 가득 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행복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육신이 먹을 것에 눈이 어두워 욕심을 부리다
 문득 내 영혼의 갈함을 깨닫고 돌이켜
 말씀의 냉장고를 연 오늘은 행복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이렇게 살겠습니다.
 육신의 배고픔 보다
 영혼의 배고픔에 더욱 민감하고
 육신을 위한 진수성찬보다
 영혼을 위한 부스러기를 택하겠습니다.

 
 6.홍시


 확!
 놓아 버려라
 온몸이 빨개지도록
 물러 터지도록
 네가 움켜잡고 있는
 그것이 무엇이더냐


 퍽!
 떨어져 버려라
 온몸이 박살나도록
 바닥을 피로 적셔라
 죽어야 다시 산다 하신
 주인 말씀을 잊었더냐
       
7.행복한 부자


 행복이 별거냐
 부자가 뭐냐
 만족이란게
 뭐 대단한 거냐


 커피 한잔
 가득 타 들고
 향기 한번 맡으면
 그거이 행복이지


 덧없는 세상
 뭘 더 소유하겠다고
 커피한잔 넉넉하면
 그거면 됐지.


 8.내 머리 위에서 몇 명이나 똥을 누고 있을까?

 
 설 명절을 처가에서 보냈습니다.
 새벽에 배가 싸르르 아파
 더듬더듬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졸면서 일을 보고 앉아 있으니
 쏴아.... 내 머리 위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앉아 있는
 내 궁뎅이 밑으로 7층이 있고
 내 머리위로도 몇 층이 더 있습니다.
 우~ 내 머리 위에 몇 명이나 똥을 누고 있으며
 와~ 내 엉덩이 아래 몇 명이나 앉아 있을까?
 참으로 위아래도 없는 세상.

 9.봄


 날씨도 풀리고
 강도 풀리고
 하늘도 풀리고
 땅도 풀리고
 봄이다 봄.


 너도 풀고
 나도 풀고
 모두 풀자
 마음을 풀자
 봄이다 봄.
 
 10.휴식


 하루 종일
 이빨이 빠져라
 빨래를 물고 있던
 빨래 집게


 햇볕에
 바짝 마른 빨래
 주인에게 내려주고
 잠시 쉬고 있다


 수고한 자만
 누릴 수 있는
 파란 하늘아래
 달콤한 휴식
 
 11.아침마다


 아침마다
 비워진 마음의 그릇에 채워지는 말씀
 조용한 시간에 살그머니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폭풍처럼 몰려오기도 하는 말씀의 감동


 아침마다
 말씀으로 가득 채워진 마음의 그릇
 맘껏 퍼내고 나누어주어도
 더욱 풍성해지고 넉넉해지는 이상한 그릇


 아침마다
 주님의 발 아래서 주님을 바라보며
 어느 날은 부스러기로도 배부르고
 또 어느 날은 빈 그릇으로도 마냥 행복합니다.


12. 단풍


 단풍은
 이름이 단풍이면서
 왜 가을에만 물이 들까?


 단풍은
 이름이 붉을 단(丹)이면서
 왜 가을에만 빨개지냔 말이야


 그럴지도 몰라
 뭐냐 하면 단풍은
 가을을 사랑하는 거야


 그래서 가을 앞에서
 온몸이 빨갛게
 수줍음을 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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