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어떤 한글날
택시를 탔더니 기사님이 백발의 할머니였다. 별로 많은 비가 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평소보다 차들이 많아서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었다. 할머니 기사님께선 거의 5초마다 이런 시부럴, 니미럴, 육시럴을 만트라처럼 중얼거리시며 럴럴럴 운전을 하시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울분을 쏟아내시는 거시었다.
으이구~ 이런 시부럴! 한글날은 왜 갑자기 놀라고 만들어 놔서 도로에 차들을 다 몰고 나오게 하는 거여? 저것들 지금 다 놀러 가려고 차 몰고 나온 거잖어? 니미럴! 한글날이면 한글날답게 학생들을 더 열심히 공부를 시켜야지 학교마저 쉬게 한다는 게 말이 돼? 육시럴! 한글날 논다는 게 말이나 돼? 시부럴!
도저히 나처럼 고매하고 애매하고 우매하고 몽매한 사람이 견디기에도 욕설과 논리의 난이도가 과한 듯 싶어 슬그머니 한 마디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 한글날 학생들을 더 열심히 공부시켜야 하면 근로자의 날엔 근로자들을 더 빡세게 일 시켜야겠네요? 어버이날엔 어버이 노릇 더 뼈가 빠지도록 해야 하고?
할머니 기사님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시었다. 시부럴! 그러고 보니 나는 날마다 근로자의 날이고 날마다 어버이 날이네. 니미럴! 으이구~ 육시럴! 어이구~ 시부럴!
첫 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끝 페이지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