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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판화
그림자의 키가 한뼘씩 늘어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저녁이면 저처럼 성장하는 법을 배운다
때론 먼길을 헤매고 올 때도 있었지만
낮게 고민한 날일수록 나는 종종 둑 위에 오른다
문득 하나의 목소리 속으로 내 생각은 빠져든다
10년 후에 이 저수지위에서 나란히 설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안다
그는 대답할 수 없을 것이며 인생은 지혜보다 짧을 것이므로,
물들은 어둠 속에서 작은 흐름으로도 더 가파른 고뇌에 젖어있음을
이후 다시 재회할 새로운 10년을 우리는 두려워하나
세상의 저녁은 늘 짧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새로운 10년을 약속한다
쓸쓸한 미소 하나 남기고 둑길을 내려올 때
저수지보다 더 깊고 맑은 눈을 가진 그 사람, 하고 생각했지만
어둠에 가려 더는 확인되지 않는 너, 소년시절의 너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문득 꼬집어본다
내 안의 물음들이 여전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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