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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
정치권력은 강력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종교는 그것이 없다. 충돌하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거의 전 기간에 걸쳐서 종교는 정치권력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다. 서양에서 기독교가 국교가 된 이후 기독교의 수장은 “베드로의 대리인”이었다면 황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인”이었다.
정치권력이 종교 지도자를 임명했다. 때로는 지극히 타락한 자가 임명되기도 하였다. (종교권력이 세속권력을 압도한 때도 있었다. 그때는 세속권력이 크게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혹 신심이 돈독하여 종교에 대해서 매우 호의적이고 특혜를 베푼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 개인의 종교적 심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많은 경우 종교가 통치에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세속권력으로서의 영주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세속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 재세례파는 신·구교 모두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형편이 이러하니 정교분리를 강력히 원했던 것은 종교였다.
고구려 제7대 차대왕(146~165 재위) 때의 일이다. 차대왕 3년(148년) 가을 7월, 왕이 평유원에서 사냥하는데, 흰 여우가 따라 오면서 울었다. 왕이 여우를 쏘았으나 맞추지 못하였다. 왕이 사무(師巫)에게 물으니, 그가 대답하였다.
“여우는 원래 요사스럽고, 상서롭지 못한 짐승인데, 더구나 그 빛깔이 희니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나 하늘이 간절한 뜻을 말로 전할 수 없으므로 요괴한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 이는 임금으로 하여금 두려워할 줄 알고 반성할 줄 알게 하여, 스스로 새롭게 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임금이 덕을 닦으면, 화를 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흉하면 흉하다 하고, 길하면 길하다 할 것이지, 이미 요사스러운 것이라고 말해놓고 다시 복이 된다고 하니, 이 무슨 거짓말인가?”
왕은 마침내 그를 죽였다. -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중에서 -
왕 앞에 무당의 목숨이 파리목숨만큼 가볍다. 무당의 말이 그 진위와 내용에 관계 없이 왕이 용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무당의 운명이 바뀐다.
고려시대, 불교는 매우 크게 번성했다. 특히 대각국사 의천의 때에 그랬다. 의천은 아버지가 문종이고 그의 세 형(순종, 선종, 숙종)이 모두 왕을 했다. 불교는 고려 말까지 고려왕실은 물론 귀족들과 서민들에게 까지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무신정권도 불교를 우대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세속권력에 반하는 듯하면 여지없이 철퇴를 받았다.
조선시대, 불교는 심각하게 억압받았다. 그 많던 불교사찰들은 1%- 2%로 줄었다. 그나마 산으로 쫓겨났다. 불교 승려는 사대문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정치권력은 필요에 따라 때로는 관대했고 때로는 심히 억압했다.
역시 조선시대, 이 땅에 가톨릭이 들어와서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선교가 자유를 얻으면서 가톨릭 선교사들과 신도들은 프랑스를 뒷배로 횡포를 부렸다. 심지어 관리들을 잡아다 곤장을 치기도 했다. 그들의 횡포가 제주에서는 “이재수의 난”에 원인이 되기도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모든 이들은 숨을 죽였다. 종교도 그랬다. 많은 이들이 굴복하고 순종했다.
해방 후, 기독교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뒷배 덕에 특혜를 누렸다. 이승만 때는 말할 것 없고 군부독재 시대에도 그랬다. 대다수의 기독교교회는 군부독재에 적극 협력했다. 일부 군부독재에 항거한 이들도 있었지만 군부독재는 그들 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반면 불교는 엄청난 박해를 받았다. 이승만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불교를 “불교정화”라는 명분으로 90%의 대처승들을 절에서 쫓아냈다. 박정희는 “불교 재산 관리법”을 만들어 불교의 재산을 동결했다. 전두환은 1980년 오월 광주를 유린 한 이후 10월 27일, 사회정화라는 명분으로 불교에 대해서 폭력을 행했다. 전국의 사찰과 암자 5,731곳을 일제히 수색하여 1,776명을 연행했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폭력과 고문이 행해졌다. 그중 일부는 삼청교육대로 보내졌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불교를 함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보호할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권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종교에 대해서 폭력을 행할 수 있었다.
유사 기독교라 할 수 있는 통일교와 신천지는 물론 일부 개신교 대형교회들이 교인 수와 재력을 무기로 정치에 개입하고자 한다. 그것은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종교의 힘은 원칙과 명분, 그리고 대중의 지지다. 그런데 원칙과 명분이 없고 대중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종교라면 일거에 제거될 수 있다.
김홍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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