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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No.1056]온라인으로 내는 경조사 부조금

무엇이든 이재일............... 조회 수 1696 추천 수 0 2004.10.09 1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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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1일 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이 재 일

우리는 예로부터 친지 또는 주위사람들이 경조사를 당하면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서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전달한다. 이때 혼주나 상주에게 금품을 내는 일을 부조(扶助)라고 말한다. 이 같은 전통은 십시일반이나 품앗이의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경조사라는 것이 미묘한 것이어서 가까운 사이라면 마음으로 우러나서 찾아가 축하하거나 위로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직접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망설이게 된다. 특히 일요일에 매우 중요한 약속이 있을 경우 연락을 받은 사람으로서는 아주 난처해진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축의금 같은 것을 온라인으로 송금해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송금용 온라인번호를 적어놓은 청첩장을 받아본 사람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청첩장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쳤다며 힐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4∼5년 전의 일이다. 삼성물산 인터넷팀 직원들이 보여준 사례는 상당히 신선하고도 놀랄 만했다. 직장동료의 결혼식 축의금을 현금 대신 사이버머니, 즉 전자화폐로 냈던 것이다. 보통의 온라인송금과는 다소 개념이 다르지만, 사이버상으로 축의금을 전달한 사실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고도 남는 '사건'이었다.

삼성물산 직원들이 사용한 전자화폐는 자사의 쇼핑몰에 가입한 회원이 당시 한빛은행의 인터넷통장을 개설한 뒤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쓸 수 있는 결제수단이었다. 그런데 직장동료들은 김씨의 인터넷통장에 축의금을 사이버머니로 입금시킨 것이다. 이 인터넷통장을 갖고 있는 회원들은 물건을 살 때마다 받게 되는 각종 할인혜택을 마일리지방식으로 적립해두었다가 나중에 현금으로 되찾을 수도 있어서 재화로서의 가치는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만약 이 같은 인터넷통장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된다면 친인척이나 직장동료의 경조사 때 현금을 직접 전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송금하면 된다. 더구나 참석하기 어려울 때 이 방법을 쓰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지금 우리들이 청첩장을 받았을 때 축의금을 온라인으로 보내달라며 수취인의 은행계좌 온라인번호를 적어놓았다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전자화폐를 이용하는 인터넷통장을 갖고 있다면, 그때는 기분이 썩 좋아질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어느 웹사이트에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하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한 일이 있다. 방법은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해 부조금 액수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부조금이 신랑이나 신부측에 전달되는 방식이다. 송금한 부조금은 나중에 전화요금으로 청구되는 서비스상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식이 보도되자 "결혼식이라는 것이 부조금보다는 가서 축하해 주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부조금까지 휴대전화로 낸다는 것은 너무 금전에 치우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편리성보다는 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사이트가 최근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 참석하기 힘든 사람들이 휴대전화 외에 인터넷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용 방식을 보면, 예비 신랑 또는 신부가 사이트에 가입하면 친구나 친지의 축의금을 받을 수 있고 사진·결혼이야기 등을 담을 수 있는 미니 홈페이지와 e-메일 청첩장을 제공받는다. 축의금을 내고자 하는 사람은 예비 신랑의 미니홈페이지에 접속해 축의금을 내면 된다. 축의금 등의 결제는 역시 휴대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결제 대금은 다음달 휴대전화 요금고지서에 보태어져 청구된다.

여담이지만 부산에서의 결혼식에서는 하객들에게 답례하는 방식이 서울은 물론 다른 지방과도 많이 다르다. 상식적으로는 피로연이라고 해서 혼주 측이 하객들에 음식을 대접하게 되는데, 식사비로 쓰라며 아예 현금을 주고 있다.

부산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돈이 아니라 음식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형식으로 변해버렸다. 물론 고급호텔이나 대형 뷔페에서 열리는 결혼식에서는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외지사람들은 부산사람들의 이런 방식에 대해 돈으로 답례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비난도 하지만 부산사람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결혼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에게 맛없는 음식을 복잡한 곳에서 먹도록 하는 것보다는 혼주가 준 돈으로 먹고싶은 음식을 사먹도록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비록 결례가 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합리적일 때는 용납될 때가 많다. 하객들에게 음식값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사이버머니도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지하철카드도 따지고 보면 사이버머니인 셈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도 사이버금융거래에 속한다. 사이버주식거래는 이미 전체건수의 절반을 넘은 지가 오래되었다.

특히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일은 매우 보편화되었다. 은행까지 직접 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엄청나게 편리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정보화가 정착단계에 들어서면 사이버머니의 거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얼마 가지 않아 결혼식 청첩장에 송금용 온라인번호를 기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그때는 바쁜 사람들이 식장까지 않고 온라인으로 축의금을 주고받는 일이 결례가 되거나 흉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정보화사회의 '합리적인 단면'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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