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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네 가지 이름

창작동화 최영재............... 조회 수 1411 추천 수 0 2008.08.19 23:04:01
.........
비가 하도 오래 안 와서 어른들은 매일 걱정입니다.
˝이러다 논밭이 다 타겠어.˝
텔레비전 뉴스 아나운서도 항상 비 이야기가 처음이었습니다.
˝내일도 비 소식은 없습니다.˝

1학년만 혈액형 검사를 하는 날입니다.
혈액형 검사한다고 할 때는 눈만 동그래지더니 그게 피검사라 하니까 아이들은 엄마야! 손을 마주 잡고 발을 굴렀습니다.
˝누구 피나 다 빨간 색인데 뭐 하러 검사하죠?˝
아이들이 선생님께 질문하였습니다.
˝피에는 네 가지 이름이 있어요. 자기 피의 이름을 찾아 주는 거예요.˝
내 이름이 또 있어요? 그러면 이름이 두 개겠네요?
아이들은 조금 재미있어서 웃었습니다.
선생님은 칠판에 피의 이름을 쓰셨습니다.

A, B, O, AB.

˝저한테 영어 이름이 있어요?˝
˝나, 저 영어 글씨 안다! 에이, 비이, 오우, 에이 비이!˝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선생님이 칠판에 영어를 쓰시자 아이들은 마치 중학생이나 된 듯 신기하고 으쓱하였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간호사가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하얀 눈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아이들 얼굴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 가슴은 쿵쿵 뛰고 있는데 간호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늘로 손가락을 쿡 찔러 피를 냈습니다. 대체 얼마나 아프길래 모두들 눈을 크게 뜨거나 눈물을 찔끔 짜거나 엄마야!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프긴 뭐가 아파. 하나도 안 아파요.˝
간호사는 싱글싱글 웃기까지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쟁이 간호사가 얄미워서 조금씩 눈을 흘겨 주었습니다.
˝나는 진짜 안 아파.˝
˝거짓말 말아!˝
피를 뺀 아이와 무서워 덜덜 떨고 있는 아이가 다투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그게 진짜 싸움으로 변하였습니다.
한 아이가 뒤로 밀려나다가 넘어져 코피를 흘렸습니다.
˝선생님! 코피가 묻었어요!˝
아이들이 선생님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멀쩡하던 아이는 피가 난다는 말에 으왕왕!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축하해. 코피가 조금 났구나.˝
선생님은 아이를 안아 주었습니다.
어? 아이들은 놀랐습니다. 코피 났다고 선생님이 축하하시다니.
˝넌 바늘로 찔러 피를 내지 않고 자동으로 피를 뺐으니 얼마나 좋아. 그렇지만 친구랑 싸우면 안 되겠지?˝
차갑던 두 사람 사이가 갑자기 따뜻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흔들며 마치 남자 어른들처럼 악수를 하였습니다.
이제 바늘의 공포에서 벗어난 코피 아이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넘어뜨린 동무에게 까딱했으면 ´고마워.´ 라고 할 뻔했습니다.

며칠 뒤, 어린이들의 혈액형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 피의 이름은 뭘까?´
모두들 궁금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영어 피 이름을 알려 주셨습니다.
먼저 O형인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오우, 우리는 O형이다. 오우, 좋네. 오우, 얼마나 좋아. 오우 오우.˝
O형들은 모여서 만세를 불렀습니다.
제일 먼저 피 이름을 알려 주신 것이 어쩐지 제일 좋은 피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다음은 A형을 부르겠어요.˝
와글거리던 아이들이 입을 다물고 주먹을 꼬옥 쥐었습니다.
A형은 모두 여덟 명이었습니다. A형들은 O형처럼 소리 지르며 모이지 않았습니다.
´에이, 재수 없게 에이. 하필 에이 형이야? 에이.´
O형은 A형을 놀렸습니다.
˝에이, 싫어. 에이, 기분 나빠. 호호호.˝
이 때 A형 중에서 한 사람이 A형들을 모이라 하더니 뭐라 속닥거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너희들 영어를 모르는구나. 영어 글자에서 맨 첫 번째 글자가 뭔지나 알아? 그게 바로 A라구. 그러니까 우리는 1등 이름이야, 1등. 알았냐?˝
˝맞았다. 그 말이 꼭 맞았다.˝
그제야 A형들은 O형처럼 하하 웃으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만세를 불렀습니다.
A형들은 A 글자를 위대한 글자로 알려 준 친구가 참 고마웠습니다.

