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대단한 교회를 찾는 것이 아니다. 기본과 상식만 통해도 좋겠다
지난 달 부산에서 있었던 목회자 리더십 세미나에서 옥한흠 목사는 “교회갱신은 설교갱신에서 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설교는 교인들의 의식세계, 영적세계, 일상생활에 깊이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은 “아기를 낳은 여자에게 있어서 해산의 기쁨도 있지만 동시에 양육의 수고와 눈물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목사도 아닌 평신도인 내가 왜 이 특강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가? 살아가면서 한 두 차례 이사를 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그때마다 출석할 교회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나 역시 지금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고 있다. 이 곳으로 이사 온지 벌써 6개월째 접어들었는데도 아직도 떠돌이 교인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아름다운 교회를 찾아다니느라 그런 것이 아니다. 훌륭한 설교를 하는 목회자를 만나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런 기대는 애초부터 가지지 않았다. 최소한 성경과 기독교 정통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교회를 찾지 못해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보아 서울 시내에서 이런 교회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큰 교단의 대형교회라면 하는 생각에서 큰 교회부터 찾아보았다. 그 교회에서 다시 떠올리기조차 섬뜩한 설교를 들었다.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치 않아 유대 땅이 황무지가 된 말씀(예레미야 44장)을 오늘 현실에 적용하여 한 설교다.
“지금 강단에서 목사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순종하지 않으면 당장 암병 걸려 죽고, 심장마비로 즉사하고, 교통사고 당해 죽는다”고 한다. 혹시 잘못들은 것이 아니냐고 나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목회자라고 한다. 이런 협박으로 수천 명 교인을 언제까지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또 어느 교회 새벽기도회에서는 범죄한 이스라엘 백성을 심판하는 공의의 하나님에 대한 성경 말씀을 읽고도 설교는 시종 하나님의 사랑이요 축복이었다.
전도를 독려하는 설교를 하면서 기독교 교리는 물론이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말을 쏟아 놓는다. “우리가 언제부터 잘 살았습니까? 예수 믿기 전에는 월세방에서 살다가 예수 믿고 복 받아서 전세로 옮기고, 또 집사서 이렇게 잘 사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여러분은 나가서 이런 나를 보고 예수 믿고 부자 되라고 전도하여야 합니다.”
말로만 듣던 남의 설교 베끼기 현장도 목격하였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들었던 송파구에 위치한 어느 교회 지난 주일 낮예배 설교가 거짓말처럼 내 눈 앞에서 재연되었다.
로또 복권 이야기로 시작된 설교의 서론은 물론이고, 중간에 든 예화 하나 빠트리지 않았다.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린 제비의 목젖 이야기까지 그대로 복사했다.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찬송으로 설교를 마감하는 것까지 마치 녹화 테이프를 다시 틀어 놓은 듯 했다.
불청객으로 참석하였던 어느 교회 성찬식에서 집례 목회자는 무엇에 그리 쫓기는지 시종 “(떡과 포도주를) 빨리 빨리 돌리라”고 독촉해 댄다. 지금 생각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평신도의 입장에서 목회자의 설교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설교를 비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평은 분석과 판단이 따라야 한다. 솔직히 나는 그런 위치에 있지 못하다. 단지 내 귀에 들린 사실을 그대로 서술적으로 열거한 것뿐이다.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강북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요즘 교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 교회가 있다. 혹자는 이 교회를 놓고 교인의 수평이동을 부추길 뿐이라고 비난한다.
오염된 수족관의 물고기를 그냥 놓아두는 것은 물고기의 생명을 방기(放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오염된 수족관을 스스로 정화시킬 의지가 없으면서 깨끗한 수족관에 물고기가 모여드는 것을 탓할 일이 아니다.
내가 먼저 교회 안에서 좋은 만남으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출석할 교회를 쉽게 찾지 못하고 아직도 이렇게 떠돌고 있다. 분명 내 탓일텐데 이것이 어찌 나만의 책임이냐고 자꾸만 되묻고 싶어진다.
글쓴 이 / 심재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