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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책벌레 <스크랩> | 난 책을 쓴다, 고 로 존재한다

무엇이든 마중물............... 조회 수 769 추천 수 0 2004.05.24 15: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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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책쓰기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동차회사에 다니며 별자리 책을 내고 있는 김동훈씨(왼쪽), 28년 직장생활 동안 30권의 책을 낸 이의용씨(가운데), 증권업에 종사하는 동안 문화재 관련 책을 낸 이순우씨가 도서관의 책들을 안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커버스토리]“난 책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이의용씨(51·리콤 대표)는 얼마 전 28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자그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를 열면서 그동안 자신이 펴낸 책 30권을 쌓아 품에 안아봤다. 턱밑까지 차오른 책 더미가 무거웠다. 인류에 공해를 보탰던 것은 아닌지 하면서도 직장 생활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에 흐뭇했다.》

이순우씨(42)는 올해 초 8년 간 몸담았던 투자자문 회사를 떠났다.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14년간 서너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7권의 책을 냈다. 다섯 권은 증권관련이지만 두 권은 문화재에 관한 책이었다. 이 두 권의 책이 자신을 자유롭게 했다고 믿는다.

김동훈씨(34·기아자동차)는 자동차를 연구하지만 퇴근하면 몸과 마음은 하늘에 떠있는 별로 향한다. 그는 97년부터 대학 동아리 선배와 함께 별자리와 우주에 관한 책을 3권 냈다. 올해 또 한권의 책이 나오고 앞으로도 별에 관한 책을 계속 쓰고 싶다.

이들은 평범하다. 언론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적도 없고 관련 분야에 박사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책을 쓴다. ‘여유 있는 사람의 배부른 짓’(이순우)이라고 계면쩍어 하기도 하지만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말도 안 된다’(이의용)며 당당하다.

○ 책 쓰기의 시작

이의용씨는 1976년 쌍용그룹의 사보(私報) 기자로 입사했다. 그러나 선배들은 사보 제작의 기술을 잘 가르쳐 주지 않았다. 스스로 일을 찾아 익히면서 하나하나 메모를 했다. 몇 년이 지나 메모들은 하나의 매뉴얼이 됐고 후배들에게 복사한 매뉴얼을 돌렸다. 후배들의 능력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입소문을 타고 그룹 내 계열사와 다른 회사 홍보팀에게까지 알려졌다. 결국 인쇄소에서 책으로 만들어 나눠주게 됐다.

“내가 쓴 매뉴얼이 책이 되서 인기를 얻으니까 책을 쓰는 것에 자신이 붙었다. 내 주위의 가장 가까운 일부터 매뉴얼화해서 공유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이씨는 사보, 기독교, 리더십, 에세이 등 직장과 가정생활에서 찾은 소재로 꾸준히 책을 펴냈다.

이순우씨와 김동훈씨는 취미가 책 쓰기로 발전한 경우다. 이순우씨가 일했던 증권업계는 9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이씨는 당시 ‘문화답사 붐’에 편승해 주말마다 각지를 돌아다니며 문화재에 대한 견문을 넓혔다. 돌아오면 답사한 문화재에 대한 각종 문헌과 자료를 찾으며 공부했다.

그러다 꽤 많은 문화재들이 원래 위치에서 옮겨졌는데 그 기록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국회도서관 등에서 과거 일제강점기의 기록을 뒤지고 당시 신문인 ‘매일신보’를 통독하다 국보인 ‘염거화상탑’의 이전에 대한 기존 학계의 주장을 뒤엎을 수 있는 기록을 찾아냈다.

“학술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면 책으로 낼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지난 7, 8년간 이씨가 모은 자료는 A4용지로 2평짜리 방, 한쪽 벽면 전체와 바닥의 3분의 2를 채웠다. 이씨는 2002년 ‘제자리를 떠난 문화재에 관한 조사보고서-하나’(하늘재)를 낸 뒤에야 비로소 매년 한권씩의 책을 낼 준비가 됐다고 했다.

김동훈씨는 연세대를 다닐 때 전국대학생 아마추어천문회 회장을 지냈다. 96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뒤에도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경기 안성시의 ‘안성천문대’에서 아이들에게 별자리를 가르치고 밤에는 초신성을 찾으며 보냈다.