˝다음은 AB형을 부르겠어요.˝
아이들은 숨을 가늘게 조용히 고르며 선생님 입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은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AB형 이름을 불러 보았습니다.
´에이 비?´
´에이 비(보)기 싫어.´
그 마음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기라도 하듯 O형과 A형들은 놀려댔습니다.
˝에이 비기 싫어. 에이 비기 싫어. 하하하. 오우, 얼마나 좋아. 오우 오우 오우.˝
그래도 A형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O형들이 잘난 체를 하였습니다.
AB형들은 시무룩해졌습니다.
금방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를 못 본 체할 선생님이 이 세상에 어디 계시겠습니까?
˝AB형은 좋겠다.˝
˝뭐가요?˝
˝모두들 이름이 한 글자씩인데 AB형은 두 글자이니 정답게 둘이 손잡는 이름이지 뭐겠니.˝
˝만세!˝
선생님 말씀 한 마디에 AB형 전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우리 피는 어깨동무 이름이라구요오오.˝
˝맞았다. 그 말이 꼭 맞았다.˝
AB형은 자기들을 절벽에서 구해주신 선생님이 매우 고마웠습니다.
˝그럼 A형과 B형은 한 가족이네?˝
˝우리 가족 A형은 이리 모여라!˝
˝A형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A형들은 노래하며 AB형 쪽으로 갔습니다.

˝그럼 남은 B형은 어디 있지?˝
선생님이 아직도 부르지 않은 사람들은 B형이었습니다.
그들은 풀이 팍 죽었습니다. 맨 끝으로 알려주는 이름이니 제일 나쁜 피라고 생각했나 봐요. 고개를 숙인 사람, 책상 위에 엎드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B형을 부르겠어요.˝
선생님은 그 이름을 다시 하나하나 부르셨습니다.
˝B형, 너희도 우리 글자 속에 있으니 우리와 한 형제라구.˝
AB형이 손을 들어 불렀는데도 B형들은 어쩐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꼴찌로 불렀으니 우린 꼴찌 이름이야.´
´비이가 뭐야.´
´비실비실 비린내. 비틀비틀 비렁뱅이. 비뚤비뚤 비뚤이.....´
B형들은 AB형 쪽으로 가지 않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를 못 본 체할 선생님이 또 이 세상에 어디 계시겠습니까?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B형을 기쁘게 할까 궁리하였습니다.
˝지금부터 같은 피 이름끼리 게임을 하겠어요. ´비´로 시작하는 예쁘고 좋은 낱말을 생각하여 한 팀에서 하나씩 돌려가며 말하세요.˝
˝비누! 향기로운 비누.˝
선생님이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O형 식구들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의자 위로 올라가 외쳤습니다.
˝비둘기!˝
A형 팀이었습니다.
˝비밀!˝
이번에는 AB형이 합창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손짓에 따라 각 팀들은 머리를 맞대고 숨은 낱말을 찾아 하나씩 꺼내 놓았습니다.
비단, 비행기, 비타민, 비스킷, 비빔밥, 비닐하우스, 비디오, 비료 등등의 낱말들이 한 바퀴 두 바퀴 돌며 B형 아이들의 굳은 귓불을 자꾸 만지니 어느새 그 얼굴들은 보들보들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우리 B형도 모이자!˝
마침내 B형들이 반 친구 모두의 응원 덕분에 힘을 얻었습니다.
B형들이 와서 A형의 손을 잡았습니다. A형은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A 더하기 B는 AB! 랄랄라.˝
˝우리 모두 한 형제, 한 핏줄. 이름은 달라도 색깔은 하나. 랄랄라.˝
A형, B형, AB형들이 책걸상을 가운데로 모으고 어깨동무를 하였습니다. O형들도 여러 어깨 사이로 끼어들었습니다. 교실에는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가 움직였습니다.
선생님도 키를 낮추어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어쩐지 B형들 얼굴은 아직도 ´매우 맑음´이 아니라 ´보통 맑음´이었습니다.
꼴찌로 이름을 부른 것이 그렇게도 마음을 상하게 했나요? 어허, 참.

바로 이 때였습니다.
창 밖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비다, 비다, 비이!˝
아이들은 펄쩍 펄쩍 뛰며 좋아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리도 간절히 기다리던 비였습니다.
˝비, 비, 비. 이건 순전히 B형 덕분에 내리는 단비다.˝
˝맞았다, B형이야말로 최고로 좋은 이름이다.˝
모두 B형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B형들은 이제야말로 진짜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두꺼운 구름에 거센 비가 내려 밖은 ´대단한 어둠´인데 교실 안 B형들의 얼굴은 ´대단한 밝음´으로 휙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다 함께 움직이는 동그라미도 덩달아 환해질 수밖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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