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제446호> 조병화 시인의 비망록 중에서

무엇이든 유한나............... 조회 수 607 추천 수 0 2003.06.12 13:42:44
.........
2003년 06월 12일  

내일/조병화

너의 육체는 나의 우주
너의 심장은 나의 보석
너의 눈망울은 나의 별
아롱아롱
어두워 가는 인간의 밤
너의 침묵은
나와 우리의 이야기
생병이 남아 있기에 지니는
이 갈망
벼랑에서
램프를 켠다
생명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거
잠시 빌려쓰다 돌려주고 가는 거
가쁜 건 애착이다
너의 육체는 나의 초원
너의 입김은 나의 둥우리.

이 작품은 나의 시집 <별의 시장>에 수록되어 있는 <내일>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꿈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이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일에 대한 꿈을 붙들고 있는 거다.
<벼랑에서/램프를 켜면서>

고독하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부질없는 자리/가리울 것 없는/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은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 작품은 나의 시집 <밤의 이야기> 속에 수록되어 있는 <제20장> 이다.
이것 역시 꿈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이 무거운 현실을 견디어 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역경은 역경대로 순경은 순경대로 꿈이 있어야 산다.
살맛이 난다.
살 보람이 있다.<중략>


덧: 어제 오늘 비가 옵니다.
축축한 날에 타계하신 조병화 시인의 비망록을 읽었습니다.
김현승 시인과 함께 유별난 고독의 시인이었던 조병화시인...
1977년도에 발행한 책에서 그는 무거운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그때가 지금보다는 꿈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던 시대 같았는데 말입니다.
이북에서 월남한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로는 그래도 그때엔 무엇을 팔아도 다 팔렸다고 술회하는데 말입니다.
어려운 사람이 물건을 팔면 너도나도 팔아 주었던 인정있던 시대였다고 말하는 데 말입니 다.
어쩌면 지금은 꿈이란 말조차도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꿈을 꿈이라 말하기도 힘이 빠지고 조금은 자신이 없어집니다.
사람들은 너무 영악해지고 정의가 없고 언제나 어느 때나 너와 나를 뒤집을 수 있는 섬뜩함을 지니고 삽니다.
강아지는 끌어안아도 이익 되지 않는 사람은 걷어차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오염된 세상에 순결한 황토 흙 같은 순수한 인간미를 계속 일깨워 주는 것이 시인들의 사명일 것입니다.
어느 시인은 참혹한 고통 속에서 쓴 시가 아무에게나 읽히는 게 억울한지 "느그들 내 시 읽지 말라." 고 외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인들은 슬퍼도 시를 쓰고 기뻐도 시를 쓰고 돈이 없어도 시를 쓰고 돈이 있어도 시를 쓰고 즐거워도 시를 쓰고 고독해도 시를 씁니다.
세상엔 경제 생활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숲 같은 시인도 필요합니다.
혹은 경제가 안정되어야 시도 쓰는 것 아니냐는 일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어찌 파르르 떨리는 긴장감 있는 시가 나올까 싶습니다.
비오는 오전에 한 시대를 기꺼이 노래하다가 떠나 간, 흔들릴 만큼 흔들리고 고독할 만큼 고독했던, 조병화 시인이 말하고 싶어했던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아직 인생에게 던질 마지막 승부수가 남아 있습니다.
그 푸릇한 후원자는 <꿈>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18 무엇이든 [6월시] 6월엔 내가 이해인 2003-06-12 702
1817 무엇이든 [6월시] 유월 저녁 무명 2003-06-12 736
1816 무엇이든 [6월시] 6월 편지 박해옥 2003-06-12 571
1815 무엇이든 [6월시] 6월의 살구나무 강연호 2003-06-12 799
1814 무엇이든 [6월시] 6월이 오면 도종환 2003-06-12 728
1813 무엇이든 [6월시] 6월 장미 오보영 2003-06-12 689
1812 무엇이든 [6월시] 6월 오세영 2003-06-12 918
1811 무엇이든 [6월시] 6월의 시 김남조 2003-06-12 650
1810 무엇이든 [6월시] 6월의 언덕 노천명 2003-06-12 706
1809 무엇이든 목사딸의 비밀일기장~* <제256호> 못한 말, 못하기 목비 2003-06-12 574
» 무엇이든 <제446호> 조병화 시인의 비망록 중에서 유한나 2003-06-12 607
1807 무엇이든 오늘도 제가 좋은나무 2003-06-11 536
1806 무엇이든 순리대로 좋은나무 2003-06-10 630
1805 무엇이든 신학과 교회에서 진화론을 몰아내자!(12) : 질서도의 증가로 본 하나님의 4단계 창조(창 1:3-4,25,27,31) [1] 장대식 목사 2003-06-09 625
1804 무엇이든 말씀연구소 안내 박봉웅 2003-06-07 653
1803 무엇이든 농사는 아무나 하나 피러한 2003-06-03 625
1802 무엇이든 남편에게 바치는 노래 이이원 2003-06-03 679
1801 무엇이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마22:35-40) 김진홍 목사 2003-06-03 741
1800 무엇이든 6월 모임 이야기 [4] 좋은나무 2003-06-03 651
1799 무엇이든 혹독한 댓가 [3] 한용일 2003-06-03 613
1798 무엇이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1] 모퉁이 돌 2003-06-02 472
1797 무엇이든 행복 file [3] 정혜진 2003-06-01 480
1796 무엇이든 평화의 나라 선포. 조순태 목사 2003-06-01 493
1795 무엇이든 우리집 강아지 알프레드 유한나 2003-06-01 562
1794 무엇이든 [칼럼니스트No.760] Damn!… '평화의 댐' 양평 2003-06-01 1006
1793 무엇이든 칼럼니스트 No. 760 Damn!… '평화의 댐' 양평 2003-06-01 678
1792 무엇이든 개척지원단 모임에 동참하세요. [1] 옥경원 2003-06-01 483
1791 무엇이든 [칼럼니스트No.759] 공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박강문 2003-06-01 561
1790 무엇이든 칼럼니스트 No. 759 공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박강문 2003-06-01 756
1789 무엇이든 어른이 없는 세대 피러한 2003-06-01 470
1788 무엇이든 [칼럼니스트No.758] 스팸메일과의 끝없는 전쟁 이재일 2003-06-01 1085
1787 무엇이든 스팸메일과의 끝없는 전쟁 이재일 2003-06-01 632
1786 무엇이든 근거없는 믿음, 근거 있는 믿음 박관수 2003-05-29 715
1785 무엇이든 신학과 교회에서 진화론을 몰아내자!(11) : 자연 법칙이 증거하는 창조의 불가피성(창 1:1, 2:1-3) 장대식 목사 2003-05-29 550
1784 무엇이든 새소리 최용우 2003-05-28 573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