그러던 97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에 다니는 대학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별과 우주에 관한 책을 쓸 필자를 찾고 있었다. 김씨가 그 후배에게 추천한 동아리 선배와 책을 같이 쓰기로 했다. 과연 능력이 되는지 망설였지만 서로 보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을 쓰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 책 쓰기와 직장생활

직장 생활도 여유롭게 하고 책을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김동훈씨는 책을 쓸 때마다 회사에서 나름대로 눈치를 봐야 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내기 위해 언제나 ‘칼퇴근’을 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눈총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김씨는 자신이 책을 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과거 동아일보가 주최한 천체사진전에 입상했을 때 “회사 나가도 할 일 있어서 좋겠어”라는 식의 말을 들은 까닭이다.

김씨는 책과 직장에 쏟는 시간을 3 대 7 정도로 안배하지만 심리적인 비중은 5 대 5로 놓는다. 책 제작이 막바지 이르렀을 때는 7 대 3까지로 역전되기도 한다. 인쇄소에서 새벽 4시까지 책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다 바로 출근하거나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본 적도 있다.

이순우씨는 증권업계의 시간적 여유(증권시장이 오후 4시 이전에 끝나고 토요일은 쉬는 것)가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회사에서 12시간씩 일을 해야 했다면 책을 쓸 여건이 안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씨가 책을 쓴다고 직장 생활이 느슨해졌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면에서 이의용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사보를 만들면서 저절로 글쓰기 훈련이 됐기 때문이다. 또 꾸준히 책을 내면서 많은 공부와 생각을 한 것이 직장 생활 28년을 무리 없이 해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씨의 직장 상사들도 그의 책 쓰기를 독려했다. 이씨는 “만약 내가 대기업의 직장 상사라면 어느 분야든 책을 쓰는 부하직원을 우대하겠다. 책을 쓴다는 것은 창조력, 표현력,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기 본업을 계속하면서 책을 내는 쪽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본다. 책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은 결국 욕심이 생겨 책을 내고자 할 때의 순수성을 잃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책 쓰기를 고집하는 까닭

사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야말로 평범한 직장인들이 책을 내는 첫걸음이다. 200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책박람회에 전시됐던 대형 백과사전 모형에 한 방문객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책쓰기에 나선 이순우씨는 “책에 미래를 건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훈씨가 99년 낸 책 ‘풀코스 별자리여행’과 ‘풀코스 우주여행’(이상 현암사)이 지난 5년간 김씨에게 가져다 준 수입은 월 평균으로 따지면 25만원, 그의 용돈 정도다. 이의용씨가 낸 30권의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것조차 2만부가 안 된다.

그래도 이순우씨는 “이짓을 하겠다고 (직장을 박차고) 나선 걸 보면 책에 대한 집착…, 아니 애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씨에게 책 쓰기란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자취를 정리하는 일”이다. 기억의 힘보다는 기록의 힘이 강하다는 말에 동의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시대의 증언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직장을 과감히 박차고 나온 이유도 “직장 생활은 끝이 보이지만 책을 쓰는 것은 살아있는 한 끝이 없기 때문”이다.

김동훈씨의 당면 목표는 ‘절판되지 않을 책을 많이 써내자’이다.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이 목표는 사실 김씨의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절판되지 않는 다작(多作)으로 적당한 수준의 인세가 꾸준히 나오면 현실과 타협하지 않아도 된다는 바람인 것이다.

김씨는 별과 우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정리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는 매일 솟구치지만 그렇다고 책 쓰기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결혼을 한 30대 중반이 맞는 경제적인 문제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 열정을 돈과 맞바꿔도 되는지 항상 고민입니다. 가장 사고가 활발한 오전에 책을 쓰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니까 좀 안타깝습니다. 열정과 현실을 타협하고 있습니다.”

이의용씨도 책 쓰기에 대한 열정은 김씨 못지않다.

“책을 낼 때마다 욕심이 생깁니다. 지금도 동시에 여섯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 자료가 모아질 때마다 한권씩 책으로 내는 거죠.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씨는 “책을 쓰는 것은 결국 내 삶을 더 가치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어쩌면 책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에 책이라는 힘을 싣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나 책 한권 남기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은 자못 소박하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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