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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종의 만인보]남이섬의 ‘상상 유발자’ 강우현

 

경향신문 원문 l 입력 2014.11.19 21:05 |

 

북한강에 반달 모양의 섬 하나가 떠 있다. 남이섬이다. 이 땅에서 남이섬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다. 오늘의 남이섬을 만든 이가 강우현(61)이다. 13년째 남이섬 대표다. “나는 자연을 팔아먹는 사기꾼이다.” 4년 전쯤 한류관광열차를 타고 남이섬에 갔을 때 강우현이 그랬다. 이번에 남이섬에 가서 보니 ‘사기’의 결과가 정말 굉장했다.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꽉꽉 채웠다. 세 척의 배가 쉴 새 없이 실어나르는데도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왔다(이날 하루 동안 1만9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남이섬 한가운데 메타세쿼이아 길에 있는 기와집, 초옥공방에서 강우현을 만났다. 집무실 겸 작업실이다. “초가집이 아닌데 초옥이라고?” “뭐 어때. 재밌잖아.” 그러더니 “창조라는 게 원래 우기는 것”이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강우현의 ‘구라’가 봇물 터졌다. 듣던 대로 기상천외, 예측불허다. ‘상상’이라는 말도 입에 달고 산다. 직업이 화가, 동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이니 상상으로 먹고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상상이 풍부하면 엉뚱하거나 삐딱하기 마련이다. 그 역시 유별난 ‘삐딱이’다. 무엇이든 일단 거꾸로 보고 뒤집어본다. 글씨까지 거꾸로 쓴다. 마침표로 시작해 문장의 맨 끝 글자부터 쓰는데도 단 한 번도 멈칫대지 않으니 신기하다. 스스로 ‘거꿀체’ 혹은 ‘강우현체’라고 한다. 아무렇게나 쓱쓱 그리는 점과 선이 희한하게 멋진 그림이 된다. 그렇게 쓴 글씨로 남이섬의 현판을 달고 그림으로 전시회도 연다. 남이섬은 통째로 강우현의 화폭이고 상상력의 무한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남이섬이 1970~1980년대 강변가요제와 대학생들의 MT 명소였던 곳이지만 이미 싸구려 유원지가 돼 있었다. 게다가 IMF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2001년 강우현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가 사장이 되면서 월급으로 단돈 100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조건은 ‘절대 불간섭’.

 

역시 남다른 눈과 생각이 있었던 거다. 강우현이 처음 한 일은 쓰레기를 ‘쓸 애기’로 만드는 거였단다. 남이섬 최고의 관광자원은 쓰레기라고 했다. “못 쓰는 물건에서 ‘못’자를 뺐더니 ‘쓰는 물건’이 됐다. 술병은 꽃병이 됐고, 잡초는 화초가 됐다.” ‘참이슬’ 술병을 따로 모은 정원은 ‘이슬정원’이다. 수풀에 버려졌던 여인상을 강물에 빠뜨리니 ‘남이섬 인어공주’가 됐다. 죽은 나무를 섬 복판에 옮겨 거꾸로 심고 ‘역발상 나무’라 불렀다. 지금은 이런 게 다 <겨울연가>의 메타세쿼이아 못지않게 남이섬의 명물이 돼 있다. “상상만으로 자연에 플러스알파를 더한 거다. 상상은 거짓말에서 나온다. 사기 치는 데서 나오는 거다.”

 

남이섬은 2006년 나미나라공화국 독립을 선포했다. 국가를 흉내 낸 ‘상상나라’란다. 애국가·화폐·여권·문자까지 있다(정확히 말하면 판매용 기념품이다). 헌법은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을 위한 ‘무법천지법’이다. 좀 유치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하고 유치한 상상으로 첫해 27만5000명이던 입장객을 13년 만에 300만명으로 늘렸다. 이 중 30만명이 외국인이다. 여의도 5분의 1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섬이 거둔 실적으로는 대단한 성과다.

 

강우현은 또 전국의 지자체장들을 설득해서 나미나라 같은 상상나라를 10개나 만들었다. 동화나라공화국, 노다지공화국, 장난끼공화국, 어머니나라, 고구마공화국…. 이걸 묶어서 상상나라연합(상상유엔)을 선포하고 사무총장을 맡았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과 버금가는 자리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관광? 별거 아니더라. 홀리는 거다. 관광이 빛(光)을 보는(觀) 것이니 볼거리가 많고 사진 찍을 곳을 많이 만들면 된다. 관광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게 하라고 하는데, 마음이 열리면 지갑은 저절로 열린다.”

 

요즘은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에 꽂혔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식은 게 현무암이다. 제주도에서 돌담을 쌓거나 하르방을 만드는 데 쓴다. 현무암을 다시 마그마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1200도의 고열로 녹였더니 흑요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돌로 변했다고 한다. 탁자에는 그렇게 만든 멋진 펜던트, 찻잔, 타일 등이 널려 있다. “돌을 돌로 쓰는 건 누구나 한다.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그러면 제주도 기념품이 확 달라진다.” 이게 바로 강우현의 역발상 상상력이다.

 

지난 여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창의력이 뛰어난 젊은이들을 선발해 제주도에서 ‘대한민국 상상캠프’를 열었을 때 그가 만장일치로 촌장에 추천된 게 이해가 된다. “리더라면 직접 보여줘야 한다. 요즘 말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보여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강우현에게 깜짝 놀랄 뉴스가 하나 더 있다. 그가 제주도에 제2의 남이섬을 세우고 있다는 거다. 그 이름이 ‘탐나라’다. 이미 지난 2월 돌멩이 하나 올려놓고 기공식을 했다. 물론 상상 기공식이다. 원래 남이섬 10년이 되던 2011년 남이섬을 떠나려고 했다. 목수는 자기가 지은 집에 살지 않는 법, 박수칠 때 떠나겠다고 했다. 직원들이 “무슨 소리, 아직 박수치지 않았다”며 붙잡았단다. 그래서 남이섬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은 상태로 새로운 작업에 돌입했다. “남이섬이 안 하거나 못하는 일, 제주도 사람들이 하지 못한 정말 새로운 일을 할 거다.”

 

나미나라에 이어 탐나라도 ‘상상특공대’를 뽑았다. 그 특채 공고가 재밌다. ‘쓰고 그리고 만드는 데 능통한 맥가이버형,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쉬고 있는 나 잘난형, 무한도전 실패 경험을 자랑하는 검투사형, 강우현과 일해도 지치지 않을 일놀이형, 불가능한 도전을 즐기는 돈키호테형’이 응모 자격이다. 면접은 지원자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추천하는 방식을 썼다. 일반 회사에서도 참고할 만한 방법 같다.

 

“너 강우현의 아들로서 아버지 쪽팔리게 하지 않고, 나 강준수의 아버지로서 너 쪽팔리게 안 할게.” 이게 강우현 집의 가훈이다. 그가 좌절한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게 임은 안 끝났다. 또 하면 된다.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면벽광상(面壁狂想)이라는 말도 있다. 벽에 부딪히면 지혜가 생긴다는 뜻이다. 왼쪽 길만 길이 아니라 오른쪽에도 길이 있다. 다른 길을 가면 된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어른 아이. 강우현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와장창 깨부수는 ‘상상망치’(강우현이 쓴 책 제목이다), 상상 에너지를 세상에 퍼나르는 ‘상상 유발자’다.

 

<김석종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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