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네가 며칠 있다가 전화하겠다고 하면
나는 그때부터 아무 일도 못하고 전화를 기다리지.
다른 일들이 다 짜증스럽기만 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무슨 벽보에
'사랑이란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는 게 아깝지 않은 것' 이라고 써 있었지.
금방 너를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너를
그 풀칠이 덕지덕지한 벽보 앞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얼마나 절망했는지...
매사가 이런 식이야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어.
신경숙
그 울고있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별거 아니란다.
정말 별거 아니란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수없이 일어난단다.
네가 빠져있는 상황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바라보렴...
그러면 너는 알게된다.
니가 지금 느끼는 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울 일은 더더욱 아니고
그저 산다는 건
바보 같은 짓거리들의 반복인 줄을 알게 될꺼란다.
자 이제 울음을 그치고 물러서렴
그 감정에서 단 한 발자국만 그밖을 향해서...
하지만 혜완은 담배를 끄면서 희미한 육체의 고통을 느꼈다.
그녀의 육체는 한 때 울고 있었던
그리고 지금 실제로 혜완의 뒷자리에서 흐느끼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따라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 발자국 물러서는 일이
때로는 전우주를 들어올리는 일보다 힘들 수가 있다는 것을
그녀가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여자들의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불안 중에 하나는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공포다.
그래서 여자는 남자에게 헌신한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자는 자신이 헌신하는 만큼
남자에게 가장 우선하는 존재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대개의 젊은 남자는 사랑말고도 몰두할 것이 많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남자의 연락이 뜸해지면
여자들은 대개 자신의 헌신을 내새우며 남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곧잘 무관심으로 대응하는데,
이 때 여자의 마음 속에는 혹시 이 남자가 떠나려고 하는 걸까 하는
뿌리깊은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여자들은 더 이상 미소짓지 않게 되고
남자들은 마녀로 변한 그녀를 점점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여자는 서서히 지쳐간다.
사랑이 등을 보일 때 여자들은 다시 한 번 되뇌인다.
결국 혼자 남겨지고 말았잖아 하고
혼자 남겨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결국은 그녀의 남자를 앗아가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남자들은 어리둥절해진다.
그토록 나를 사랑하던 그녀가 왜 갑자기 냉정해졌을까 하고
그녀는 이미 충분히 울었기 때문이 싸늘하게 돌아서는 것이다.
...
남자는 그녀가 떠난 후에야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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